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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만이 해결책인가

부시 연두교서에 대한 세계 반응 '비판일색'

북한과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며 “테러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1월 29일 국회 연두교서가 해당국가는 물론 유럽과 미국내에서조차 엔론게이트ㆍ재정적자ㆍ경제위기 등 당면한 과제를 전쟁수행의 정당성으로 호도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악의 축' 해당국가반응 "선전포고, 어리석은 발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근래의 북미관계 역사에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정책연설을 통해 자주적인 주권국가인 우리나라에 이처럼 노골적인 침략위협을 가한 적이 없다”며 부시행정부가 집권초기부터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대외정책과 정치적 미성숙 등으로 다른 나라들과 빈번한 마찰을 빚은 데다 테러공격의 화살이 미국으로 쏠리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흑백을 전도해 국내외의 모든 비난을 테러의 탓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은 또 ‘대화와 협상의 가면마저 벗어던지고 정세를 전쟁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해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 타격의 선택권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규정했다.

이라크 라마단 부통령은 부시의 연설을 ‘어리석고 의미를 상실한 발언’이라고 표현하고 ‘부시 대통령은 악을 멀리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은 세계 최대 사탄의 적대감을 긍지와 목표, 용기와 함께 채울 자세가 돼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한편 중동지역에서는 이번 부시 연설에 대해 비난을,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다른 한편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유럽의 각국 정부들은 부시의 이번 발언에 대해 가급적 논평을 삼가고 있다. 미국의 살기등등한 위세에 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의 언론들은 이번 부시의 발언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럽언론 "전쟁이 모든 문제를 덮는 만병통치약이냐"**

독일의 중도좌파 신문인 쥐드도이체 차이퉁(SZ; Suedduetsche Zeitung)은 1월 31일 <전쟁은 모든 것의 아버지>라는 논평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반테러전쟁을 국내정치 문제를 회피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Z는 부시의 연두교서 이후 외국 국가원수로는 미국을 처음 방문하는 슈뢰더 독일 총리를 ‘불쌍한 슈뢰더’라고 표현하고 국회의 지지를 얻어 고무돼 있는 ‘미국의 시이저’ 부시와의 만남에서 슈뢰더는 철강분쟁, 러시아 채무, 아프간전쟁 포로들의 신분문제 등 암울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며 “오! 짐 많은 유럽인들이여”라고 한탄했다.

SZ는 한편으론 ‘수년래 처음으로 미국의 재정흑자가 적자로 반전되고 있으며 경제위기, 그리고 보다 급하게는 올해 실시될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부시에게는 테러와의 전쟁이 필요하다’며 “부시는 지난 9월 발생한 테러의 잔상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힘있는 이미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독일의 보수지 프랑크프루터 알게마이네 자이퉁(FAZ;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도 1월 30일 <부시가 ‘악의 축’을 협박했다>는 기사에서 ‘부시는 싸움꾼으로 국회에 섰다. 이번 부시의 국회연설에서는 부시가 무조건 죽이거나 생포하겠다던,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이름이 단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제 오사마 빈 라덴은 더 이상 부시의 전쟁목표가 아니라는 의미인데 그럼에도 45분동안 진행된 부시의 연설이 강조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됐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FAZ는 ‘부시와 그의 참모들은 미국내 여론이 이제 다시 경기위축과 실업문제로 집중되는 것을 알고 테러를 단지 테마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전쟁을 통해 획득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당면한 경제문제들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진보지 리베라시옹은(Libẻration)은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국제문제연구소(the Montere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의 글린 우드는 부시의 경고가 엔론스캔들, 경기위축, 국가채무 등의 국내문제에 대한 미 국민들의 관심을 희석시키려는 목표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며 “이처럼 미국의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 시나리오를 구체화함으로써 국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는 미국의 정치 역사에서 전형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르몽드(Le Monde)는 전쟁을 선호하는 부시의 모습에서 위험의 증가를 경고했다. 르몽드 사설은 “미국은 스스로를 전쟁중의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시의 연설은 미국이 냉전시대에 공산주의와의 갈등에 대치하는 상황에서 전쟁을 준비해야만 한다고 호소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거친 연설>이란 사설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테러 국제공조의 붕괴를 경고했다. 이 사설은 “미 대통령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의 캠페인이 폭넓은 우방국들의 지지를 얻도록 세심한 외교정책을 펴는 것이 아직 필요하다”며 “‘악의 축’과의 전쟁이라는 수사적 어구에는 공통의 목적을 강화하기보다는 반테러공조를 분산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미국의 군사력 남용은 안된다"**

부시의 연두교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그동안 부시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했던 미국내 언론, 특히 뉴욕타임스에서도 드러났다. 이 신문은 부시의 이번 연설에서 재래식 군사력의 선제 사용이라는 새로운 원칙이 제시됐다면서 이는 미국의 전통적 방어전략으로부터의 이탈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2월 1일자 <힘의 한계(The Limits of Power)>에서 “전통적으로 미국은 선제공격보다는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에 군사력을 동원해왔다. 분명하고 현존하는 공격위협이 있을 경우에는 모르겠지만 선제공격은 가볍게 밟을 수 있는 순서가 아니다”며 “아프간과의 전쟁에서 얻어진 표면적 성공이 부시가 오버하도록 유도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라이벌이 없는 미국의 군사력은 국제정치에서 하나의 중요한 요소임엔 틀림없으나 그 힘은 제한적으로 현명하게 사용돼야 한다”며 “부시는 전쟁을 촉발할 수 있게끔 대안없이 힘을 사용하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ㆍ중국 "미국 독주 좌시않겠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대북강경발언은 러시아와 중국 등 한반도 주변정세에도 긴장감을 돌게 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을 겨냥, '특정국의 지배체제에 근거한 국제관계에는 희망이 없다'며 미국 독주체제를 강력 비판,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미 국익우선의 힘의 외교'에 제동을 걸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외교부 또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경고발언이 세계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난하고 나서 2월로 다가온 미ㆍ중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대북 현안에 대한 장쩌민 주석의 입장 표명에 관심이 집중된다.

다음은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중 전쟁 관련 부분중 주요 내용이다.

우리의 명분은 정당하며 이 명분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 아프간전쟁에서 우리는 우리의 최악의 우려가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의 진정한 규모를 알게 됐다. 무고한 생명의 죽음 앞에서 적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우리에 대한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지독한가를 확인했다. 이러한 그들의 증오는 그들이 계획한 테러의 광기에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는 아프간에서 미국내 원전, 상수도 시설 등에 관한 지도를 발견했으며 화학무기 제조에 관한 자세한 설명서도 발견했다. 이밖에 미국 각 도시의 자세한 지도들, 미국 및 전세계의 주요 목표물 등에 관한 지도도 발견했다.

우리가 아프간에서 발견한 것들은 아프간전쟁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이제 막 시작됐음을 말해준다. 9.11 테러범 19명중 대부분은 아프간의 캠프에서 훈련을 받았다. 또다른 수만명의 테러리스트들도 그 곳에서 훈련을 받았다. 이들 캠프에서 살인기술을 배우고, 깡패국가들의 지원을 받는 수천명의 위험한 살인마들이 마치 시한폭탄처럼 전세계에 퍼져가고 있다. 이들은 한마디 경고도 없이 폭발한다.

미국의 사직당국과 동맹국들의 노고 덕택으로 이들중 수백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체포됐다. 그러나 수만명의 테러리스트들은 여전히 전세계를 활보하고 있다. 이들 테러리스트들은 온 세계를 전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디서라도 이들을 색출해내야 한다. 훈련캠프가 테러리스트들을 양산해내는 한, 깡패국가들이 이들을 비호하는 한, 자유는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우방국들은 이를 용납해서도 안 되며,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은 다음 두가지 위대한 목표를 단호하고 끈질기게 추구해 나갈 것이다. 첫째,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의 캠프를 분쇄하고 이들의 테러 계획을 좌절시키며 이들 테러범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릴 것이다. 둘째, 테러범들과 깡패국가들이 생화학무기, 또는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 및 전세계를 위협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군은 아프간의 테러범 캠프를 거의 모두 폐쇄시켰다. 그러나 아직도 10여개 국가 이상에 이러한 테러 캠프들이 온존해 있다. 하마스, 헤즈볼라, 지하드 등의 테러 조직들은 머나면 정글이나 사막, 또는 거대 도시의 도심에서 암약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행동은 아프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필리핀군의 대테러 작전을 돕기 위해 훈련을 진행시키고 있다. 보스니아에서는 미국대사관을 폭파하려는 테러리스트들을 검거했다. 현재 미 해군은 소말리아의 테러캠프로 무기들이 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 해안을 순찰하고 있다.

본인은 전세계 모든 국가가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위협하는 이들 테러범의 기지를 발본색원하는 데 동참할 것을 희망한다. 많은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은 테러범 색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본인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몇몇 국가들은 테러 위협에 대해 매우 미온적으로 대응할지도 모른다. 이들 국가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들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행동할 것이다.

우리의 두번째 목표는 테러후원국가들이 대량살상무기로 미국 및 우리의 우방국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이다. 이들중 몇몇 국가들은 9.11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본색을 잘 알고 있다. 북한 정부는 제 나라 국민들을 굶기면서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혈안이 돼 있다.

이란에서는 선출되지 않은 소수세력들이 국민들의 자유에의 염원을 짓밞으면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테러 수출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는 미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버리지 않은 채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 이라크 정권은 지난 10년동안 탄저균과 신경개스, 핵무기 개발 등을 획책해 왔다. 후세인 정권은 이미 제 나라 국민들에 독개스를 사용한 전력이 있다. 국제기구의 무기 사찰에 동의했다가 사찰 요원을 추방한 정권이며 문명세계로부터 감출 것이 많은 정권이다.

이들 국가들, 그리고 테러범들은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이다.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넣으려는 이들 국가들은 갈수록 위협이 증대되는 위험한 존재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자신의 증오를 현실화하도록 해줄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은 우리 우방국을 공격할 수 있으며 미국에 대해 협박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 어떤 경우든 무관심은 곧 엄청난 파국을 몰고 올 수 있다.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 테러리스트들과 후원국가들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 기술, 전문가들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우방국들을 기습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효율적인 미사일방어망을 개발, 배치할 것이다. 전세계 모든 국가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미국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해낼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신중하고 차분하게 일을 진행시켜 나갈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본인은 위험이 증대되는 것을 좌시하면서 일이 터지기를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위험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단지 바라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 합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이 전쟁은 우리 대에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주시 속에 계속되어야 하며 또 계속될 것이다.

지금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만일 지금 멈춘다면-테러 캠프들을 그대로 놔두고, 테러 후원국가들을 제재하지 않은 채-우리의 안전은 기만적이며 잠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 역사는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또한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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