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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동아 '박근혜 방북' 축소보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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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동아 '박근혜 방북' 축소보도한 이유는?

이효성의 언론마당 <3>

지난 15일 대부분의 조간 신문들은 방북한 박근혜 의원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회담을 커다란 칼라 사진과 함께 1면에 비중있게 보도했다. 두 사람간의 동의나 합의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한의 미래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과 북한의 현 지도자가 만나 남북간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것은 뉴스 가치가 큰 정치적 사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유독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만은 1면에 관련 기사나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다. 조선은 기사는 2면과 5면에, 사진은 5면에 게재했다. 동아는 기사와 사진을 2면에 실었다. 그나마 두 신문 모두 조그만 흑백사진을 게재했다. 조선일보의 사진은 특히 더 작아서 가로 4.8cm, 세로 8cm의 명함판 정도의 것이었다. 박 의원의 김정일 위원장 면담이라는 중요한 이벤트의 뉴스 가치에 관한 판단에서 이 두 신문은 다른 신문들과 아주 유별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왜 그랬을까?

뉴스 가치 판단이나 보도 태도를 문제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뉴스 가치에 대한 판단과 그 논조는 오로지 언론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그런 차이가 나는가는 아주 궁금한 일이다. 이 두 신문 특히 조선일보는 왜 다른 신문들과는 달리 박근혜 의원이 주인공인 이 뉴스와 그 관련 사진을 1면에 게재하지 않았는가, 왜 큰 칼라 사진 대신 왜소한 흑백 사진을 썼는가, 왜 박 의원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아닌'박정희 딸'로 격하했는가이다. 이들 두 신문 특히 북한에 적대적인 조선일보로서는 차세대 지도자를 꿈꾸는 보수적인 의원이 남북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그 차이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이 두 신문은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 이후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해 극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그런 적대적 태도의 연장선상에서, 이들 신문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적극적으로 찬성했고 거대 언론사들에 당당히 맞선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는 대단히 적대적이다. 이 점은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이인제 후보측이 제기한 많은 설들을 검증도 없이 인용부호를 부쳐 대서특필하고, 그에 관해서 가정법 사설을 쓰고, 외부 필진의 기고를 받는 등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태도를 보인 데서 잘 드러났다.

반면에 이들 신문은 한나라당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들 언론과 이념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이들 언론을 엄호해주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의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편파적이었다는 이유로 제소를 당하곤 하였다. 지난 3월 노풍으로 이회창 대세론이 흔들리고 한나라당이 분열의 위기를 맞자 조선일보의 김대중 편집인, 유근일 주필 등은 자신들의 칼럼을 통해 이회창 총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들 언론 특히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이 발표하는 것은 거의 무조건 따옴표를 붙여 대서특필해주고, 한나라당이나 이회창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는 무시하거나 사소하게 다루는 등으로 한나라당과 그 대통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 언론과 한나라당과의 친밀한 관계로 볼 때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언론사 세무조사 뒷처리도 이들 언론사에게 아주 유리하게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그 때문에 이들 언론이 점점 더 필사적으로 한나라당과 그 후보에게 우호적이고 그 경쟁자에게 적대적으로 나오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박근혜 의원의 정치적 위상 강화와 대통령 출마는 이회창 후보에게 상당히 불리한 일이다. 박 의원은 보수세력 특히 대구ㆍ경북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박 의원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남북의 여러 중요 현안에 대해 동의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소식은 박 의원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주는 일이다. 따라서 그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 보도할수록 그 만큼 박 의원의 정치적 위상이 커지고 이회창 후보는 불리해진다. 이 때문에 이들 두 신문은, 다른 조간 신문들과는 달리, 박 의원의 김정일 면담 소식을 일면에 화려한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하지 않은 것이다.

이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이들 두 신문 특히 조선일보는 박 의원 뉴스를 다른 신문들보다 더 작고 비호의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해관계 때문에 한나라당과 그 후보에게 우호적이고, 민주당과 그 후보에게 적대적인 이들 신문은 같은 이유로 박근혜 의원에게도 비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언론의 박근혜 의원 보도 특히 김정일 위원장 면담 소식 보도는 언론사의 이해관계에 의해 뉴스 가치나 논조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보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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