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6일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삼성전자 임직원 3명 등 모두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화성동부경찰서는 이날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무, 부장, 팀장 등 안전 관리 책임자 3명과 불산 공급 협력업체인 STI서비스 전무 등 현장·안전 관리 책임자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유해·위험물질인 불산을 취급하면서도 관련 설비에 대한 관리 감독을 태만하게 했으며, 누출 사고 당시 주의 및 신고, 조치 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조서를 받기 위해 삼성전자 담당 사장 소환을 통보했지만 아직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입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이번 중간 수사 결과, 지난달 27-28일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의 1차 원인을 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CCSS) 내 '불산탱크 밸브 이음쇠 부분(고무패킹)의 노후화와 볼트 부식'으로 추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물리분석실 김의수 박사는 "최초 불산이 누출된 부분과 2차로 누출된 부분이 다르다"며 "배관을 이어주는 부품인 플랜지 연결 볼트를 불완전하게 조이고, 가스킷 삽입 작업을 불량하게 하면서 1차 보수작업 이후 2차 누출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불산 누출량과 배풍기를 이용한 CCSS 불산탱크룸 내 오염물질의 외부 배출 행위, 2차 피해 발생 여부 등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대기환경보건법 위반 사항은 환경부 및 고용노동부와 공조 수사 중이어서 밝히지 못했다.
최초 불산 누출은 지난달 27일 오후 2시 11분께 11라인 CCSS에서 오후 근무를 하던 STI서비스의 정모(43) 씨가 발견했으나, 삼성 측은 임시 보완 조치를 한 뒤 10시간 동안 방치했다.
이튿날인 28일 0시 13분께에서야 11라인 파트장인 STI서비스 고(故) 박모(34) 씨 등 3명이 누출 부위인 밸브 교체 작업에 들어갔고, 1차 작업은 오전 3시 21분께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밸브 교체 후에도 불산이 계속 누출되자 오전 4시 36분께 고(故) 박 씨 등 4명은 추가 보수작업을 벌여 오전 6시 31분께 2차 작업을 마무리했다.
CCTV 자료 분석 결과, 추가 보수 작업 도중 삼성전자와 STI서비스는 28일 오전 5시 52분께부터 총 9대(대형 2대, 소형 7대)의 송풍기를 CCSS에 설치했으며, 이 가운데 8대를 이리저리 옮기며 가동과 중단을 반복한 뒤 오후 5시 59분께 송풍기를 철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전 5시 52분께 STI서비스 파트장이었던 고(故) 박 씨는 불산 가스로 추정되는 물질을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 CCSS에 송풍기를 설치했으며, 오전 6시 56분께 삼성전자 환경안전팀 소방대원이 CCSS 입구로 대형 송풍기를 이동시키는 모습이 확인됐다.
1시간여 뒤 박 씨는 목과 가슴에 통증을 호소해 동탄 성심병원을 거쳐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1시께 '불화수소산 중독'으로 사망했다. 박 씨가 사고 당일 착용했던 청바지와 티셔츠 등 모든 의류에서도 불산이 검출됐다.
함께 보수작업에 투입된 다른 작업자 4명은 28일 오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 후 귀가했다가 오후 10시께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번 불산 사고가 안전 의식 해이, 관리 감독 소홀, 안이한 사후 대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산 누출량, 배풍기를 이용한 불산 가스 외부 배출 행위, 2차 피해 발생 여부 등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 공조 수사 중"이라며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입건된 사람들의 혐의 추가는 물론 입건 대상자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고 발생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들께 사과하고, 이를 계기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