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시작된 북한의 경제개혁 움직임과 최근의 대외협상 의지 표명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자 사설을 통해 외부세계는 북한의 변화 노력에 대해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가 움직이고 있다(Korea stirs)' 제하의 이 사설에서 파이낸셜타임스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대외선전용, 또는 진정한 변화는 외면한 채 기존 체제 유지에 필요한 외부자본 유치를 위한 일시적 전술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국제사회가 이를 외면한다면 "한반도의 선의적이거나 질서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거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북한정권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북한이 변화의 과정을 치러내도록 그들과 접촉(engage)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사설의 주요 내용.
***'한반도가 움직이고 있다(Korea stirs)'**
북한에서 무엇인가 흥미있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북한의 사태변화를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북한을 방문중인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9일 북한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미국 및 일본과 직접대화하기 위해 외교적 동면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바노프의 이같은 말은 북한이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시장가격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는 조짐에 뒤이어 나왔다.
대외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주민들에게 잔인한 짓을 해온 극악무도한 북한정권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성(적 행동)과 개혁을 향해 아주 느리게나마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진짜인 것 같다. 이에 대해 외부세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평양측의 진의가 더욱 드러날때까지 (이제까지의) 단호한 자세를 늦추지 말고 지켜보자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외부세계에 혼란을 조성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진정한 변화에의 의도는 없이, 의미있는 대화 가능성만을 제기함으로써 워싱턴의 강경파를 고립시키고 서울과 도쿄의 온건파들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또는 파산상태에 놓인 정권 유지에 절실하게 필요한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식 시장개혁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애쓰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에 손을 내저으며 그들을 상자 속에 가둬두는 것은 한반도의 선의적(benign)이거나 질서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거부하는 행동이 된다. 우리의 최대 희망은 북한정권이 자체적 모순의 무게에 못견뎌 내부적으로 붕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의 굶주리는 주민들과 남한의 안정에 예측할 수 없는 매우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외부세계는 북한이 변화의 과정을 치러내도록 그들과 접촉(engage)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과 미국 관리들이 이번 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외무장관 회의에서 북한과 원칙적으로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은 고무적이다.
외부세계는 북한이 실질적이고 계측할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한 북한과 접촉을 계속할 것이라는 분명하면서도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공화당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지난 날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지칭하면서 말한 것처럼 “믿어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