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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風과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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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風과 조중동

이효성의 언론마당 <9>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로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에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는 경쟁 정당간의 정쟁으로 끝날 사안은 아니다. 그것은 진실의 게임이 되어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고 그에 관해 의혹이 인다면 그 의혹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철저하게 밝혀야 마땅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자신이나 자식이 병역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는가의 여부는 반드시 검증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자신이나 자식이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면 국군 통수권자가 될 자격이 없다. 그런 사람은 국민들에게 병역의무를 요구하기도 어렵고, 군을 제대로 지휘하고 통솔할 권위를 갖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두 아들은 모두 체중미달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두 아들 모두가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석연치 않게 생각하지만 특히 장남의 경우는 키가 179cm인데도 몸무게가 45kg에 불과하여 체중미달로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점이 일반의 의혹을 샀다.

상식적으로 그 키에 그 체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의혹은 1997년의 대선에서도 불거져 이 후보에게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여태껏 그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관한 검찰의 수사나 언론의 탐사보도에 의한 진실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최근에 그 자신 병역비리 전과자이며 병역비리 전문가이기도 한 김대업이라는 사람이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 이 후보 아들 병역면제에 비리가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김대업씨를 '사기꾼' 등으로 매도하면서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김씨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함에 따라 이 사안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에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관여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고, 검찰총장을 방문하여 검찰수사와 관련하여 특정한 요구를 하고, 담당검사의 출신지와 관련하여 지역차별적인 발언을 하고, 김대업씨를 이런저런 명칭으로 악인화하였다.

김씨의 비리를 캐기 위해 한나라당은 자당의 국회의원들까지 동원하여 김씨의 고향에서 그의 뒷조사를 벌이기도 하였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일련의 대응은 이 사안을 정쟁화함으로써 진실의 문제를 의견(또는 주장)의 문제로 만들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그런 식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정당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정치세력은 본래 자기들에게 불리한 사실의 문제를 의견의 문제로 변질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러나 언론마저 그렇다면 사정이 다르다. 그런데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몇몇 신문들은 이 문제를 사실의 문제로보다는 의견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들 신문은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면제와 관련된 진실을 밝히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들 신문은 이 문제를 철저하게 정쟁화하려는 한나라당의 전략을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연일 한나라당의 주장과 민주당의 주장, 또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김대업 씨의 주장을 나열함으로써 정쟁의 문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언론은 사실을 추구함으로써 의견의 문제조차도 진실의 문제로 만들어야 하는 존재다. 그것이 객관주의를 표방하는 현대 저널리즘의 정도다. 그런데 이들 신문들은 객관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사실의 문제조차 의견의 문제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퇴행적인 저널리즘 행태다.

더욱더 고약한 것은 단순히 진실의 문제를 주장의 문제로 변질시키는 데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신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밝히기보다는 가리려는 듯한 일관된 방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김대업씨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주장을 부각시키고, 김대업씨가 이 후보 아들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된 진술이 담긴 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하자마자 그 진위 여부를 둘러싼 공방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후보 아들 병적기록표에 나타난 기록상의 의문점을 무시하거나 사소화하거나 해명해주는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신문은 몇 가지 일관성 없는 무리한 행태들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이들 신문은 이 후보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느냐 불리한 주장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주장의 신뢰성을 차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 신문은 김대업씨가 전과와 비리가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논조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병역비리로 도피중인 김도술씨의 주장(김대업씨가 검찰에 넘긴 테이프의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기일 수 없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신뢰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너무나 속보이는 이중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전과나 비리가 있다고 해서 진실을 말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백보 양보해서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다른 모든 전과나 비리가 있는 사람의 말을 신용하지 않아야 되는 것 아닌가.

이들 신문은 이 후보에게 불리한 물증이 제시되면 그 조작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의혹이 제기되면 무시하거나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해명성 보도를 한다. 이 후보 장남 병적기록부의 기록상의 의혹들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이 후보 장남 병적기록부의 글씨가 자기 글씨가 아니라는 구청직원의 발언), 사소하게 다루면서 해명(이 후보 장남의 병적기록부상의 병역면제 판정 날짜가 신검판정 날짜보다 앞선 사실) 하였다.

반면 김대업 씨가 제출한 테이프에 대해서는 그 테이프 속의 목소리를 감정하면 금방 그 진위가 밝혀질 수 있는데도 이들 신문들은 검찰의 목소리 감정을 비롯한 그 테이프에 대한 조사결과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 조작 가능성을 먼저 부각시켰다.

후보검증을 그렇게도 강조해온 이들 신문은 이런 방식으로 특정 후보에 대해서는 검증을 회피하면서 또 다시 맹목적인 특정 후보 편들기를 하고 있다.

노무현씨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 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을 누르고 승기를 잡아갈 즈음인 3월 말부터 4월 초순까지 보수적인 몇몇 신문들은 후보 검증을 외쳤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4월 17일 <후보검증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그러면서 노무현 후보의 언론사 관련 발언 주장이 제기됐을 때에는 이들 언론들은 마치 그 주장의 내용이 사실인 듯이 법석을 피웠다.

그러나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주장이나 물증이 제시되어도 그것들을 검증하려 하기보다는 의문시하는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 만일 노무현 후보 아들이 병역면제 의혹을 받고 있는 경우에도 이들 신문이 이런 태도를 취했을까.

이들 신문이 후보검증을 들고 나왔을 때 이는 특정 후보 죽이기, 또는 특정 후보 살리기라는 비난이 쏟아졌었다. 지금 이들 신문의 보도 태도는 스스로 그 비난을 정당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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