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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유별난 부시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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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유별난 부시 짝사랑

신문 지면엔 '미국만 있다'

최근 조선일보를 보면 세계는 보이지 않고 미국과 부시만 보인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부시 짝사랑'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가 양식있는 언론이라면 최소한의 균형을 갖춰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한 세계의 다양한 시각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29일 부시의 국회 연두교서 이후 미국에 대해 들끓고 있는 유럽과 중동국가들의 비판은 적어도 조선일보 지면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국내 최대부수 1등을 자부하는 조선일보의 정보와 논조 편향은 무엇 때문일까. 처음에는 조선일보가 한정된 네트워크로 인한 정보의 한계 때문에 다양한 세계의 여론과 언론을 접하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아심도 가졌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4일 조선일보 10면 하단에 보도된 '기독교∙이슬람국 화해 공동기구 설치하자' 기사이다. 이 기사는 유럽연합(EU)과 이슬람회의기구(OIC) 회원국 외무장관들의 이스탄불 회담을 다룬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유럽국가중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군사노선에 가장 반대하고 있는 프랑스의 통신사 AFP와 한국의 연합뉴스를 받아 게재했다고 크레디트를 달았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스탄불 회담에 참석한 각국 외무장관들 사이에 진지하고 심도있게 논의된 미국의 대테러전에 대한 비난은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참석자들이 공동성명에서 "미국에서 발생한 '9ㆍ11테러'를 '잔인한 테러행위'라고 비난하고 테러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는 등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정당하다는 내용에만 초점을 맞췄다. 앞뒤 문맥은 모두 생략한 채 부시 행정부의 귀에 거슬리지 않을 성명내용만을 골라 보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스탄불 회담과 성명내용의 첨삭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합뉴스를 살펴보니 13일 'EU, 이슬람 외무장관 회의, 미 대테러전 비난'이란 제목이 눈에 띈다. 이 기사는 부시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칭된 이란과 이라크 외무장관의 미국 비판 발언 외에도 터키 그리스 스페인 등의 외무장관이 '관용이 대화의 기본'이라며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공격의 여파가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간 문명충돌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발언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이스탄불 회담을 다룬 유럽언론들의 기사를 살펴보면 독일 등 유럽국가 외무장관들의 다양한 미국비판 발언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조선일보와 같은 이스탄불 회담의 성명서를 소개한 13일자 연합뉴스 기사는 조선일보가 소개한 내용외에 "참가국들은 유엔의 테두리 내에서 유엔 헌장과 결의안에 맞게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에 맞서 싸울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성명내용을 보도했다.

이 공동성명에 부시가 발언한 악의 축에 포함된 이란과 이라크 외무장관이 참여한 것을 고려할 때 '유엔의 테두리'와 '유엔 헌장', 그리고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법하다. 미국은 이번 반테러전쟁을 유엔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참고로 연합뉴스는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미국을 언급하며 '국가 테러리즘'을 비난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유럽과 이슬람의 70여개국 외무장관 등 대표들이 참석한 이스탄불 회담의 주제는 '문명과 하모니'였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악의 축으로 지칭된 북한 이라크 이란에 대한 참석국들의 결연한 동맹의지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이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은 삭제한 것일까.

조선일보의 '부시 짝사랑'은 15일자 지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1면 사이드 <북이 핵사찰 수용안하면 미, 경수로 건설 중단경고>, 2면 <"한미 정상회담 결과 북에 설명 용의" 정부 특사파견엔 유보적>, 3면 <"북한 대량살상무기 해결 급선무" 정부, 미와 긴밀한 공조>, 4면 <'이 총재, 악의 축 발언동의' WP지 보도공방, 여 "방미 면담록 곧 공개하겠다" 야 "햇볕실패를 미∙야에 화풀이"> <정부 고위당국자 "부시 방한때 대북 대화의지 재천명">, 5면 <이부영 "김정일 위원장 올해 답방엔 반대">, 11면 <부시 "후세인 축출위한 모든 방안 검토" 이라크 공격 강력 시사> <미학자 60명 "반테러전쟁지지"> <"이라크에 연대감" 오스트리아 극우파 하이더 발언 파문> 등.

9꼭지에 달하는 기사제목들만 봐도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노선에 따라 세계가 하나로 움직이는데 한국 정부는 햇볕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편향된 시각이 드러난다. 기사내용이나 행간에 담겨진 의미를 살펴봐도 부시에 대한 조선일보의 원사이드 러브는 여전하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한 세계의 여론이 나빠지자 이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북한과 전쟁을 시작할 계획은 없다"는 12일 미 상원발언, 8일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북한에 군사조치 배제방침 발언 등을 통해 대북 강경노선의 선회를 시도하는 중이다. '악의 축'을 좇아가던 조선일보의 부시 짝사랑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뀌면 어떤 모양으로 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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