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홍걸씨 골프' 보도의 진실은

중앙 "의혹 여전"ㆍ홍걸씨 " 법적 대응 방침 변화없다"

김홍걸씨와 최성규 전 총경미 미국 LA에서 만나 골프를 쳤다는 지난 1일자 중앙일보 머릿기사는 사실인가, 오보인가.

중앙일보는 18일자 1면 오른쪽 상단에 이 기사에 관한 '사과문'을 실었다. 그러나 취재경위를 밝힌 8면 기사를 통해 여전히 많은 의혹이 남는다고 주장, 최종적으로 오보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또 김홍걸씨측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골프보도 진실규명을 둘러싼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 중앙일보 보도: 중앙일보가 김홍걸씨와 최성규 전 총경이 LA에서 마나 골프를 쳤다는 보도에 대해 18일자 1면 상자기사를 통해 정정보도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그러나 8면 관련기사의 보도경위 등을 통해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일보는 18일 1면에 실린 ''홍걸씨 LA골프' 보도 관련 당사자ㆍ독자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상자기사를 통해 "본지가 5월 1일자 1, 3면에 게재한 "홍걸씨 최 전 총경 LA서 만나 골프쳤다"는 제하의 기사는 충분한 사실확인으로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었기에 관련 당사자와 독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합니다"라며 관련기사가 충분한 사실에 근거하지 못한 것이었음을 시인했다.

이장규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독자들에게 책임있는 지면을 만든다는 입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100% 사실확인을 할 수 없어 정정보도를 낸 것"이라며 "나름대로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무한정 질질 끌고 갈 수는 없다고 판단해 2주간 고민하다 현재 있는 그대로 정리하자는 차원에서 독자와 당사자에게 머리를 숙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최종 책임자인 편집국장으로서 부끄럽다. 나를 포함한 보도 당사자들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정정보도를 통해 "보도 직후 홍걸씨측이 정정보도를 요구해 왔음에도 본지의 입장 표명이 늦어진 것은 관련인물들 사이에 엇갈리는 증언이 많아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 독자 여러분께 더욱 신뢰받는 신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추가 취재과정에서 여전히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으므로 이를 규명하기 위한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홍걸씨와 최 전 총경의 골프회동에 대한 의혹의 불씨를 계속 남겨놨다.

중앙일보가 18일자 8면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의혹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홍걸씨가 골프를 쳤다고 보도된 4월 25일 홍걸씨의 친척 김병창씨의 알리바이가 석연치 않다는 점'과 '그 시간에 자신이 골프를 쳤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김명훈씨와 골프장 매니저 제프리 영의 엇갈린 증언', '김명훈씨 일행의 엇갈리는 골프정황 설명', 그리고 '홍걸씨와 최 전 총경이 골프를 친 것이 틀림없다는 제보자들의 일관된 증언' 등이다.

이장규 편집국장은 여전한 의혹제기에 대해 "그 날짜 그 시간에 홍걸씨가 골프를 쳤다고 보도한 데 대해 정확한 증거를 댈 수 없어 경솔했다는 판단하에 정정보도를 낸 것이다. 그러나 의혹은 의혹대로 남아있어 이를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끌고 갈 수는 없다는 판단하에 일단 중간평가를 하고 가자는 입장에서 8면에 미디어전문기자인 김택환 박사의 반성문까지 실었다. 외부로부터 다른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정정보도의 방법과 시기 모두를 내가 결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의 홍걸씨 골프보도 관련 입장에 대해 청와대측과 홍걸씨측은 원칙대로 처리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앙일보의 골프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개입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홍걸씨측에서 구체적인 대응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중앙일보의 18일자 보도는 오보임을 시인한 흔쾌한 정정보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걸씨측은 현재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중앙일보의 골프보도에 대해서는 일단 좀더 시간을 갖고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창와대의 한 관계자는 홍걸씨의 입장에 대해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구체적인 대응방법과 시기는 홍걸씨가 변호인과 상의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측은 이에 대해 "청와대와 홍걸씨측의 입장을 신경쓰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정정보도를 낸 것이므로 홍걸씨측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면 정당하게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의 홍걸씨 골프관련 정정보도에 대해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중앙일보가 오보를 내고도 적당히 넘어가려는 취지에서 의혹이 남는 것처럼 보도했다면 정당한 언론의 자세라고 볼 수 없다"며 "그러나 중앙일보측이 정황이 분명치 않다는 확실한 의혹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보도한 것이라면 분명한 잘잘못을 가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지난 3일 'LA골프장에 홍걸씨 없었다'는 기사를 통해 "김홍걸(金弘傑)씨가 도피 중인 최성규(崔成奎) 전 총경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쳤다는 시간에 실제로 골프를 친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LA 남부 샌디에고에서 운송업을 하는 재미동포 김명훈(50) 씨가 골프를 친 장본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김씨가 "홍걸씨와 최 전 총경이 팔로스버디스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일부언론에 보도된 지난달 25일 낮 1시48분부터 골프를 친 사람은 나다. 내가 이틀 전인 23일 골프클럽에 전화를 걸어 예약했고 당일 그린피도 내 크레디트 카드로 한꺼번에 계산했다"고 말했다며 김씨와 같이 골프를 친 3명은 운송업 등을 하는 같은 연배의 친구 신모, 진모, 또다른 김모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