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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 폭행 잔혹사…야구방망이부터 장지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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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들 폭행 잔혹사…야구방망이부터 장지갑까지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의 호텔 직원 폭행 사건 후폭풍

제2의 '라면 상무' 사건으로 불리는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의 호텔 직원 폭행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는 강 회장의 차량 이동을 요구한 호텔 직원의 뺨을 강 회장이 장지갑으로 폭행한 사건은 4월 30일 <서울신문>의 보도로 세간에 알려졌다.

이에 프라임베이커리 불매운동이 제기되는 등 여론이 들끓자 프라임베이커리로부터 '경주빵' 등을 납품받은 코레일 측은 4월 30일 이미 납품돼 기차에 배치된 제품까지 모두 회수해 반품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코레일 측에 의존해 온 프라임베이커리는 이번 납품 중단으로 폐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강 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강 회장은 1일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폭행 당일에) 당직실에 찾아가 정중히 사과하고 악수를 했다"며 차량이 서 있던 시간은 1분이 되지 않았고, 사과까지 했음에도 언론에 보도돼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것에 불만을 표했다. 강 회장은 또 프라임베이커리를 폐업할 뜻도 내비쳤다.

하지만 롯데호텔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강 회장의 '사과'는 해당 직원에게 "오늘 일진이 안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라.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라"라며 어깨를 두드린 것뿐이라고 밝혀 강 회장 해명의 진정성에 의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또 차량을 잠시 주차했을 뿐이라는 강 회장의 발언과 달리 당시 차량이 다른 차량의 이동을 방해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끊이지 않는 CEO들의 폭행 사건, 기업 위기 자초

강 회장 사건이 지난달 항공기 안에서 라면을 제대로 끓여 오지 않았다고 승무원을 폭행한 포스코에너지 왕 모 전 상무의 사건과 비교되는 이유는 사회 고위층이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가하는 직접적인 폭력 사례이기 때문이다.

규모를 떠나 기업을 책임지는 이가 여론이 납득할 수 없는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최근의 일만도 아니다. 2007년 한화 김승연 회장은 자신의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에게 '보복 폭행'을 가해 물의를 일으켰고, 2010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인 최철원 전 M&M 대표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맷값'을 지불한 사실이 드러나 노동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밖에도 이윤재 피죤 회장이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청부 폭행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중범죄였기에 실형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반면에 김승연 회장과 최철원 전 대표는 모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유전무죄'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라면 상무'와 '프라임베이커리' 사건이 과거 기업 총수가 법적 처벌을 받았던 사건보다 경미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사회적 분노를 사는 것도 주목할 현상이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득권과 서민층 사이의 '갑을 관계'가 사회적 문제로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인식됐다. 모바일 기기와 SNS의 등장으로 사안의 파급력이 확산되는 구조가 형성됐지만, 가해 당사자나 피해 당사자를 보호해야 할 기업이 적절한 사과나 대책에 인색하다가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조치에 착수하는 모습 역시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호텔 직원을 장지갑으로 폭행한 강수태 프라임베이커리 대표를 풍자하는 패러디 이미지.

또 과거에는 기업 총수 개인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여론이 반기업 정서로 번지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이후에는 '반기업 정서'가 생겨나는 근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입법이 추진되다 중단된 대체공휴일 제도의 경우, 재계는 현실을 감안해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기업 총수의 결정이 전체 기업의 정책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대체휴일제를 비롯한 상대적 약자들의 주장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라면 상무' 사건과 '프라임베이커리' 사건은 사회 고위층이 상대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1997년 IMF 위기가 터지기 몇 달 전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 "주인이 하는 일을 머슴이 뭘 알겠는가"라고 했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인식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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