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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와 거부의 대상이 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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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와 거부의 대상이 된 조선일보

이효성의 언론마당 <4>

일선 기자 8백51명을 비롯, 언론 종사자 1천5백여명이 특정 언론인의 퇴진을 요구하는 희대의 사태가 벌어졌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사람은 조선일보의 김대중 편집인이다. 타 언론사의 언론인에 대해 언론계 전반이 퇴진서명운동을 벌인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사실 김대중 편집인이 소속된 조선일보도 오래전부터 시민단체 등의 반대와 거부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 16일에는 5.18광주민주항쟁 유족회 등 5.18 관련 6개 단체가 '조선일보 반대 및 구독거부'를 선언했다. 실은 5.18 관련단체들만이 아니고 많은 시민단체나 개인들이 조선일보를 반대와 거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조선일보는 구독 거부, 절독 운동, 취재 거부, 기고ㆍ인터뷰 거부 등의 대상인 것이다.

조선일보의 '최장집 교수 사상 검증' 사건을 계기로 결집되기 시작한 조선일보 반대 움직임은 2000년부터 조직적인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2000년 1월에는 '안티조선' 사이트인 '우리모두'(www.urimodu.com)가 출범했고, 그 해 여름에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조선일보 기고ㆍ인터뷰 거부선언'을 했다. 아울러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www.antichosun.or.kr)가 결성되었다.

2001년 여름에는 전교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산하 각종 노조들, 참교육 학부모회, 4개 종교단체 등이 조선일보 거부선언을 했고, 2002년 1월에는 각계각층 인사 천여 명이 추진한 민간법정에서 조선일보는 '반민족ㆍ반민주ㆍ반통일적 언론행위'를 한 죄로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조선일보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조선일보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 선언을 지켜오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모임 노사모는 5월 13일 조선일보 50만부 절독 운동을 전개한다고 선언했다.

조선일보가 이처럼 반대와 거부의 대상이 되어 가는 것은 순전히 제 탓이다. 조선일보는 특정 정치세력과의 유착하여 그 정치세력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골적으로 나서고, 걸핏하면 사상검증을 빌미로 매카시즘적 마녀사냥을 일삼았다. 또 운동권과 노동권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수구적이며 개혁에 반하는 논조를 보여 왔다.

게다가 조선일보의 그런 행태는 진실의 왜곡과 편파 보도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조선일보의 그런 행태는 권력을 감시하는 바른 언론의 자세가 아니라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의 권모술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조선일보는 언론의 정도를 걷는 바른 언론이 아니라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집단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조선일보의 그런 행태는 그 책임자에게서 더 두드러진다. 예컨대, 김대중 조선일보 편집인은 5월 10일 언론 귀족들의 국제적 사교 클럽으로 비하되기도 하는 국제언론인협회(IPI)에서의 연설에서 동아일보 이현락 편집인의 사퇴는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편집권에 대한 언론사주와 광고주들의 압박은 정부 압력에 비하면 거의 미미하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거나 대다수 언론인들의 상황인식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발언이다. 이현락 펀집인은 정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이 불거지자 스스로 사퇴결정을 내렸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언론인들은 광고주와 사주의 압력을 언론자유에 대한 최대 위협요소로 꼽고 있다.

그는 또 18일자 칼럼"불쌍한 기자여, 네 꼴을 보라"에서 자기 멋대로 해석한 베네수엘라의 언론 상황과 한국의 언론 상황을 연계시킴으로써 한국 언론들이 자유도 없이 정부에 의해 탄압받는 듯이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들은 사실을 왜곡한 것들이다. 그는 조선일보 등이 '좌파적인 신문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는데 이런 식의 표현은 조선일보가 과거에 무수히 그랬던 것처럼 또 하나의 색칠하기다. 걸핏하면 진보적인 인사와 운동권을 공격하고 매도해온 가해자 조선일보의 책임자가 조선일보가 공격받고 있다고 피해자 흉내를 내는 것은 적반하장일 뿐이다.

그러니 그가 후배 기자들에 의해 '여론을 호도, 왜곡하는 대표적 언론인'으로 규탄을 받고 퇴출 운동의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을 것이다. '언론의 정도를 걷고자 하는 일선 언론인들'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후배 기자들은 "김 편집인은 오랜 기간 끊임없는 사실 왜곡과 뒤틀린 시각의 표출로 일그러진 언론인의 표상이 돼버린 지 오래"라며 "우리는 더 이상 이를 '언론계 대선배'라는 이유로 묵인하거나 이성회복 요구라는 메아리 없는 구호를 외치기보다 '퇴출'을 통해 언론자유의 본령을 지키려는 결연한 행동으로 옮기고자 한다"며 퇴진 요구 서명운동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진실의 왜곡과 편파 보도라는 반저널리즘적 행태로 언론권력을 남용하였다. 조선일보는 언론이라기보다는 언론권력을 남용하는 불량한 정치집단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왔다. 그래서 '조폭 언론'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런 언론은 반대와 거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작용이 크면 그에 대한 반작용도 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자신이 공격받고 있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의 난폭한 행동으로 상처받고 짓밟힌 많은 개인들과 집단들에 사과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자신을 반대하는 운동에 거부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왜 유독 자신만이 반대와 거부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진실과 공정성을 존중하는 언론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계속 불량한 정치집단 같은 모습을 보이는 한 조선일보를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무기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반대운동은 점점 더 거세질 것이다. 조선일보 반대 운동은 조선일보 자신이 자초한 것이다. 따라서 그 해소도 조선일보 하기에 달려 있다. 조선일보가 진실과 공정성을 존중하는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날 조선일보 반대운동은 그 명분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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