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는 지난 24일 밤 엔론 스캔들을 통해 드러난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 실태와 미 금융감독시스템의 허점에 관한 심층분석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시사다큐, 움직이는 세계' 시간에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공영 PBS방송이 제작한 것으로 지난 6월말 미국 전역에 방영됐었다.
<사진 엔론2>
'엔론은 시작일 뿐(Bigger than Enron)'이란 제목의 이 프로그램에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전 위원장인 아더 레빗(1993-2001년), 리처드 브리든(1989-1993년), 로더릭 힐스(1975-1977년) 등 금융전문가들이 나와 현재 미국사회를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기업회계 부정의 연원과 실상을 파헤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선 알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미국의 기업문화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정치세력간의 유착에 의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스톡옵션의 비용 처리'의 경우, 이미 지난 93년부터 '재무회계기준심의회라'라는 민간단체가 주장해 왔으나 정치헌금 등을 앞세운 대기업과 회계기관의 강력한 로비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
또 클린턴 행정부에서 SEC 위원장을 지낸 아더 레빗은 한 회계기관이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와 컨설팅 업무를 동시에 맡지 못하게 하자는 개혁안을 제출했으나 이 역시 수천만 달러의 회계기관들의 로비에 의해 좌절되고 말았다.
오히려 기업부정과 관련, 투자자들의 기업 및 회계기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어렵게 만든 법률개악은 클린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정경유착에 의해 통과되고 말았다. 당시 이 법률개정에 앞장선 사람은 현 SEC위원장인 하비 피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분식회계가 엔론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PBS는 미 회계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변칙적 회계를 통해 회사의 이익규모를 부풀리고 주가를 띄우는 수법은 모든 미국기업들의 일반적 관행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경제가 생산적 경제활동이 아닌 허구의 숫자놀음으로 지탱해 왔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엔론사태를 '미 경제계의 체르노빌 사태'에 비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태는 단 한차례로 끝난 반면 엔론과 유사한 기업회계부정 사태는 엔론보다도 더 큰 규모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 프로그램은 엄청난 빚더미 위에 허구의 숫자놀음으로 번영을 구가해 온 미국경제의 실상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EBS 제작진과 번역을 담당한 성모정씨의 양해를 얻어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사진 엔론1>
***회계부정의 신호탄, 엔론 스캔들**
PBS: 엔론을 보면 드라마가 떠오른다. 휴스턴 본사로 상징되는 성장. 몰락까지도 극적이었다. 하지만 엔론은 미국식 성공스토리의 파국 이상을 의미했다. 엔론은 잇단 회계부정 사건의 신호탄이었다.
회계장부 조작으로 투자자들에게 2천억 달러의 손해를 입힌 엔론 사건은 미국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엔론 몰락엔 월스트리트도 한몫을 했다. 경제 상태를 주시하며 시장의 투명성을 지켜야 할 회계사, 감독관들 때문이다. 워싱턴 정계에도 책임은 있다. 감독기관의 권한을 약화시켜 엔론같은 기업이 마음대로 불법을 일삼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더 레빗(전 SEC 위원장): 엔론의 몰락엔 원인이 있습니다. 해마다 경쟁적으로 수익을 부풀려 보고한 다수 기업들이 그 원인이죠. 증권거래위 재직 당시, 저는 이를 속임수 문화라고 불렀습니다. 규칙을 어기고 숫자를 조작하는 명백한 회계부정을 묵인하며 증시 분석가들이 희망하는 대로 회계장부의 숫자를 고치는 문화죠.(상원 정무위원회 증언)
PBS: 하지만 기업의 회계부정을 감시해야 할 감독기관과 감독관들은 아무 경고도 하지 않았다. 증시 분석가, 변호사, 은행장, 증권거래위원회(SEC), 회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의 재무보고서를 감독하는 사람이 회계감사원이다.
하지만 엔론의 회계장부를 감사한 거물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은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아더 앤더슨과 엔론의 부정은 미국 회계감시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준다.
(과거에) 아더 앤더슨이 보여준 확고한 신뢰는 오랜 세월 주위의 경탄을 자아냈다. 90년 전 아더 앤더슨은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회사를 세웠고 회계사들에게는 정직과 엄격한 회계장부 검사를 항상 강조했다. 앤더슨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성실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90년대의 호황은 전통적 기업정신을 압박해왔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과열됐고 주가는 폭등했다. 최고경영자들은 월스트리트의 예상보다 훨씬 높은 주가를 자랑했고 기업들은 회계장부의 수익을 최대한 부풀렸다. 성과급은 천문학적이었고 고위 경영진은 엄청난 스톡옵션을 지급 받았다. 내부인사들에겐 싸게 증권을 사서 비싸게 팔아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다.
리처드 브리든(전 SEC 위원장): 당시에는 스톡옵션으로 수백만 주, 가끔씩은 수천만 주까지, 자사 주식을 받은 경영자들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서 주가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졌어요.
사라 테슬릭(기관투자가협의회): 엔론의 경영진은 능력이 있었어요. 주가를 끌어올리고, 수억 달러를 받아내고, 다시 스톡옵션에 투자해 돈을 버는 능력 말입니다.
PBS : 재산을 키우겠다는 욕심으로 일부 경영진은 장부조작에도 손을 댔다.
***1993년 민간단체 주도로 '스톡옵션 비용처리' 운동 시작**
브리든: 1억 주의 스톡옵션을 가진 경영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죠. 잘못된 정보 때문에 회사 주식이 몇 달러만 올라도 그 사람은 큰 돈을 법니다. 내부자거래보다 돈이 더 많이 남죠.
PBS : 게다가 스톡옵션 주식은 회계장부에도 비용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상태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테슬릭: 스톡옵션도 비용처리를 해야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니 만큼 기업의 재무장부에 명확히 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투자자들도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죠, 몇 년이 지나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일이니까 확실하게 기록해두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PBS : 투자자의 편의와 투명한 장부를 위해 코네티컷 노워크에 설립된 민간단체, '재무회계 기준심의회'는 1993년 재무보고서에 스톡옵션 비용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안을 마련했다. 당시의 심의회 위원, 짐 라이전링이다.
짐 라이전링(재무회계기준심의회 부의장): 그 비용은 적지가 않았고 우리는 그게 신용과 직결된다고 봤습니다. 스톡옵션은 임직원에 대한 보상비용인데도 장부엔 빠져있었고, 그 규모가 아주 큰 회사도 있었죠. 그래서 우리는 증시도 그런 정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PBS : 그 주장은 엄청난 재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실리콘밸리는 순식간에 거대한 시위장으로 변해버렸다.
마크 네버갈(소프트웨어업계 로비스트): (1994년 3월) 우리가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재무회계기준심의회가 우리 밥에 재 뿌리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은 '재무회계기준심의회'란 글자에 일단정지 표시가 그려진 셔츠를 입고 행진했죠.
그리고는 대통령한테 보내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제발 내 스톡옵션을 뺐기지 않게 해주세요"라구요. 전부 흥분 상태였죠.
PBS : 재계는 격분했다. 스톡옵션을 비용처리 하면 많은 회사가 치명타를 입게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거대 인터넷 기업 시스코만 해도, 매년 26억 달러의 순익이 반으로 줄어들 상황이었다. 메릴린치는 스톡옵션 비용처리가 주요 하이테크 기업의 이익을 평균 60% 떨어뜨릴 것으로 예측했다.
라이전링: 이른바 '신경제' 기업들은 아주 감정적인 논쟁으로 응수했습니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 같은 전통적 개념의 대기업도 거기 반대한 건 마찬가지였어요.
***재계의 강력한 반대로비, 94년 한해에만 정치권 로비자금 6백만달러 살포**
PBS : 그리고 미국 전역의 최고경영자들이 워싱턴 DC로 모여들었다.
테슬릭: 지구상에서 제일 강력한 로비였죠. CEO들의 돈줄이 걸렸으니까요.
PBS : 뭐가 걸려요?
테슬릭: CEO들의 월급봉투가요.
PBS : 그래서 반대가 거셌단 말입니까?
테슬릭: 네, CEO들의 수입 중에서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스톡옵션이에요. 자기 돈주머니를 지키기 위해 나선 거죠.
PBS : 재계는 코네티컷 주의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 같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리버만: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이 찾아와 말하더군요. '스톡옵션이 없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임금을 많이 주는 대기업에 인재들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구요. 월급을 많이 줄 수 없으니까 주식을 준다는 거죠.
아더 레빗: 전 그 얘기에 넘어가지 않았어요.
PBS : 클린턴 정부의 미국 증권거래위원장이었던 아더 레빗은 미국증권거래위원장을 지낸 증권 전문가였다.
레빗: 스톡옵션을 이용해 경영자나 직원을 끌어들이려고 한다면 회계장부 상에서도 스톡옵션을 비용처리 하는 게 당연하죠. 물론 기업 경영자도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구요.
PBS : 리버만 의원은 회계사들이 스톡옵션의 비용을 계산할 수 없다는 주장도 지지했다.
리버만: 93년, 94년에 제가 고민했던 점은 스톡옵션 주식의 가치를 정할 방법이 있느냐는 문제였습니다.
PBS : 세금감면을 받을 때는 스톡옵션으로 인한 이익을 회사의 비용으로 계산해서 청구한다던데요?
리버만: 아주 좋은 지적이긴 하지만, 그 두 가지는 별개의 문젭니다. 네, 그런 회사가 많기는 하지만, 더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하단 얘기죠.
PBS : 리버만 의원의 주도로 상원은 94년 5월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무회계기준심의회의 제안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라이전링: 갑자기 주제가 바뀌더군요. 처음에는 '스톡옵션의 가치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가'였는데 '스톡옵션 없이도 서구사회가 유지될 것인가' '스톡옵션 없이도 직원을 고용할 수 있을까'로 주제가 변해버렸죠. 그러니까 회계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로 이슈를 확대시켜 논점을 흐린 겁니다.
PBS: 결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된 이유는 뭐죠?
레빗: 분명 재계의 정치자금이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상원에서는 그게 결정적이었고 하원에서도 마찬가지였겠죠.
PBS: 1990년 이후, 회계업계는 의회에 4천3백만 달러가 넘는 자금을 제공했으며 스톡옵션 논쟁이 있던 94년에는 약 6백만 달러를 뿌렸다. 공화당이 지배하던 하원이 재계에 유리한 안건을 상정하자 심의회는 위협을 느꼈다.
PBS: 그럼 의회가 재무회계 기준심의회의 독립성과 재정에 위협을...
라이전링: 아뇨, 그건 심의회의 존립에 대한 위협이었어요. 우리의 존재를 위협했죠.
레빗: 당시 제가 걱정한 점은 의회가 심의회의 입을 막고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심의회에 그 주장이 너무 앞서있다고 말했습니다.
PBS: 심의회는 한발 물러났고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는 손익계산서에 주석을 다는 수준으로만 표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레빗: 그게 증권위원회 재직 중 제가 저지른 최대의 실수였어요.
PBS: 스톡옵션 전쟁은 회계사들의 충성을 시험했고 결국 아더 앤더슨 등 대형 회계법인들은 재계의 편에 서서 재계를 규제하는 기관들과 맞서게 됐다. 앤더슨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시니어파트너 제임스 후튼이다.
후튼: 회계의 근본방침이 재계의 이익과 정치논리에 크게 영향을 받은 건 당시 전례가 없던 일이었습니다. 의회도 논쟁에 뛰어들었고 스톡옵션과 자사의 이익이 관계가 있다고 본 기업도 전부 나섰습니다.
PBS: 결과는 좋았나요?
후튼: 나빴죠. 회계상의 문제 즉, 회계 기준의 문제를 정치논리로 보면 어떤 게 좋은 기준인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경제논리로 봐도 어떤 게 좋은 기준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죠.
PBS: 결론은 어떤 방향이었죠?
후튼: 전문가가 판단해야 할 원칙과 기준의 문제를 정치논리로, 또 경제논리로 본 결론이었어요. 회계법인의 고객들, 즉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편리했지만 전문가의 판단은 배제된 결론이었습니다.
PBS: 회계기준 강화란 면에서도 스톡옵션 논쟁은 중요했다. 감독기관이 패자로 물러나자 기업들은 스톡옵션을 대량으로 부여했다.
브리든: 엄청난 양의 스톡옵션은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사람들을 부정과 부패로 빠져들게 유혹하며 결국은 장부를 조작하게 하죠. 부정적 측면은 숨겨버립니다. 엔론도 기업전체를 투명하게 보여주려 하지 않았어요.
***회계부정의 원조, 썬빔**
PBS: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썬빔 주가를 급상승시킨 '전기톱' 알 던랩도 분식회계를 자행했고, 썬빔의 회계를 맡았던 아더 앤더슨은 이를 묵인했다. 던랩은 부임 초부터 썬빔의 자금상태를 실제보다 심각한 것처럼 부풀렸다. 두 가지 잇점이 생겼다. 던랩이 맡은 일은 어려워 보였고 불필요하다는 자산을 매각한 자금은 썬빔이 이윤을 낸다는 느낌을 줬다.
하워드 워커(전 SEC 검사국장): 썬빔은 준비금을 많이 마련했죠. 우리는 그걸 "쿠키 단지"라고 부릅니다. 꺼내 써도 별 표시가 나지 않는 동이었어요.
존 번(비즈니스위크 칼럼니스트): 알 던랩은 자신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줬던 겁니다. 상황이 나쁠수록 겉은 더 좋아 보였죠.
PBS: 다른 방법도 있었다. 97년 겨울, 그는 여름용 야외용품 매출을 수백만 달러나 장부에 기록했다. (그러나) 제품은 소매점에 넘어가지 않았고, 판매대금도 들어오지도 않았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장부를 조작하며 미래를 망쳐버린 짓이었다.
하워드 워커: 판매기록만 잔뜩 작성해놓고 물건은 나중에 팔겠다는 건데, 그 나중이 되니까 과거의 판매실적이 너무 좋다보니 그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장부를 그렇게 기록하는 건 투자자를 속이는 거죠. 썬빔은 사기를 쳤어요.
PBS: 98년 사실이 밝혀지자 썬빔은 장부를 수정하고 파산을 선언했다. 53달러였던 썬빔의 주가는 현재 1달러 아래로 떨어져 있다.
썬빔과 엔론의 공통점은 뭐죠?
번: 두 회사 모두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지 못한 점입니다. 두 회사의 회계감사원들과 외부 변호사들은 하나 같이 자신이 맡은 감시감독 임무를 소홀히 했어요. 경영진들도 자기들 이익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PBS: 2년간 던랩의 회계보고서를 감사한 사람은 앤더슨의 고위 감사관 필립 할로우였다.
워커: 우리는 고의든 실수든 잘못된 회계보고서를 허용한 할로우를 고소했습니다. 고의성이 강했죠.
PBS: 할로우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증권거래위의 소송은 진행 중이며, 할로우의 변호사들은 인터뷰를 중간에서 차단했다. 증권거래위는 엔론과 썬빔의 또 다른 유사점을 발견했다. 앤더슨의 회계기록 파기 사실이다.
증권거래위의 조사기간중 할로우는 앤더슨으로부터 서류 파기 명령을 받았다. 보관이 의무화돼있던 서류 두 상자를 파기한 그는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후 앤더슨은 할로우의 썬빔 회계감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지만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은 없었고 할로우는 포트 로더데일의 지점장 자리를 차지했다.
전문투자회사를 경영하는 제임스 카노스가 말하는 문제의 원인은 간단히 말해 감사 담당자 매수였다.
제임스 카노스(월스트리트 투자가): 회계감사원의 월급은 기업이 주고 채권평가사의 월급은 대부분 채권발행기관에서 줍니다. 투자분석가는 투자자 유치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죠. 즉 인수나 합병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받는 수수료가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누가 누구한테서 돈을 받느냐 때문에 관계가 복잡하죠.
***"5학년짜리가 선생님한테 월급을 준다면 선생님은 항상 A를 주겠죠."**
PBS: 사라 테슬릭은 상황을 보다 쉽게 설명해준다.
테슬릭: 5학년짜리가 선생님한테 월급을 준다면 선생님은 항상 A를 주겠죠. 그거하고 똑같은 상황이에요. 회계감사관은 장부를 잘 봐줄 수밖에 없죠.
PBS: 그러니까 이런 부정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겠군요.
테슬릭: 다들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싶어 하니까 비리가 터질 수밖에 없죠.
PBS: 국민을 보호하긴 합니까?
번: (웃으며) 아뇨. 사실 증권거래위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증권거래위는 기본적으로 인력이 부족합니다. 그게 문제죠.
PBS: 권한에다 재정, 인력까지 부족하군요.
번: 그렇습니다. 가망이 없죠.
PBS: 증권거래위는 4년째 썬빔 관련 소송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썬빔은 민사상 처벌만 받은 상태다.
번: 앤더슨은 1억1천만 달러의 합의금으로 내기로 했고 알 던랩은 세 건의 소송으로 1천5백만 달러의 합의금을 내게 됐다.
***정치권, 대기업·회계법인의 정치헌금에 놀아나**
PBS: 하지만 민사소송도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들에게 방해를 받았다.
90년대 중반 깅그리치 등 공화당 의원들은 정치개혁을 외쳤다. 재계와 가깝던 이들이 하원을 지배하며 내놓은 건 사법개혁으로 기업과 그 회계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소송을 막는 법안도 포함됐다. 회계법인들은 최선을 다해 싸움에 임했다. 80년대 저축대부조합 파산 스캔들로 십억 달러의 합의금을 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셉 버라디노(앤더슨 월드와이드 전 회장): 재계는 규제와 제한을 없애고 싶어했어요. 회계법인들이 쓰러지는 걸 막기 위해서죠.
PBS: 1991년, 의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회계업계가 선정한 변호사는 하비 피트였다. 그의 고객 중엔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도 포함돼 있었다.
하비 피트(현 증권거래위원장): 기업을 둘러싸고 쓸데없는 논쟁을 일으켜, 합의금을 타내려던 소송이 당시에는 꽤 있었습니다. 기업들은 그런 소송으로 시간과 돈을 버려야만 했어요. 불필요한 소송을 막자는 게 그 법안이었구요.
존 딘젤(민주당 하원의원): 재계의 얘기는 부정, 사기죄로 고소당하기 싫다는 거였죠.
PBS: 이런 상황에서 빌 러랙 변호사가 소송을 제기하자 회계법인들과 재계는 모두 긴장했다.
빌 러랙(샌디에이고 변호사): 이 회계부정은 일부 기업경영진만 연루된 문제가 아닙니다.
PBS: 빌 러랙은 사법개혁 관련 소송으로 업계의 미움을 샀다. 기업에 대한 집단 소송을 제기해 수천만 달러의 수임료를 번 것이다.
네버갈: 빌 러랙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많았죠. 사법개혁의 소송개혁안도 러랙 같은 사람을 막기 위한 것이었어요.
PBS: 러랙이 주요 타깃 중엔 실리콘밸리 기업도 다수 있었다.
네버갈: 실리콘밸리 기업의 절대다수는 모두 러랙을 알고 있었고 아주 두려워했습니다.
***소송개혁법에 대한 클린턴 대통령의 거부권, 민주당 의원들이 뒤집어**
PBS: 회계법인들과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압력으로 상하원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클린턴은 투자자들의 소송권을 침해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민주당 상원의원 몇 명은 이에 반발했다.
리처드 브라이언(민주당 상원의원): 사기꾼들은 용기를 얻을 겁니다.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사기를 당해도 투자자는 보상을 받지 못할 겁니다.(1995년 12월 상원에서의 발언)
PBS: 거부권 철회 주장을 이끈 사람은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이던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이었다.
찰스 루이스(시민단체 공직청렴센터 소장):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크리스 도드는 상원 내에서 회계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입니다. 자신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막으려고 했죠. 분명히 회계업계로부터 엄청난 정치자금을 지원받을 겁니다. 상원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죠.
PBS: 감사의 표시로 회계업계는 도드에게 약 25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선거철도 아닌 때에 엄청난 기부금을 받은 것이다.
하워드 워커: 소송개혁법으로 인한 최대의 수혜자는 회계사들이었습니다. 그 법안에는 '회계사가 손실의 20%에 책임이 있다면 피해자에게 지불할 금액의 20%만 부담하면 된다'는 기준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죠.
***분식회계에 의해 지난 20년간 기업 자산가치 52배로 뛰어**
PBS: 회계사들의 책임이 줄어들면, 불법을 방지할 가능성도 줄어들게 됐고 90년대 후반, 대형 회계비리는 이어졌다.
기업의 자산가치는 1981년부터 2000년 사이 유례없이 상승해 52배나 뛰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앤더슨, KPMG, 딜로이트 앤 투시, 언스트 앤 영 등 유명 회계법인은 모두 연루됐다. 90년대 재무보고서 상의 오류를 수정한 회사는 7백 개가 넘었다.
터너: 지난 6년 동안 투자자들의 손실은 1억 달러에 가까웠어요. 비슷한 비리는 수도 없이 터졌죠. 센던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썬빔, 마이크로 스트레터지, 라이트 에이드, 루쓴, 제록스, 물론 엔론도 포함됩니다. 게기다 그 목록엔 매일 월드콤 같은 기업이 새로 추가되죠. 이제 곧 투자자들의 총 손실액이 2억 달러가 될 겁니다.
PBS: 증권거래위가 나섰다. 엔론 사태 이전까지 미국 최대의 회계비리로 기록된 사건이 터지자 20년만에 처음으로 증권거래위는 회계법인을 고소했다. 아더 앤더슨은 감사를 맡은 회사의 대규모 회계비리 은폐를 도운 혐의를 받았다.
문제의 회사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였다.
로더릭 힐스(전 SEC위원장): 그 회사는 80년대의 마이크로소프트였죠. 수백, 수천 개의 쓰레기처리업체를 인수했고 해마다 매출액과 순이익을 늘려 나갔습니다.
PBS: 썬빔, 엔론과의 공통점도 있었다. 회계감사업체였다. 주식이 급등해 경영진이 수천만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것도 똑같았다. 그리고는 벽에 부딪혔다.
힐스: 남은 쓰레기처리업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인수합병이 불가능했죠. 그러니까 주가급등을 가져온 성장전략의 한계가 온 것입니다.
PBS: 결국 그들은 회계장부를 조작해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것처럼 꾸몄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회사의 자산인 쓰레기 수거 트럭, 수거통 등의 가치를 부풀리는 것이었다.
힐스: 감가상각비를 줄여서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켰습니다.
PBS: 잠깐만요. 쓰레기통의 수명을 늘려 잡은 것만으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수익이 1억 달러 이상 늘었다구요?
힐스: 쓰레기통이 백만 개는 되니까요. 게다가 커다란 금속 통이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 쓰레기통의 수명이 12년에서 18년으로 는다면 엄청난 비용이 절약되는 겁니다.
PBS: 공화당 정권 시절 증권거래위를 맡았던 힐스도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새 경영진에 들어갔다. 새 경영진은 웨이스트 매니지먼트가 17억 달러의 수익을 부풀려, 투자자의 손실을 발생시켰음을 밝혀냈다.
PBS: 증권거래위는 아더 앤더슨도 오랜 기간 회계부정을 은폐했다고 발표했다.
워커: 아더 앤더슨은 회계장부상의 오류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시정을 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과거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죠. 하지만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약속을 어겼어요.
힐스: 사실은 양측이 협정을 맺었습니다. 회계감사원과 경영자는 협정을 지키기로 했구요.
PBS: 지켰나요?
힐스: 지키지 않았죠.
PBS: 그럼 기간이...
힐스: 최소 6년간요.
PBS: 어땋게 6년 동안 이사회와 감사원 모두 부정을 묵인할 수 있었죠?
힐스: 이사회는 그걸 몰랐어요. 적어도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감사위원회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경영자나 회계감사원 모두 사실을 알리기 싫어했구요.
PBS: 회계제도 자체의 문제군요.
힐스: 네, 그렇습니다. 백 번 맞는 말씀이죠. 엔론이나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사태에서 나타난 문제는 다른 많은 기업에도 존재할 겁니다. 지난 30년간 전 30명의 CEO가 물러나는 데 관여를 했는데 CEO가 회사를 떠나면 항상 감사원이 와서 문제점을 지적했죠. 보고서에는 적었지만 이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서요.
PBS: 왜죠?
힐스: CEO가 숨기고 싶어한 겁니다. 일종의 압력이죠. 보통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대기업 회계감사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업무부담감이 크거든요. 그러니까 외부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경영 책임자가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이란 걸 알아도 마찬가지죠.
PBS: 앤더슨과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소송 합의금으로 큰돈을 지불했고 책임자들은 구속을 면했다.
브리든: 일련의 사건에서 나오는 결론은 하나뿐입니다. 불법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자꾸 나온다는 건, 민사 재판만으로는 이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형사상의 처벌이 필요한 겁니다. 수백만 명이 사기 당하는 걸 알고도 묵인하면 감옥에 가게 해야 합니다.
***SEC의 회계감사.컨설팅 분리 시도도 재계 로비로 좌절**
PBS: 7백만 달러를 벌금으로 낸 아더 앤더슨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엔론 사건으로 깨진 게 확인됐다.
90년대 후반 재계는 감사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회계업계는 경기호황을 맞아 새 돈벌이를 찾아 나섰다.
그 중 하나가 컨설팅이었고 재정, 파트너십, 컴퓨터 프로그램, 세금 등에 대한 컨설팅은 주요 수입원이 됐다.
증권거래위 재직 당시 레빗은 회계법인들이 엄격한 감사 때문에 고객인 대기업들을 놓칠까봐 걱정하는 걸 봤다.
레빗: 자사의 이익 때문에 회계법인들은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투자자들을 외면했죠.
PBS: 대안은 있었다. 회계감사와 컨설팅을 같은 회계법인이 맡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2000년 초 레빗은 자신의 개선안을 내놨다.
회계업계는 영향력 있는 공화당 정치인 루이지애나의 빌리 토잔 의원 같은 친구들에게 다시 의지했다. 회계업계는 89년 이후 30만 달러를 토잔에게 제공했다.
레빗: 증권거래위를 감독하는 의회 위원회가 보낸 편진데, 증권거래위 폐지를 거론하고 있죠. 제게 앞서가지 말라더군요.
PBS: 어떻게 받아들이셨죠?
레빗: 명백한 협박이었죠.
PBS: 위기를 느끼셨나요?
레빗: 물론입니다.
***회계업계, 2천3백만달러 들여 반대로비**
PBS: 레빗을 제지하기 위해 회계업계는 정치헌금과 로비자금에 2천3백만 달러를 썼고 의회의 압력이 정당해 보이도록 항의편지 공세를 폈다.
러셀 호위츠(전 SEC 정책고문): 듣지도 못한 사람들한테서 편지가 왔죠. 게다가 대부분 편지의 내용이나 어조, 문장, 단어 등이 비슷했습니다.
PBS: 이유가 뭐였죠?
호위츠: 난 회계법인의 로비스트들이 보낸 편지라고 봤어요.
PBS: 레빗이 뜻을 굽히지 않자 의회는 목소리를 높였다.
레빗: 의회 회기가 막판으로 치달았을 때는 이런 식으로 협박을 했습니다.
'계속해서 그 안을 고집한다면 감사, 컨설팅 분리안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더군요. 그리고 의회는 증권거래위에 대한 재정지원을 막겠다고 협박했습니다.
PBS: 누가 협박했죠?
레빗: 저를 지지한다는 의원들도 많았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죠.
PBS: 레빗은 다시 물러섰다. 감사와 컨설팅 분리는 실패로 끝났고 기업감사위원회에 대한 보고규정이 추가됐다.
레빗: 압력 때문에 우린 규정을 고쳤어요. 타협을 한 건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후회가 많이 됩니다.
PBS: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느끼신 점이 있으십니까?
호위츠: 미국 회계사들 중에는 공공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잊은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회계사가 공무원은 아니지만 책임감을 가져야죠. 공공에 대한 책임감은커녕 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해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회사의 주 수입원은 컨설팅이고 우리 돈벌이를 망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을 거'라구요. 그리곤 돈의 힘을 빌리죠.
PBS: 90년대 말, 회계법인과 고객 기업의 관계는 너무 밀접해져 경계선도 불분명해졌다. 증권거래위가 둘을 떼어놓으려고 회계감사 독립을 주장했을 때 레빗은 엔론 CEO였던 케네스 레이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레빗: 레이 회장은 회계감사 독립 논쟁이 한창일 때 보낸 편지에서 법안 추진을 그만 두라고 제게 부탁했죠. 회계법인으로서의 앤더슨 그리고 아더 앤더슨의 컨설팅 모두가 엔론에겐 아주 중요하다더군요.
PBS: 레이 회장은 아더 앤더슨과의 관계를 깨기 싫었나 보죠?
레빗: 그렇습니다.
PBS: 그의 편지는 5천8백만 달러 계약으로 엔론을 위해 일하고 있는 아더 앤더슨 직원들은 엔론에 필수적이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엔론 이사회가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앤더슨은 회계장부에서 누락시킨 파트너십 문제에도 깊이 관여했다고 한다.
엔론 같이 잘 나가던 회사가 뭐 때문에 장부에도 적지 않은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한 겁니까?
번: 장부상의 수치를 맞추고 회사의 재정이 더 안정됐단 인상을 주기 위해서죠.
PBS: 엔론의 회계관행이 공격적으로 변하자 칼 배스 등 앤더슨의 회계 전문가들은 제동을 걸어왔다. 칼 배스는 회계감사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더 앤더슨에는 규칙을 준수하려는 전문가가 소수에 불과했다.
후튼: 칼 배스는 규칙을 엄수하는 사람이었어요. 진리의 수호자였고 전문가였죠. 최고의 직원중 하나였습니다.
PBS: 2년간 배스는 엔론식 회계에 도전하는 메모를 보냈고 결국 분노한 엔론은 배스를 냉소주의자라고 부르며, 앤더슨에 그의 해고를 종용해 관철시켰다.
하지만 엔론을 걱정하는 회계전문가는 더 있었다. 엔론 붕괴 10개월 전, 앤더슨의 휴스턴과 시카고 지사에 근무하던 파트너 열네 명은 전화회의 상에서 엔론과의 관계지속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곧 엔론이 연간 1억 달러 규모의 고객이 될 거란 전망은 관계단절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엔론 내에도 사태를 예견한 이들이 있었다. 앤더슨의 회계사 경력을 지닌 셔론 왓킨스 부사장은 작년 8월 CEO인 켄 레이에게 엔론이 "회계 스캔들"로 몰락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왓킨스는 앤더슨에도 경고를 했다. 하지만 엔론 회계장부 수정은 두 달이 더 걸렸다. 재평가된 엔론의 순자산 규모가 12억 달러나 떨어지자 주식도 폭락했다.
증권거래위가 조사에 나서자 앤더슨은 위기에 봉착했다.
엔론 회계감사를 맡았던 던컨은 부하들에게 서류 파기를 명령했다. 회사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앤더슨의 CEO는 그를 비난하고 파면했다.
버라디노: 뭔가를 보여준 겁니다. 모두가 저나 우리 회사만 보던 때였죠. 그런 식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였어요.
PBS: 하지만 80명의 직원이 명령에 따랐습니다. 문서 파기가 회사의 방침과 어긋나는 일이었다면 그 중 한 명쯤은 본사에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 "지금 엔론 관련 서류 스무 상자를 없애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게 정상 아닙니까?
버라디노: 어쨌든 그건 데이빗 던컨이 지시한 일입니다. 저희 본사에서는 서류파기나 은닉 명령을 내린 적이 없어요. 결국 파기되긴 했지만요.
***분식회계는 미국 기업의 일반적 관행**
PBS: 신뢰를 목숨같이 아꼈던 회계법인은 갑자기 침몰했고 아더 앤더슨의 폐쇄도 회계감사법인과 고객업체 사이의 상부상조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90년대 대형 회계법인들은 기업, 월스트리트와 한통속이 되어 회계 관련 법률의 허점을 찾아냈다. 증권거래위의 수석변호사가 되기 전까지 월스트리트에서 파트너로 일한 린 터너도 그런 일에 동참했다.
터너: 당시 저희 회사는 월스트리트의 주요 투자은행 각각과 합의하에 의뢰서를 작성했습니다. 거기에 따라 재정문제를 처리하거나 장부상 거래 등을 도와주기도 했고 또 자금조달, 장부외 차입을 도와서 기업들이 실제보다 건실해 보이게 했죠.
PBS: 그러니까 엔론과 앤더슨이 했던 일과 같군요.
터너: 그렇죠.
PBS: 업계 전체의 관행입니까?
터너: 제도 자체가 그걸 가능케 하죠. 대형 회계법인은 다 그런 일을 하구요.
PBS: 대형 투자은행도 마찬가집니까?
터너: 네, 투자은행도 똑같습니다. 사실 이런 거래를 잘 하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버는 실정이죠.
PBS: 다시 말해서 엔론 사태는 어쩌다가 일어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일반적 관행이 드러난 것뿐이구요.
터너: 회계법인이나 월스트리트에서는 매일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절대 특이한 게 아니죠. 엔론도 특이한 경우는 아닙니다.
PBS: 하지만 엔론 붕괴는 의회를 자극했고 레빗은 다시 대규모 개혁을 주장했다.
PBS: 하지만 레빗은 관직을 떠났고 부시는 증권거래위원장에 하비 피트를 임명했다. 전 고객이던 회계업계처럼 그도 의회에 '천천히'를 강조했다.
피트: 우리는 회계법인에는 회계감사만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합니다.(상원 청문회에서의 발언)
PBS: 그린스펀 연준 의원장은 엔론 사태에서 배운 교훈은 바로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라고 말했는데 동의하십니까?
피트: 그 문제에 대해서는 또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하지 않아더 엔론이 붕괴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PBS: 위원장님의 기본 메시지는 "천천히, 급진적 개혁을 서두르지 마라" 같은데 이유가 뭐죠?
피트: 천천히는 아니죠. 그렇게 절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과는 좀 다릅니다. 우리 얘기는 그게 아니고 규칙의 문제가 아니란 겁니다.
PBS: 제 말은 위원장님 얘기와 회계업계의 주장과 아주 닮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투자자들의 주장과는 다르다는 얘기죠.
피트: 저희는 개별 투자자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새 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0년전부터 시행돼야 하는 건데 그러지를 못한 제돕니다.
PBS: 그는 법률을 강화하고 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기보다는, 회계사들이 참가하는 감시위원회를 민간부문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주요 투자자 그룹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은 피트가 회계업계의 뜻을 거스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람들은 위원장님의 개혁안은 닭장에 여우를 풀어놓는 일이라던데 이젠 회계투명성 확보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피트: 물론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제안을 한 거죠. 그 안이 실현되면 투자자의 이익도 보호되고 회계의 투명성도 확보될 겁니다.
PBS: 그러길 빌죠.
피트: 그럴 겁니다.
PBS: 워싱턴에 온 회계 개혁안은 회계법인의 로비에 의해 계속 침몰했고 의원들은 계속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였다. 휴스턴에서 아더 앤더슨은 사법방해죄로 유죄평결을 받았고, 이로써 업계전체는 암운에 싸였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신뢰를 잃고, 제2, 제3의 엔론 사태가 터지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