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자 이모(42) 씨가 22일 자신의 아파트 1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 씨는 최근 연이은 노동자 투쟁 패배와 대선 결과에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오후 6시경 울산 동구 방어동 자신의 아파트 19층에서 뛰어내렸다. 오전에는 오세일 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과 정규직 활동가의 안내로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은 상태였다. 주말이 지난 후 입원하기로 대화를 나누고 4시 30분께 노조 관계자들과 헤어진 뒤 그는 한 시간가량 뒤 결국 투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이 씨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에 깊이 몰입했고 최근 며칠 간 정신불안을 호소했다. 오 전 지회장은 고인이 "대선 결과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폭력적으로 진압되는 것을 보고 본인이 받았던 과거 폭력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고, 그 결과가 모두 자신의 책임인 것처럼 고통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2003년 현대중공업에서 노조를 만든 뒤 해고됐다. 2004년 고(故) 박일수 씨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긴 채 분신했을 당시 고인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주장하며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선박 건조장 1도크 앞 크레인을 점거했다가 폭력적으로 진압된 바 있다. 이후 복직에 성공하지 못하고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려온 그는 7년 가까이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대선 직후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1일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인 최모(35) 씨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4층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실에서 완강기에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 관련 기사 :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 목매고 숨져)
최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에서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158억 철회하라.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못하겠다.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여지껏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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