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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할아버지 자살률이 유럽의 5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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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할아버지 자살률이 유럽의 5배인 이유

[복지국가SOCIETY] 기초노령연금 2배 약속, 어떻게 지키는 게 옳은가

우리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하고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현재 아버지 세대인 나는 지금 70대 중후반을 넘긴 할아버지 세대인 내 부모님 세대가 자식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40년대와 그 이전에 태어나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시기,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이고 어려운 시기를 살았고,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산업화를 이룬 대한민국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현재의 할아버지 세대가 빈곤의 늪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높은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의 노인 자살률 불러

노인 빈곤율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 가구 중에서 중위 가구 소득 절반 미만의 소득자 비율을 의미하는 상대빈곤의 개념이다. 2011년도 OECD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상대빈곤율은 14.6%였고, OECD 30개 국가들의 상대빈곤율 평균은 10.6%였다. 양자 사이에 차이가 별로 크게 나지 않는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인 노인 빈곤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45.1%였고, OECD 30개 국가들의 평균은 13.5%였다. 3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즉, 우리나라와 OECD 평균을 비교해보면, 전체 상대빈곤율은 '14.6% : 10.6%'인데, 노인 빈곤율은 '45.1% : 13.5%'였던 것이다.

유럽 선진국들의 할아버지 1명이 자살할 때 우리나라 할아버지는 5명이나 자살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노인 자살률이 높은 것은 OECD 국가들 평균의 3배가 넘는 노인 빈곤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난하고, 외롭고, 여기에 더해 장기적으로 몸이 아프면 점차 우울해지고,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경과를 밟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현대판 고려장을 겪는 노후 불안이 극심한 나라가 되어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노후 불안에 대한 정치·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고, 이것이 여야를 막론하고 '기초노령연금 2배 증액' 대선 공약의 배경이 되었다.

공적 노후 소득 보장 제도가 중요한 이유

누구나 늙고 언젠가는 퇴직을 하는데, 이때 근로소득의 상실은 일상적인 삶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은퇴 후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원이 필요하다. 각 개인이 자산이나 저축을 통해 자신의 노후를 감당하거나 가족이 부양을 떠맡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자는 시장적 방식이므로 여기에서 성공한 노인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런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가족 구조와 경제·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가족의 부양 또한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개인과 가족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 건강검진을 받는 어르신(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국민연금(공무원과 군인 등은 특수직역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이다. 이 둘이 우리나라의 공적 노후 소득 보장 제도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공적 노후 소득 보장의 핵심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소중한 제도이다. 특히, 저소득 가입자에게 유리하도록 제도가 잘 설계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큰 자랑거리이다. 가령, 1999년 가입자 중 월 소득 50만 원인 사람은 '낸 보험료 총액 대비 받게 되는 연금 총액'을 의미하는 수익비가 4인 데 비해, 150만 원인 사람은 수익비가 1.9이고, 360만 원인 사람은 1.4이다.

또, 우리의 국민연금은 후세대가 현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연대'의 정신을 제도에 충실하게 잘 반영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보험설계사들도 자사의 연금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고객에게 국민연금이 가장 훌륭한 연금보험이라면서 먼저 여기에 가입하라고 권할 정도이다. 이렇게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세대 간 연대' 덕택이다. 가령,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들 중에서 1938년 출생자는 수익비가 4.54이고, 1948년 출생자는 수익비가 3.61, 1963년 출생자는 2.24이며, 1990년 출생자도 수익비가 2.02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민연금의 몇 가지 문제점들

국민연금은 몇 가지의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소득대체율이 낮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 평균 소득 40년 가입 기준으로 70%의 소득대체율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기금 고갈의 우려로 몇 차례의 개혁을 거치면서 1999년에는 60%로 낮아졌고, 2008년에는 50%로 낮아졌다. 2009년부터 매년 0.5%씩 낮아져 2028년에는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진다. 둘째, 국민연금이 미성숙한 탓에 아직도 65세 이상 노인의 약 66%는 공적연금의 수혜자가 아니다. 셋째, 국민연금 납부 예외자의 비율이 전체 대상자의 약 30%에 달하여 사각지대가 매우 넓고,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보았듯이,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재분배 효과를 내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고, 무엇보다 후세대로부터 소득 이전 효과가 매우 크다. 그런데 비정규직이거나 저임금인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아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 기간이 짧아서 넓은 사각지대를 형성한다면 국민연금이 이들을 제도적으로 더욱 소외시키는 것이 된다. 지금 가난한 사람들이 장차 노후에 국민연금의 혜택을 누리지 못함으로써 공적 노후 소득 보장에서 아예 벗어나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의 중요성과 인수위의 연이은 실수

우리에겐 단기간에 노인 빈곤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일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공적 노후 소득 보장이 없는 노인 중에서 개인적으로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하지 못했거나 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설사,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더라도 그 금액이 월 20만 원도 안 되고 개인적인 노후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이것만으로는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기초노령연금이다. 기초노령연금은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급여 수준(2012년 9만4600원)이 너무 낮아 평생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애쓰신 어르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2013년에 <기초노령연금법>을 <기초연금법>으로 전환하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적 운영을 위한 <국민연금법>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기초연금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A값의 10%)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게 기초노령연금 20만 원 인상 약속이다.

그런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몇 차례의 잘못을 저질렀다. 첫 번째 잘못은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약 10%)를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이야기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2012년 현재 최고 9만4600원을 지급하던 것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약 7:3의 비중으로 재원을 분담하였는데, 이를 조세로 조달하던 보편적 성격의 수당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에 필요한 재원 약 10조 원 중에서 3조-4조 원 정도를 국민연금 보험료에서 가져다 사용하겠다는 이야기가 인수위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에 대한 국민적 반발은 거셌다. 나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천명하였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찬반의 논란이 있겠으나, 내가 단호하게 반대한 핵심적인 이유는 한 가지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의 훼손'이 그것이다. 2060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불안감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각별하게 노력을 기울이고, 그래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최소화되도록 온갖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미래 적립금'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돌발적인 정책 제안은 잘못된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훼손되면 그만큼 민간보험에 대한 의존이 강화된다. 2012년 현재 국민연금의 총보험료가 28조 원인 데 비해, 민간생명보험의 총보험료는 90조 원이라고 한다. 최근 수년 사이에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민간보험보다 높다는 인식과 국가가 국민연금의 급여를 책임진다는 사실이 점차 확산되면서 신뢰가 증대하고 있긴 하지만, 신뢰 훼손은 한순간의 일이다. 이렇게 정치·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전액 조세 방식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두 번째 잘못은 국민행복연금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의 월 수령액에 차등을 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 수급자들에게는 기초연금을 적게 주겠다는 것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다. 기초연금과 관련한 인수위의 연이은 실책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훼손되었고, 실제로 이 때문에 지난 2월 한 달간 임의가입자의 수가 7223명이나 감소하였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의가입자 수는 2009년 약 3만6000건에서 2012년 약 20만7000건으로 약 6배로 증가했으나, 지난달 탈퇴자 수가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왜 이렇게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려고 애쓸까? 지난 대선 때 약속한 대로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하자니 재정 부담이 너무 심해서 그런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기초연금의 재정 부담을 국민연금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훼손할 뿐 아무런 실익도 없다. 국민연금 가입 여부뿐만 아니라 가입 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더 받는 식으로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 지급액에 차별을 두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을 가능성이 큰 비정규직 등 저소득층과 여성들에게 구조적인 불이익을 주게 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1월 9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올바른 해법은?

박근혜 후보의 기초노령연금 관련 공약은 잘못된 부분이 있고, 결코 완전하지 않으므로 그대로 관철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잘못된 부분을 고치기보다 강행하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고집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훼손되었고, 기초연금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사회적 갈등만 증폭시켰다. 잘못된 공약을 그대로 실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잘못된 공약이거나 또는 우선순위가 뒤떨어지는 공약임에도 문자 그대로 실천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공약의 취지는 충분히 살리되,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현실적인 방식으로 공약을 수정하는 것이 옳다. 이에,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기초노령연금 2배 공약의 실천과 관련하여 어떠한 식으로든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키는 일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여금을 가져다가 기초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도 약속하였으므로 반드시 조세를 통해 기초노령연금의 소요 재원을 모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의 차등을 두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을 소득 하위 70%를 기준으로 나누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여기에 국민연금 가입 여부가 끼어들 이유가 없다. 노인 가구의 소득에는 국민연금이나 특수직역연금 등의 공적 노후 소득 보장의 소득뿐만 아니라 퇴직연금(500인 이상 사업장은 퇴직연금 가입률이 86.5%임)이나 개인연금 등의 사적 노후 소득까지 모두 포함하고, 여기에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 재산의 소득환산액까지 모두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포괄적 의미의 노후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에게는 20만 원을 지급하고, 그 이상 소득계층의 일부에게는 약간의 금액을 차등으로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더라도 단기간 내에 이를 그대로 지킬 필요는 없다. 나는 상위 10-20%의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에게까지 기초노령연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할 수도 있겠고 하면 좋겠으나, 이는 우선순위가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확충하는 데 있어서 세금을 기초로 한 보편적 현금 급여보다는 현물 급여인 사회서비스의 보편적 확충에 압도적으로 우선순위가 높게 주어져야 한다. 부유한 노인에게 지급할 현금을 보육과 의료 등 사회서비스의 실질적 보편주의를 구현하는 데로 돌리는 게 옳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서 제시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적 운영은 관리 운영의 통합에 그쳐야 한다.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이라는 공적 노후 소득 보장 제도가 존재함에도 국민연금 제도의 미성숙과 낮은 급여 수준 때문에 상대빈곤율이 OECD 국가들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은 비정상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소득자산 조사를 통해 70%의 노인을 선별하여 조세를 재원으로 지급하는 일종의 보편적 노인수당이다. 여기서 소득 하위 70%를 선별하기 위한 소득 자산 조사에는 국민연금 소득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적 소득이 다 포함된다.

그러므로 기초연금의 지급 대상과 지급 금액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국민연금과 직접 연관 지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국민연금 소득은 노인 가구의 전체 소득 중 일부일 뿐이며, 특히 고소득 노인 가구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공단으로 넘겨서 관리 운영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고, 이를 "국민행복연금"이라고 명명해도 무방하겠으나, 어설프게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재정적으로 통합하거나 급여 체계를 연동하려는 시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잘못된 생각이다. 기초노령연금은 노인 빈곤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실질적인 정책 수단이 되도록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셋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장기형 공공임대주택 등 노인 주거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기초노령연금 2배 증액 공약을 여야 후보 모두 내놓게 된 이유는 심각한 노인 빈곤 때문이었다.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소득 보장의 측면에서 기초노령연금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러한 소득에 비해 노인의 지출에서 의료와 주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경제적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도 40%까지 낮아질 것이고 이를 높이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므로, 노인 빈곤에 대처하는 올바른 해법의 하나는 의료서비스 등 보편적 복지의 강화를 통해 노인 가계의 실질적인 지출을 줄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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