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면세시장 80% 장악한 재벌면세점들의 기득권에 대해서는 침묵
기재부는 면세점 입찰에 대기업 참가를 제한하는 모양새를 갖추어 명분 싸움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면세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재벌 면세점들의 독과점 현상뿐만이 아니라 특혜사업인 면세사업에서의 공공성 확보 여부이다. 현재 면세시장은 롯데와 신라 두 재벌면세점들이 양분하고 있는 독과점 시장으로 이들 재벌면세점들이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막강한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면세사업 수익 중 단 한 푼도 공적자금에 기여하고 있지 않다.
면세점 사업은 국가가 세금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운영되는 특혜성 사업이기에 그 수익 중 일부라도 공공성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이는 면세사업 수익금 전액을 공공사업인 관광진흥 활동에 재투자하는 관광공사가 면세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이다. 기재부에 묻겠다. 재벌들의 입찰참가를 제한한다고 하는데, 이미 면세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재벌면세점들에게는 공적기능 부여 등을 외면하면서 왜 애써 침묵하고 있는가?
중소기업 지분 인수를 통한 재벌면세점 몸집 불리기 꼼수?
기재부는 중소기업에만 입찰자격을 주는 제한경쟁 입찰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재벌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도 부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산브랜드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중소기업 전용매장을 운영토록 하는 조건을 달아 재벌 특혜 논란에서도 비켜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에서 국산브랜드를 50% 이상을 팔게 하면서 인천공항공사에 내는 임대료를 기존 방식인 최소 보장액 형태로 유지할 경우 중소기업들은 적자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중소, 중견기업이 인천공항면세점에 입점을 한다 하여도 롯데.신라 두 개의 재벌면세점이 장악한 90%에 맞서서 10%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9:1의 싸움을 벌이면 중소, 중견기업은 당연히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2~3년 뒤에 중소기업을 망하게 하고 그 지분을 신라나 롯데가 인수하게 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 방법은 2009년 적자폭을 견디지 못하고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AK면세점에 대해 2009년 말에 호텔롯데가 AK글로벌의 지분 81%를 인수하고는 2010년 초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한 모델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 묻고 싶다. 이 모델을 따라 여전히 재벌면세점들에게 나머지 지분을 넘겨줄 길을 기재부가 터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항면세점 90% 장악한 재벌면세점은 국산품 의무매장 면제?
기재부는 국산브랜드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중소기업 전용매장을 운영토록 하는 조건을 달아 면세점에서의 국산품 왕따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문제는 이 국산브랜드 50% 의무 판매 조건이 인천공항면세점 총 매출의 10%를 점유하고 있는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767평 공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인천공항면세점 총 매출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에 대해서도 국산브랜드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재벌 봐주기 꼼수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은 국산품 비율을 약 40% 내외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미 중소기업제품 전문매장을 도입해 중소기업 제품 판매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관광공사가 면세사업을 지속할 명분은 충분하다. 기재부는 답하라. 인천공항면세점에서 90%, 전체 공항면세점에서 95%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재벌면세점들에게 국산품 의무매장 50%를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 공항면세점에 대한 (민간)대기업의 독과점 현황 ⓒ한국관광공사노조 |
관광공사 아니더라도 면세사업에서 공공성이 가능하다?
기재부의 관계자는 언론보도에서 "관광공사는 관광진흥사업에 집중해야 하고, 면세점 운영은 굳이 관광공사가 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공성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기재부 관계자와의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실제로 면세점 업계 1, 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과거 57%에서 현재 80%로 변했다. 현재 대한민국 면세시장의 공공성 말살은 재벌면세점의 이러한 시장점유율 변화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2007년 두 대기업의 시장점유율 합은 약 57%였으나 현 정부가 들어선 후 불과 4년 뒤인 2011년엔 약 80%로 급등했다. 금년에는 너끈히 80%를 넘길 것이다. 반면 2007년 시장점유율 2위였던 관광공사의 점유율은 4%로 급락했다. 군소 면세점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정확히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기점으로 면세사업의 빈익빈부익부 독과점 현상은 깊어진 셈이다. 이는 바로 공기업민영화를 주관하는 기재부의 작품이다. 기재부는 답변해 보라. 면세사업에서 공공성을 말살하고 나서는 관광공사가 아니더라도 면세사업에서의 공공성이 가능하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 아닌가.
면세사업은 공익목적상 국가가 징세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그에 따른 영업특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국가가 사업자에게 특별 혜택을 준 특혜사업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면세사업으로 창출되는 수익은 공익적 재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의거해 1964년부터 지금까지 면세점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총 2조 원 내외에 달하는 수익을 모두 한국관광을 위해 재투자했다. 이것이 오늘날 1000만 외국인관광객을 유치하는 토대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재부의 무리한 민영화 밀어붙이기가 불러온 고소
관광공사는 지난 22일 공기업간에는 이례적으로 인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을 명예훼손으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한 바 있다. 매우 이례적이었던 만큼 많은 언론에서 이 사실을 보도하였다. 이채욱 사장은 지난 10월 16일에 있었던 국정감사 답변 도중 인천공항에서 운영 중인 우리 공사 면세점의 영업이익을 자의적으로 재단하여 한국관광공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입혔다.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 기준을 들이대며 우리 공사의 면세점 운영은 국민의 세금이나 축내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고, 심지어 한국관광공사가 고유의 설립 목적에 맞게 돈을 쓰고 있지 않다는 터무니없는 발언까지 하였다.
외형상으로는 두 공기업간의 면세점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고소를 불러온 원인 제공자를 말하자면 지난 21일 '관광공사 면세점 철수와 신규 민간업자의 경쟁입찰을 서둘러 진행하라'는공문을 보냈다는 기획재정부일 것이다. 두 공기업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바로 기획재정부이다. 결국 기재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무리한 민영화(火)가 불러온 고소(告訴)인 셈이다.
높아지는 면세점 민영화 반대 여론
지난 10월 24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국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 지속 운영 등 촉구 결의안'이 여야 국회의원 24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다. MB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선진화 정책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가 이견없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여야 모두 MB 정부의 면세점 민영화 정책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지난달 30일 "면세사업의 공공성 유지와 국산품의 경쟁력 향상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한국관광공사가) 경영 노하우를 전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부가 할 일이고 진정한 의미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11월 2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종학 의원(민주통합당)이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주요 골자는 면세점 특허를 중소.중견기업에 50%, 한국관광공사에 20% 의무할당하고, 모든 면세점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25%까지 의무적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재부는 국회의 민의 존중해야
기재부의 인천공항면세점 입찰공고 계획은 국회가 지난달 24일 채택한 '한국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 지속 운영 등 촉구 결의안'에 정면 배치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본 결의안을 통해 "대기업이 주도하는 면세사업이 공익성 결여와 국산품 차별 등의 문제를 빚고 있다"며 "면세사업 일정 부분을 관광공사가 운영하도록 해 대기업의 독과점과 특혜시비를 막고 공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문방위의 동 결의안은 12월 초로 예정되어 있는 국회 본회의에도 상정될 예정이다.
기재부의 입찰공고 강행은 국회의 민의를 무시하면서까지 독선적인 'MB식대로 마이웨이'를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기재부에 마지막으로 촉구한다. 정권 말이다. 게다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불필요한 정쟁을 만들지 말라. 그러기 위해서는 막가파식 질주를 멈추고 입찰공고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 관광공사 노조가 공사 앞에 세워둔 면세점 민영화 반대 배너 ⓒ한국관광공사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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