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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여, 투표가 혁명이다!"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세상을 바꿀 마지막 기회, 12.19 대선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존재를 어떻게 확인할 것일지 고민한 끝에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확인하고 이 명구(名句)를 남겼다.

나는 데카르트를 따라 민주국가의 국민은 투표를 통해 주권자인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외치려고 한다. 프랑스의 생존 철학자 장-폴 주아리 교수는 2007년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는 제목의 책에서 투표가 민주국가에서 갖는 중요한 의미를 분석하며 시민들의 투표를 권장했다. 투표는 국민이 자신을 대신해서 국가를 운영할 대표자를 뽑는 중요한 주권행사 행위다. 국민이 4년 또는 5년에 한 번 행사할 수 있는 소중한 주권 행위다. 그 결과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투표를 하지 않는 유권자는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며 의무를 태만히 한 주권자다. 미국의 청년층 웹 사이트 어바웃닷컴 틴 어드바이스(About.com Teen Advice, http://teenadvice.about.com)는 미국의 2030세대가 투표에 참여해야 할 5가지 이유를 제시한 가이드에서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정부가 잘못한 일에 불평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꾸짖는다. 따라서 정부를 운영할 사람을 선택하는 투표에 참여하지도 않고서 뒤늦게 정부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옳지 않다고 2030세대 유권자들을 설득한다.

지당한 책망이다. 2030세대 중 선거에 관심 없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 한 사람 투표 안했다고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 있겠느냐'고 자신의 투표 가치를 경시한다. 그러나 Teen Advice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의 투표가 쌓이면 선거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투표는 하나하나가 모두 계산된다"고 강조한다. 민주주의에서는 숫자가 중요하다. 토론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교착상태를 푸는 방법이 다수결이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인권선언에 근거한 것이다.

며칠 전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장에서 한 말이 기억난다.

"청년들이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가 청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청년실업문제 해결되지 않습니다. 청년이 투표해야 청년문제가 해결됩니다. 꼭 투표에 참여하실거죠? 혹시 주위에서 안철수가 사퇴해서 투표하지 않겠다다는 친구나 이웃이 계시면 꼭 투표하라고 부탁드린다고 전해주기 바랍니다."

백퍼센트 사실이다. 새누리당이 그 동안 대학생보다 노인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은 것도 노인들이 새누리당에 투표하기 때문이었다. 반값 등록금에 냉담하던 박근혜 후보가 갑자기 반값 등록듬 전도사로 변신한 것도 학생들의 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87년 6.10 민주화 항쟁은 한국의 권력 작동 구조를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바꿨다. 젊은이들의 피를 통해 선거권을 얻어낸 이 항쟁이 우리가 상식처럼 생각하는 투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줬다. 1987년 7월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 대규모 시민이 운집한 모습. ⓒ연합뉴스

2030세대가 투표에 관심을 덜 쏟는 건 거의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투표가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후보도 16일 제3차 대선 후보자 TV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투표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자유가 억압받고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 준 파시스트 체제다.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박근혜가 집권하게 되면, 그 주변 인물 면면으로 보아 우리 사회를 다시 유신의 과거로 되돌릴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의 진로가 달라질 것이다.

브라질에서 룰라 대통령이 일으킨 경제사회혁명의 힘은 브라질 국민의 투표를 통해 나왔다. 룰라의 뒤를 이은 지우마 대통령도 선거혁명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니카라과에서도 국민의 투표를 통해 선거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아랍의 봄을 완성하는 것도 결국 투표다.

다만 독재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조작을 하는 곳에서의 선거혁명은 쉽지 않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체제 아래서 치른 선거가 전형적인 관제 선거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은 푸틴 정권을 닮아가고 있다. 낙하산 사장을 통해 장악한 공영방송을 관영방송으로 타락시키고, 권언유칙 관계에 있는 조중동을 선거의 동반자로 이용해 박근혜 후보의 선거 승리를 돕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러시아와 다르다. 안철수 효과와 그로 인한 2030세대의 각성이 선거 결과에 충격파를 줄 수 있다. 2030세대가 대거 투표에 참여해,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역사적인 시점이다. 극우주의자와 수구 반공세력의 지지를 받는 박근혜 정권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종언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영방송'과 종편까지 거느린 보수 우익 언론의 여론 장악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투표에 의한 선거 혁명은 기대하기 아주 어려워질 수 있다. 안철수가 새 정치를 펼 환경도 척박해질 것이다. 2030세대는 민주세력과 반동세력의 아마겟돈이 될 19일 선거에 한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역사적인 사명을 안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2030세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우리가 4반세기의 반독재 투쟁 끝에 87년 민주혁명을 성공시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선배가 유신독재에 저항하다 민주주의의 재단에 목숨을 던졌는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이정도로나마 자유를 누릴 수 있었겠는가?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성취한 민주체제를 지켜야 할 역사적 의무가 오늘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행동을 통해 지킬 수 있다. 투표가 행동이다. 투표해야 세상을 바꾸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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