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에 대한 한국내 비판여론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공동주최하는 월드컵이 한일 관계의 정치적 갈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일본 신문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는 2일 한국 정부가 월드컵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지난 달 21일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자제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테라다 주한 일본대사가 총리의 신사참배에 항의하는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월드컵 성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며 강한 항의를 자제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은 지난 해 역사교과서 기술수정 등에 대해 항의하고 대응조치를 반복하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논평했다.
즉 월드컵 공동개최가 한국내 반일감정의 폭발을 막는 장치가 되고 있다는 것인데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은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한일 정부간 고위급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월드컵 관련 당국의 관계는 중단되지 않았으며 월드컵 공동개최라는 위업을 위해 양국 정부 모두 역사인식 문제를 유보하고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지적이다.
그러나 월드컵의 정치적 억지력 효과가 월드컵 후까지 지속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최근의 한일관계는 김대중 대통령과 고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이른바 자전거의 보조바퀴가 돼 달려왔다"며 "2003년 2월이면 김 대통령의 퇴진으로 양국이 두 개의 보조바퀴를 잃는다"고 보도했다.
월드컵의 열광이 사라지고 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반일감정이 폭발하는 상태로 돌아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전망이다.
닛케이는 결론으로 김 대통령이 지난 1일 주한 일본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월드컵 한일공동개최는 역사적인 대행사다.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향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반일감정 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불안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사람은 아마 일본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숙지하고 있는 김 대통령이 마지막 대통령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들이 한일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를 자제하고 있는 반면, 일본 언론들은 월드컵 공동개최 이후 양국관계가 다시 악화되지 않을지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조적이다. 월드컵이 한일관계에 미칠 정치적 억지력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를 살펴보는 것도 월드컵을 바라보는 관전포인트중의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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