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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네 번째 선거, '응답하라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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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네 번째 선거, '응답하라 2030'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2030 세대여, 투표장으로 가라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8일자 <한겨레>에 우리의 현대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을 썼다. '유신과 오늘' 21회째 글에서 한 교수는 19일 있을 대통령 선거를 "박정희의 네 번째 선거"라고 이름 붙였다.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아버지가 악명 높은 유신체제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압살할 때, 그리고 유신독재에 항거하며 수많은 대학생들이 투신자살할 때 유신의 공주가 아니라 퍼스트 레이디였다. 정신적으로 유신을 계승한 박정희의 분신이다. 그는 박정희의 유신을 "아버지가 구국의 심정에서" 단행한 조치였다고 변호했다. 그 말이 역사의식을 의심케 한다는 반박을 받자 말을 바꿨지만, 소신 자체가 바뀐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많은 언론의 관측이다. 박근혜 후보는 정신적으로 박정희의 아바타다. 한 교수가 박근혜가 출마한 대선을 "박정희의 네 번째 선거"라고 이름 붙인 이유이다.

이번 대선은 과거의 대선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선거가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진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보수와 진보가 둘로 딱 갈라져 대립하는 선거라는 점이다.

그래서 19일 대선은 한국의 민주세력 대 반동(reaction) 보수의 아마겟돈(대결전)의 성격을 띤다. 박근혜가 당선되면 언론자유는 위축될 것이다. 박근혜는 조중동에 종편을 허가하는 날치기 미디어법에 찬성 투표했다. 언론은 정권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는 언론관을 가진 정치인이다. 언론이 정권에 조종되면 정권교체는 기대하기 어렵다. 인권과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민주 세력이 정권교체를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이번 선거가 갖고 있는 중요한 의미다. 특히 2030세대가 새겨야 할 경고다.

2030세대는 "유신"이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하고 자랐다. "유신을 아느냐"는 질문에 "김유신은 안다"고 대답하는 일이 생길 정도다. 영화 <유신의 추억>에 나오는 일화다. 그러나 유신을 체험한 세대는 경제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영구집권을 노리던 박정희가 얼마나 반민주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자행했는지를 직접 보고 몸으로 체험했다.

박근혜 후보는 유신의 퍼스트 레이디이면서도 피해 국민의 아픔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인상이다. 대통령이 되면 유신의 망령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느끼게 한다. 다시 한 교수의 말을 빌리면 "유신세력이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과거 세력과 미래 세력의 대결이라면서 자신들을 지지해달라고 하는데 이르러서는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모멸감을 느낀다."

역사는 진보와 반동이 밀고 밀리면서 전진한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민주혁명에 반대하는, 얼마나 많은 기득권 보수 세력의 반동이 있었는가? 그러나 역사의 큰 흐름은 대중이, 인민이 결정했다. 왜? 그들이 99퍼센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가 돈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조종하여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 한 일들이 종종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언론의 탈선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 세계의 미디어황제로 통하는 루퍼트 머독이다. 그는 영국에서 신문과 방송을 장악해 정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거 지원을 무기로 정권과 거래하고, 권언유착을 통해 상업적 이익을 챙기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는 '임명장 없는 영국의 각료'로 불린다. 폭스 뉴스를 통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발에 개입하는 방법으로 공화당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2030의 참여가 미래를 결정할 지도 모른다. ⓒ뉴시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도 '머독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MB정권이 종편 허가를 통해 조중동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낙하산 사장 임명을 통해 공영방송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은 구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공영방송 경영진이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보도에 개입하는 일이 생겨나 방송기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MBC가 노골적으로 박근혜에게 유리한 보도를 위해 언론윤리를 어기고 있는 것도 구문이다.

박근혜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관련이 있는 MBC가 대통령 선거 보도와 관련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데도 침묵하고 있다. 170일의 파업을 끝내기 위해 MBC 노조와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가 말과 신뢰를 중시한다는 것도 다 헛말이다.

KBS는 어떤가. 기자들이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했다는 이유로 여당 추천 이사들이 들고 일어나 대선후보검증단 책임자가 사의를 표하고 잠적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은 제작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KBS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안철수의 문재인 후보 지원 유세로 상황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자 새누리당이 흥분했는지 모르겠으나, 공영방송을 제대로 하겠다는 기자들의 기자정신을 모독하는 방송개입이 있어서는 대선이 끝난 후에도 후유증이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경고해 둔다. 만약 여당이 자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텔레비전 방송에 개입한 것이 밝혀지면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의 분노에 불을 붙이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너무나 뻔뻔하게 공영방송을 정권의 선거 선전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정권의 방송개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특히 2030 스마트폰 세대들이 미국 오바마 지지자들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주 후보를 지원하고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

선거일이 가까워 오면서 진보-보수 양쪽 모두 세력 집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 쪽은 이회창, 이인제, 박세일 등 보수 세력을 총집결한 데 이어 DJ 측근인 한광옥, 한화갑까지 끌어들였다. 새누리당은 공구리(콘크리트) 지지표를 자랑하지만 그 수가 45%를 넘지 못하는데 반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는 50%를 훨씬 넘어 불안해하고 있다.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조중동이 친MB 보도로 일관하고, 낙하산 사장이 KBS, MBC, YTN 등 공영방송까지 장악했는데도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여론은 적대적이다. 그 만큼 민심이 정권에서 멀어졌다는 이야기다. 불안하다. 그러니까 보수의 총집결을 통해서 야당의 공세에 대비하자는 수비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진보 쪽도 단합하고 있다. 6일 결성된 국민연대가 그 상징이다.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이간을 꾀한다. 박근혜는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권력다툼으로 허송세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이명박의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데 생각이 일치했다. 대통령은 한 사람밖에 될 수 없으니 정권교체라는 최우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단일화 협상을 벌인 것뿐이다, 단일화 협상은 결선투표제였더라면 필요 없는 절차다. 단일화 협상을 마치 정권 나눠먹기 거래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설득력 없는 모략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안철수 전 후보가 6일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선언하면서 "오늘이 대선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작업을 아름답게 매듭 짓지 못하고 사퇴한 후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박근혜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안철수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이 격차를 줄이고 대선을 문 후보의 승리로 바꿔놓겠다는 결의를 표현한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바로 7일부터 부산과 서울에서 문재인 후보와 손을 잡고 정권교체를 위해 문 후보를 적극 유세지원을 하고 있다.

안철수 효과에 관해서는 그가 유세에 다시 참가한 것이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기에, 아직 실체를 논하기는 이르다. <조선일보>는 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효과가 별로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TNS 조사는 안철수 유세 참가 이후 문 후보가 박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를 4%포인트 정도로 줄였음을 보여주었다. 안철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앞으로도 안철수 효과는 계속되리라는 전망이다. 이럴수록 선거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요인은 투표율이다. 2030세대는 한국의 민주주의의 장래가 그들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고 투표에 꼭 참여해야 한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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