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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한일관계 악화에 기여?

미 비즈니스위크 보도

지난 1996년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2년 월드컵의 한ㆍ일 공동개최를 결정하면서 이를 통해 양국은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우호증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월드컵 개최를 준비하면서 한일관계는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회됐다고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지적했다.

이 잡지는 2002년 월드컵을 커버스토리로('어리석은 월드컵 결정: Worldcup follies) 다룬 4월1일자 국제판에서 "한국과 일본은 경기준비 단계에서부터 크든 작든 상대로 인한 모욕과 경멸감을 감지할 때마다 서로 비난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처럼 양국관계가 삐걱거리게 된 것은 두 나라라 각자 월드컵조직위원회를 운영해 왔기 때문이라며 FIFA측은 앞으로 월드컵 공동개최가 또다시 이루어질 경우 단하나의 조직위원회를 둘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잡지는 한일 양국이 지나친 과시욕에 빠져 일본은 80억 달러, 한국 24억 달러 등 월드컵 준비에 엄청난 재원을 퍼부었다면서 이번 대회에 의한 두 나라의 직접적인 경제 이득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잡지는 이번 월드컵대회로 한국과 일본은 1억 달러 미만을 챙기는 반면 FIFA는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02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는 FIFA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

1996년 국제축구연맹(FIFA)은 역사상 처음으로 2002년 월드컵의 공동 개회를 결정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월드컵을 공동개최하게 된 한국과 일본은 영예와 상업적 이득을 나누게 됐다. 또 이 결정은 스포츠와 정치의 우아한 결합으로 여겨졌다.

80세의 독재적인 브라질인 후앙 아벨랑제를 비롯한 FIFA의 최고 간부진들은 월드컵 공동개최가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이 두 나라를 가깝게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일본의 아키히토 천황이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며, 낙관론자들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한국 통치 이후 계속되어 왔던 양국간의 상호비방이 중단될 가능성도 엿보았다.

이제 5월 31일 서울에서 예정된 제17회 월드컵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모든 일들이 FIFA의 각본대로만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한국과 일본은 경기준비 단계에서부터 크든 작든 상대로 인한 모욕과 경멸감을 감지할 때마다 서로 비난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축구팬들이 일본에 날아들 예정이지만, 이들은 지난 10년간 3번째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경제, 문화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사실 한국인들은 이번 월드컵대회가 일본을 누르고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첨단화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줄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재정적 이득을 산산조각 낼 수 있는 과시욕에 빠져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하려는 의도로 양국은 새로운 경기장과 관련 기간시설 건설, 그리고 경기운영과 프로모션을 위해 모두 80억 달러를 사용했다. 비판론자들은 이렇게 헤픈 경기준비가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은 이러한 지출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일본은 32개 경기의 입장권 판매수입 4억7천5백만 달러와 FIFA와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들로부터 1억달러를 충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본은 TV 방영권이나 국제 후원자금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일본은 총 2백40억 달러의 경제적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는 이미 모두 지출된 금액이다. 한편 한국은 경기장과 도로건설, 조직경비 등으로 24억 달러를 사용했으며, FIFA로부터 받게 되는 액수를 훨씬 웃도는 6억 달러를 관광수입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관계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사항이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월드컵의 우스꽝스러운 현상이 대부분 FIFA의 지도부 탓이라는 것이다. FIFA의 아벨랑제 전 회장은 1994년 이후의 월드컵경기를 일본에게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는 유럽의 FIFA회원들이 공동 개최안을 갖고 도전하자 이에 즉각 굴복했다. 일본 니가타현의 월드컵 홍보위원장인 히로미 산구씨는 “이들은 일본과 한국이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고 냉소했다.

프로축구리그(J-리그)를 조직하는 데 수십억 엔을 들이고,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기 위해 브라질의 펠레를 이용해 로비를 해온 일본은 공동주최 결정을 배신으로 보고 아직도 불평하고 있다. 한국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정몽준씨는 일본이 불평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 일본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공동개최는 그리 나쁜 생각이 아니다. 그러한 규모의 복잡한 경기를 혼자 개최할 수 있는 나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공동개최를 하려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간 긴장의 한 가지 원인은 각 나라가 각자의 조직위원회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FIFA의 마커스 지글러 대변인은 만일 앞으로 월드컵이 공동 개최하게 될 경우 “하나의 조직위원회를 둘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의 조직위원회를 두게 됨에 따라 사소한 행동들이 싸움을 야기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공식 마스코트의 이름을 명명하는 것에 대해 논쟁을 했다. 한국인들은 아토, 닉, 카츠가 일본의 축구선수들의 이름과 유사해 너무 일본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이름을 고안해낸 것은 FIFA이므로 일본은 이러한 논쟁이 너무 성가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다 양국 모두 월드컵을 경기 활성화의 기회로 만들려 하고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장일형 부사장은 한국의 최첨단 시설이 한국상품 수출국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한국제품과 일본제품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월드컵 공동개최가 이러한 차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월드컵 후원업체인 현대자동차는 현대의 브랜드 인지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 중국, 유럽과 같은 주요 시장에서 현대컵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일본도 또한 의료장비에서 가전제품까지 생산하고 있는 도시바도 자사를 첨단정보기술업체로 새로이 인식시키고자 시도하고 있다. 도시바는 노트북이나 휴대용 PC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월드컵경기 입장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후지제록스사도 월드컵조직위원회에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월드컵 개최 기회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후원업체들 뿐만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건설업체들도 경기장 건설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한국은 1988년 하계 올림픽때 건설한 잠실경기장을 쉽게 고쳐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위해 1억8천5백만 달러를 지출했다. 니가타현의 북쪽에 위치한 일본의 도시는 이제 현 자치정부의 채권으로 반이 지원된 2억3천만 달러의 자금이 들어간 경기장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월드컵 경기후에는 이 경기장의 관람석을 채우기가 어려울 것이다.

결국 월드컵대회의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FIFA이다. 일본과 한국은 1억달러가 채 안되는 액수를 챙기게 되는 반면 FIFA는 10억 달러가 넘은 돈을 챙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좋아하게끔 만들지도 않고 있다. 이달 초 한국과 일본의 음악인들은 “이제 함께 모이자”라는 공식 월드컵 노래를 발매했다. 초기 판매실적을 보자면 이는 실패였다. 어쩌면 FIFA는 이제 '평화와 사랑과 축구는 반드시 화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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