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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곽노현-박명기 사전 합의 없었음을 고백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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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검찰, 곽노현-박명기 사전 합의 없었음을 고백한 셈"

[기고] 터무니없는 검찰의 '곽노현 범죄 소명'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1호 '사전 매수'죄의 적용에 실패한 검찰

검찰은 결국 곽 교육감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이하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기로 한 것 같다. 결국 그렇게 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왜냐하면 곽 교육감과 박명기 교수 사이에 사전 합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공상훈 차장검사는 곽 교육감에 대하여 '232조 제1항 제1호는 적용할 수 없다. 제1호를 적용하면 무죄가 나온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후보자 되려는 자가 아니니까. 객체가 후보자이기 때문에 제2호밖에 안 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터무니없다. 곽 교육감과 박명기 교수와의 합의만 입증되면, 제1호로 처벌될 수 있다.

제1호 역시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금전 제공의 의사표시를 한 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 법조문의 밑줄 친 부분을 보기 바란다.

공직선거법 제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후보자가 되지 아니하게 하거나 후보자가 된 것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밑줄은 필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나 후보자에게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행위(금전 등의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 : 필자 주)를 한 자 또는 그 이익이나 직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한 자

2.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것을 중지하거나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였던 자나 후보자이었던 자에게 제230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행위(위와 같음: 필자 주)를 한 자 또는 그 이익이나 직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한 자

그렇다면, 차장검사가 어떻게 이렇게 엉터리 같은 법해석을 내놓았을까? 그가 법을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제1호 적용인지, 제2호 적용인지가 문제가 된 사안이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슬쩍 넘어가려고 하였을까? 그것은 바로 검찰의 실패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를 보면 검찰은 곽 교육감을 제2호가 아닌 제1호로 잡으려고 노력해 왔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검찰은 처음부터 곽 교육감이 박명기 후보를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금전 제공의 합의를 하였고, 그것을 후에 이행하였다는 그림을 그려 온 것이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그 회계책임자의 독단적 약속에 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그것은 곽 교육감의 각본일 것'이라며 일축하였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단일화 과정에서 상대 후보 매수의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것은 바로 제1호 적용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검찰은 제1호가 아니라 제2호를 적용한다고 한다. 게다가 제1호를 적용하면 무죄가 된다는 '무식'까지 가장하고 있다. 실상은 무엇일까? 검찰은 그동안 제1호 적용을 당연시하고 수사를 해왔으나, 그것을 계속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1호 적용을 목표로 한 수사가 그렇게 불발로 끝난 것을 시인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법을 잘 모르는 기자들에게 제1호 적용은 법리상 원래 안 되는 것인 양 둘러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검찰을 조롱하고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로써 검찰은 중대한 사실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곽노현 교육감과 박명기 후보와는 사전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던 것이다.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 적용의 문제점 - 과연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후보 매수인가?

물론 그렇다고 곽 교육감이 혐의를 벗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제2호 소위 '사후 매수죄'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결국은 이쪽으로 왔다. 그러나 이 '사후 매수죄'는 지금까지 적용된 예가 없다. 그리고 규정도 모호하며 까다롭게 되어 있다.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금품을 지급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후보 사퇴', '대가', '목적'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 제1호에 비하여 '대가성'이라는 요건이 추가되어 있다. 이 제2호의 구성요건이 불투명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검찰은 애초에 제1호 '사전 매수죄'를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지금 문제는 곽 교육감은 합의한 바가 없다고 하지만 그 회계책임자는 무언가 합의를 하였고, 또 그것을 교육감이 한참 후이긴 하지만 인지하였고, 또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은 제2호 '사후매수'의 요건에 딱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든 행위를 범죄혐의로 바라보게 되면 그렇게 의심 없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곽 교육감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건네진 돈에 '대가성'은 없으며, 순전히 '선의'에 의한 지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최근에 박명기 교수 측의 변호인의 전언에 따르면 박명기 교수 또한 유사한 진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하여 더욱 명료하게 범죄사실을 특정하고 소명해야 마땅하다. 검찰이 더 밝혔어야 하는 부분은 이렇다.

첫째,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양측 캠프 관계자들이 합의하였다는 내용이 무엇인지 특정해야 한다. 후보매수에 해당하려면 그 합의가 '누구로 단일화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여야 한다. 즉 금전 지원에 대한 약속이 후보를 정함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후보를 사퇴한 데에 대한 대가'라는 요건에 부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과연 실무자들의 합의에서 그와 같은 결정적인 논의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당시 정황을 보면 당시 민주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곽노현 교수가 거의 공인되어 있던 상황이었고, 박명기 후보 측은 더 이상 선거운동을 지속할 의지와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양측 캠프의 단일화 논의에서 박명기 후보 측은 자신의 사퇴를 전제로 하면서 다만 사후의 보상만을 요구하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서로 동서지간인 양측 실무 담당자의 최종합의라는 것도 결국은 '누구를 후보로 할 것인지' 즉 '누가 사퇴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박명기 후보의 사퇴 후의 후속절차에 대한 합의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합의를 설사 곽노현 교육감이 알았다고 하여도 그것은 '후보매수'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실무담당자의 합의의 성격은 중요하다. 그것이 '후보 결정'에 관한 합의였는지, 아니면 '후보 결정을 전제로 한 후속 절차'에 대한 합의였는지에 따라 후보매수 죄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에 대한 소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그것을 당연히 '후보 결정'에 관한 합의였다고 보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매표 행위와 동일시하고, 선거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민의를 왜곡한 중대범죄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본 바와 같이 박명기 후보가 사퇴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고, 그에 대한 대가이던 아니면 그에 대한 도덕적 지원이든 사후 절차만 문제된 것이라면, 그것은 단일화 결과와는 무관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설사 곽 교육감이 실무담당자의 합의를 알고 사후에 돈을 건넸다고 하여도 그것은 '후보 매수', 즉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라고 말하기 어렵다.

둘째, 곽 교육감은 나아가 그러한 합의의 구속력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후에 돈을 건넨 것은 맞지만, 그것은 실무담당자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선의의 도덕적 지원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무담당자의 합의가 '후보 결정'의 합의이든,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한 단순한 후속절차'에 대한 합의이든 관계없이 곽 교육감 자신은 그 합의를 전혀 몰랐고, 그것을 인정한 바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박명기 후보 측의 경제적 곤란을 외면할 수 없어, '동지적 입장'에서 선의의 지원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이든, '단순한 후속 절차'이든 단일화 관련 '목적성'이 아예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검찰은 '합의의 이행' 혹은 '대가성'에 대한 뚜렷한 소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상훈 차장검사가 하는 말은 '합의가 없었다면, 어째서 그렇게 요구를 할 수 있었겠느냐'하는 것이다. 즉 곽 교육감이 돈을 건넨 것은 그러한 합의의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애초에 실무 담당자 사이의 합의를 몰랐고, 돈을 건넨 것은 단순한 도의적 책임감에 따른 선의의 지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점을 박명기 교수 측과도 명확히 했다고 한다.

돈을 전달한 강경선 교수는 박명기 교수와 충분히 대화를 나눈 끝에 상호 간에 어떠한 '합의'도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양해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순전히 경제적 지원의 차원에서 금전 지급이 가능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박명기 교수 변호사에 따르면 박교수도 그와 유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애초에는 (실무 담당자의) 합의금 이행을 독촉하다가 후에 그 합의가 무의미한 것을 인지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결국 판사의 평가에 맡겨져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논점에 대한 검찰의 소명은 대단히 미흡하다.
▲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를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5일 검찰에 출두했다. ⓒ뉴시스

결론적으로 검찰은 이번 사안을 선거범죄 가운데 가장 중한 '후보 매수의 범죄'로 보고 있다. 그리고 '낙선할 후보자가 당선되어'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민의를 왜곡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애초에 목표로 한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1호의 적용에서 실패하여, 곽 교육감과 박명기 후보 사이에 후보 결정에 있어서 어떠한 합의도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 되었다. 나아가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적용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건사실인 '후보 사퇴의 대가' 그리고 '목적성'에 대한 소명이 대단히 불충분하다. 설사 실무자들 사이의 합의가 있었고, 그것을 추후에 곽 교육감이 인수하였다고 하여도 그 합의가 '후보 결정'에 관한 합의가 아니라 단지 박명기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한 '후속 절차'에 대한 합의에 불과한 것이라면, 이는 '후보 매수', 즉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와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선거결과에 어떤 다른 영향도 없는 것이다. 나아가 곽 교육감은 그 실무자들 사이의 합의를 전혀 몰랐고, 사후에 인지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을 전혀 수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인 강경선 교수를 통해 건넨 돈은 합의와 무관한 선의의 경제적 지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검찰은 그러한 곽 교육감의 주장에 대하여 충분히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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