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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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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 (1)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길] 총론: 이행표의 구조

앞에서 분단 이후의 중립화론을 소개했다. 이 중립화론 중에서 실행 가능한 것들을 중심으로 통일을 이루는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분단체제에서 중립화 통일체제로 이행)'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표 1>과 같은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표를 그렸다.

<표 1>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표

1. 중립화 통일 이행표의 구조

1) 주체

중립화 통일의 실행주체를 남북한, 남한, 미국, 주변국가로 설정했다. 이 주체들이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위해 수행할 과제는 무엇인지, 과제의 단계마다 무엇을 해야해야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2) 과제

주체별로 과제를 상정했다. 모든 주체별 과제는 3단계로 수행된다. 남북한이 주체가 되어 수행해야할 과제는 ① DMZ의 비무장 중립화 ② 서해의 평화 지대화 ③ 비핵·중립화인데 이러한 3가지 과제를 단계별로 추진하는 방안을 설명하겠다.

남한이라는 주체가 한반도의 중립화를 위해 수행해야할 과제는 ① 중립형 평화국가 ② 중립 지향적인 군사구조이다.

미국이라는 주체가 수행해야할 과제는 ① 주한미군의 중립화 ② 한미동맹의 중립화 ③ 미일 동맹의 중립화이다.

주변 국가들은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국제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주변국가들은 '남북한의 분단체제가 자국의 국익에 어울린다'는 판단을 중지하고,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국제적인 보장체계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3) 단계

시·공간 개념이 들어가야 이행표가 의미를 지니게 되므로, 시간 개념이 들어간 3단계의 이행표를 그렸다. 공간 개념을 넣기 위해, 과제별로 드러나는 공간 예컨대 '해주-서해의 NLL 해역-인천'이라는 공간, 점(点)-선(線)-면(面) 전략이 수행되는 DMZ, 비핵⋅중립화의 영역인 한반도, '동아시아 비핵지대화'의 동아시아를 공간으로 설정했다.

3단계별 이행은, 두 가지 방안(통일방안·중립화 방안)을 단계별로 종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통일방안의 제1단계는 남북한 교류·평화공존이고, 제2단계는 국가연합/ 평화국가 연합이며, 제3단계는 연방제이다. 중립화 방안의 제1단계는 지역 중립화이고, 제2단계는 오스트리아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고, 제3단계는 스위스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통일방안의 제1단계(남북한 교류·평화공존 단계)에 중립화 방안의 제1단계인 지역 중립화가 추진된다는 것이다. 통일방안의 제2단계인 국가연합/ 평화국가 연합 단계에, 중립화 방안의 제2단계로서 오스트리아 중립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통일방안의 제3단계인 연방제에 걸맞는 중립화 방안으로서 스위스의 중립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통일방안과 중립화 방안의 조화 속에서 한반도의 중립화를 모색하는 난제'를 풀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이 시너지 효과를 드러내는 3단계 이행을 생각했다. '중립화'와 '통일' 사이에 구분되는 점이 있지만,(주1) 양자는 통일된 한반도라는 동일한 목표지점을 향해 있다. 동일한 목표지점을 중심으로 중립화와 통일을 조화시키는 '중립화 통일'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립화 방안을 도입하는 통일'을 이루자는 뜻이 '중립화 통일'에 들어 있다. 따라서 중립화 통일이라는 큰 틀에서 통일방안과 중립화 방안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통일방안과 중립화 방안의 조화에서 제1단계가 진행되면(통일방안의 제1단계인 '남북한 교류·평화공존'과 중립화 방안의 제1단계인 '지역 중립화'가 조화를 이루면)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제2단계는 복잡하다. 제2단계에 오스트리아 방식을 도입하자는 배경에는, 소련군 철수협상에 성공함으로써 중립화의 승기를 잡은 오스트리아 방식의 장점을 적용하려는 뜻이 내재해 있다. 미국이라는 주체가 제2단계에 수행해야할 ① 주한미군의 중립화 ② 한미동맹의 중립화 ③ 미일 동맹의 변환을 중립화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오스트리아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 오스트리아 방식을 제2단계에 도입하고, 제3단계에 스위스 연방제(주2)-영세중립의 합성 모델을 받아들이자고 제안하는 것일 뿐, 오스트리아 방식과 스위스 방식의 구분이나 차등화(오스트리아 방식에 비해 스위스 방식이 우월함)를 주장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문제가 남는데, 그것은 '국가연합/ 평화국가 연합'이다. 필자가 통일방안에 나오는 국가연합만 내세우지 않은 것은, 중립화의 전제인 '평화'를 국가연합에 넣는 '평화국가 연합'의 중요성 때문이다.

국가연합에 평화를 접맥시킨 '평화국가 연합' 구상이 제2단계에서 중요하다. '평화국가 연합'은 '평화국가'의 연합을 말한다. 그러면 '평화국가'란 무엇인가? 단순한 말 풀이로 해석하면 평화국가는 전쟁국가의 반대 개념이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가는 전쟁 속에서 출현했다. 그러므로 국가란 기본적으로 전쟁 지향적이다. 그러나 민주적인 국가일수록 평화를 지향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런 뜻에서 '평화국가'란, 국가의 기본 운영원리가 평화를 지향하는 나라임을 뜻한다.

한반도에서 평화국가 · 평화국가 연합의 성패는 군축 · 주한미군 문제에 달려 있다. 군축 · 주한미군 문제는 6.15 공동선언에서 조차 다루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주제이다.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위한 '평화국가 연합'은 6.15 공동선언의 '국가연합(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가까워지려는 국가연합)'에 '평화(6.15 선언에 누락된 평화)'를 가중시킨 것이다. '평화국가 연합'에서 '평화'는 '국가연합'의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평화에 기초한 국가연합(국가연합의 정당성이 평화에 있음)을 뜻한다.

'평화국가 연합'은,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2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평화의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보는 구상이다. '평화국가 연합'은 평화의 원리에 기반을 둔 국가연합인 동시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 국가로 진입하기 위한 평화의 인프라를 완비하는 것이므로 상보적이다. 국가연합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단계론적 사고가 아니라, '평화'를 중심으로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묶는 발상이다. 이런 발상을 통해 6.15 공동선언에 누락된 '평화'를 입체적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

주로 남한 정부가 내미는 '국가연합'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에 대한 방어기제로 사용되어 왔다. '국가 연합'은 남측의 단계적 통일 논의의 핵심이며, 통일에 적극적이지 않은 남한 정부의 통일방안 중 하나로 통용되어 왔다. 이러한 국가연합을 그대로 도입하여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의 이행표'를 그릴 수 없다. 따라서 '평화국가 연합'을 추구하는 제2단계에 진입하면, '6.15 공동선언의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에 빠지지 않고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표'를 그릴 수 있겠다.

그럼에도 '6.15 공동선언의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에 빠지지 않고, 중립화 통일의 제2단계와 제3단계를 구획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송두율 교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국가연합'의 차이를 '룸메이트'와 '연립주택'에서 사는 두 사람의 생활방식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번지가 같은 주택에서 방만 따로 사용하는 룸메이트는 잘하면 아기자기하게 살 수도 있지만, 함께 사는 데서 오는 갈등의 소지도 많다. 이에 대해서 이웃한 연립주택-번지도 물론 각각 다른-에서 사는 두 사람이 자주 만나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토론하는 것처럼 '국가연합'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보다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다.(송두율, 90)

송두율 교수처럼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국가연합'의 차이를 한갓 '룸메이트'와 '연립주택'에서 사는 두 사람의 생활방식에 비유하면, 중립화 통일 이행표의 제2단계와 제3단계 사이의 구획선을 긋기 어렵다. 그래서 구획선 긋는데 도움이 되는 다른 논의를 소개한다.

여기에서 [6·15 선언에서] 말하는 '연합제안'은 남측의 역대 정부가 주장한 '남북연합'과 김대중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의 첫 단계인 '국가연합'을 포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남북연합이란 노태우 정부 시절에 통일로 가는 중간단계로서 설정한 개념으로서, 외교권과 군사권을 지방정부가 가지는 국가연합과 동일한 개념이다. 다만 국가연합이 두 개의 한국을 추구하는 분단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남북연합'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6·15 선언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인데, 1991년 김일성 주석이 언급한 '느슨한 연방제'와 유사한 개념으로 보인다. 북한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제안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족통일 기구'를 제시하였다. 1991년 신년사에서 김일성 주석은 이른바 '느슨한 연방제'를 제안한다. 김일성 주석은 "우리는 고려민주 연방 공화국 창립방안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보다 쉽게 이루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연방 공화국의 지역자치 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장차로는 중앙정부의 기능을 더욱 높여 나가는 방향에서 연방제 통일을 점차적으로 완성하는 문제도 협의할 용의가 있습니다"고 말하였다.(김창수, 110~111)

위와 같이 설명하면 중립화 통일 이행표의 제2단계와 제3단계 사이의 구획선을 그을 수 있는 근거가 발생한다.

주1) [한반도와 같은] 분단국에 대한 중립화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게 되는 경우에는, '중립화 적용을 위해 통일이 요구되며' 동시에 '통일을 위해 중립화가 요구된다'는 일종의 순환논리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순환논리를 양자 간의 연계성을 규명하는 학술적 성찰에 의해 바로 극복될 필요가 있다.



첫째, '중립화'와 '통일'은 기능적 주안점과 원리적 착안점이 서로 대비된다는 점이다. 중립화가 '외세 격리'라는 세력관리 기능에 주안점을 두는 국제적 차원의 문제인데 비하여 '통일'은 내부통합 기능에 주안점을 두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다. 그리고 여기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원용되는 원리적인 착안점 역시 '중립화: 세력균형 원리'·'통일: 통합 원리'로서 서로 분명히 대비된다.



둘째, 추구하는 목표와 중심과제 역시 서로 구별된다는 점이다. '중립화'가 '평화·안전체제'의 제도화에 궁극의 목표를 두며 따라서 여기서는 군사문제가 중심과제를 이루는데 비하여 '통일'의 경우는 '통일된 국가체제'의 형성에 궁극의 목표를 두고 있는 만큼 여기서는 포괄적 의미의 정치문제가 중심과제이다.



이상의 대비에서 보면, 요컨대 분단국의 통일문제에 대한 '중립화'의 기능은 일차적으로 외부세력들 간의 경합관계를 조정하는 데 있고 그 핵심은 군사문제를 위주로 한 평화질서의 제도화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분단국에 대한 중립화는 통일문제를 평화적(비군사적>군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서 분단체 상호간의 군사적 긴장관계가 제도적으로 안정화되어 있거나 또는 적어도 그러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제도화 조치의 일환으로 중립화가 고려될 수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강광식 외, 2009, 40)



주2) 스위스의 예가 보여주듯이 연방제 통합방식을 잘 활용한다면 다양성 속에서도 국가적 통일성이 성취될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스위스는 연방국가의 모범적인 경우라 할 만한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 간에 체제적 이질성으로 인해 고도의 분열성을 보여주고 있는 분단한국의 경우도 스위스의 경험을 교훈 삼아 연방제를 통한 국가적 통일성을 모색해 봄직한 데, 북한을 비롯한 연방제 통일론자들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즉 다양성으로 인해 분열을 겪어야 했던 스위스가 연방제를 통해 국가적 통일을 이루었듯이 연방제를 통해 한반도의 분열을 치유해보자는 것이다.(우성대, 113~114)

<인용 자료>
* 강광식 외 지음『한국통일 문제의 현주소』(서울, 늘품플러스, 2009)
* 김창수「6·15 선언과 통일운동」『한국의 전망』2006년 제3호
* 송두율『경계인의 사색』(서울, 한겨레신문사, 2002)
* 우성대「'낮은 단계 연방제안'과 '연합제안'의 비교 연구」『한국 동북아 논총』제44집(20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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