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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지지 광고는 허용, 문재인 지지 광고는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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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지지 광고는 허용, 문재인 지지 광고는 불허?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정권 교체" 문인 광고만 고발…납득 안 돼

<동아일보> 인터넷 판(7일)은 대선 때 한 신문에 "정권 교체를 바란다"는 내용의 광고를 낸 한국작가회의 문인들이 새해 벽두부터 검찰 소환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고를 낸 문인 137명 대표 손홍규(소설가)가 정초에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소환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신들도 언제 검찰에 소환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의 발단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과 소설가 137명이 대선 닷새 전인 작년 12월 14일 한 일간신문에 낸 광고에 대해 공직선거법 제93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생겼다. 서울시선관위는 손홍규 대표를 포함한 137명의 젊은 문인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는 광고 내용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이름을 밝힌 것도 아니고, 작가들의 의견을 시국선언문 형식으로 발표한 것인데 이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납득이 안 간다며 검찰 고발을 취하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자 한국작가회의는 연말 성명을 내고 선관위의 태도를 비판했다, 작가 황석영도 지난해 12월 27일 <한겨레>에 실린 "문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파기하라면…다시 싸울 수밖에"라는 특별 기고를 통해서 서울시선관위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과연 문인들의 행동이 고발을 당해야 할 정도의 사건인지 의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서울시선관위가 야당 후보를 간접적으로 모함하는 우익 단체의 광고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작가회의 문인 137명의 광고 문제부터 살펴보자. 한국작가회의 소속 137명의 젊은 문인들은 여유 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십시일반으로 880만 원을 거둬 한 일간지에 의견 광고를 냈다. "우리는 정권 교체를 원합니다"라는 선언문이다.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삶의 고통이 더해지고 삶의 가치가 몰락하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철거민들은 망루에서 검은 연기로 타올랐고 노동자들은 철탑 위에서 둥지를 틀어야 했고… 유례없는 언론탄압… 사라진 줄 알았던 민간인 사찰이… 도처에서 절망하는 죽음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세상을 바랍니다. 우리는 그 출발이 정권 교체에 있음을 절실히 공감하며…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그가 진보적인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약자의 신음에 더 잘 귀를 기울일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세계에 절망이 아닌 희망을 파종하는 대통령을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 답은 정권 교대가 아니라 정권 교체입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젊은 시인 소설가 137명
선언 참여자 명단 : 소설가 56명, 시인 81명

선거 때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지식인 선언문이다. 정당이나 후보의 이름도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 선거가 정권 교대냐 정권 교체냐를 선택하는 선거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선관위는 선언문이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를 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광고의 어떤 부분이 제93조에 위반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한 관계자는 "원래 이 조항은 선거 광고를 허용할 때, 돈 많은 정당이나 후보 쪽이 돈으로 광고 지면이나 시간을 매점해서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선거 광고를 제한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었다"며 "문인들의 선언문은 문제 될 게 없다"는 견해를 한 인터넷언론에 밝혔다. 광고라는 형식을 제외하면 트집 잡을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선관위는 그러나 고발 취하를 거부하고,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며 "작가회의가 법 위의 특권을 요구한다"고 비판하는 보도 자료를 냈다. 그러자 한국작가회의도 성명을 내고 "국가기관인 선관위가 자신들이 고발한 사안에 대해 이토록 신속하게 반응하고 반박하는 보도 자료까지 내는 것은 이례적이며, 앞으로 검찰의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서울시선관위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번 사건을 검찰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그 이전에 서울시선관위의 입장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선관위는 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모함한 의견 광고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 문제의 광고는 선거 전야인 12월 18일자 <조선일보> 39면 하단에 약 5단 크기로 난 광고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이 이기는 선거여야 합니다!

1. 대한민국 헌법을 존중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합니다!
2. 전쟁 중인 나라에선 敵軍(적군)을 편드는 사람을 국군통수권자로 뽑아선 안 됩니다!
3. 대한민국 헌법 1, 3, 4조는 '북한노동당 정권을 해체, 자유통일하여 한반도 전체를 민주공화국으로 만들라'고 명령합니다. 분단 고착이나 赤化(적화)통일은 안 됩니다!
4. 우리의 미래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거짓 선동가를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은 미래 세대가 닮고 싶어 하는 가장 큰 교사여야 합니다!

대한민국 만세! 국군 만세! 자유통일 만세!

국민행동본부

위 광고가 누구를 암시하고 있는지는 신문을 읽을 정도의 지적 수준이면 쉽게 간파할 수 있는 내용이다. 국민행동본부 광고는 투표일 바로 전날 신문에 났다. 투표할 유권자들이 광고를 읽고 영향을 받기를 바라고 낸 광고임이 분명하다. 왜 한국작가회의 문인들의 광고는 문제이고, 국민행동본부의 광고는 문제가 없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선관위는 국민행동본부 광고를 보았는가? 보았다면 그 판단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서울시선관위는 선거법과 관련해서 "고발 사건 3건과 경고 7건의 조치를 취했다"면서도 내용을 발표하지 않아, 보수우익단체로 알려진 국민행동본부의 광고가 그 조치 가운데 들어 있는지 여부를 알 길이 없다. 그러므로 서울선관위는 고발·경고 조치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작가회의 문인들을 고발한 결정이 보수 우익 단체의 유사한 광고에 대한 조치와 비교해서 공정한 것이었는지 아닌지를 좀 더 분명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황석영 작가는 "서울시선관위가 문인들의 선언문을 끝내 고발한다면 문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선관위는 "정권 교체를 희망"한 젊은 문인들에 대한 고발을 끝까지 고집할 것인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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