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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딸을 위한 재벌신문의 안타까운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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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딸을 위한 재벌신문의 안타까운 변명

[기고] 중앙일보 경제칼럼에 대한 7개의 반론

공공기관인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이 민영화될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일부 보수언론은 "한국 면세점은 경쟁력을 더 키워야한다"며 관광공사 면세점을 롯데, 신라 면세점 등 재벌 면세점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한다. '관광공사 면세점은 왜 철수할까'라는 제목의 9월 25일자 <중앙일보> 칼럼이 대표적이다.

<중앙일보>는 "공기업이라 여러 제약이 있고 외국 손님이 즐겨 찾는 명품 브랜드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결과, 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이 장사를 잘 못했다"며 관광공사가 면세사업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일보>는 "명품 등 외국 제품을 국내로 통관하기 전에 팔면 달러가 국내로 유입된다"고 재벌 면세점이 외화벌이를 하는 것처럼 말했다. 국산품을 많이 취급하던 곳이 문을 닫으면 납품업체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반론에 대해서는 "이 일은 이미 민간 면세점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 칼럼이 사실과 다른 논리, 오류에 둘러싸인 근거 데이터로 면세사업의 실상을 모르는 독자들의 눈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중앙일보> 칼럼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 면세점 민영화에 반대해 피켓시위를 하는 관광공사노조. ⓒ한국관광공사노조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이 장사를 잘 못했다?

<중앙일보>는 관광공사가 면세사업에서 철수해야 하는 근거로 "관광공사가 장사를 못했다"고 주장한다. 장사를 잘 했다와 못했다는 아주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수익을 냈는지 못 냈는지로 알 수 있다. 관광공사는 인천공항에서만 2011년 약 1400억 원 매출에 순이익도 기록했다. 물론 신라, 롯데의 총 매출액과 비교해서 관광공사 면세점 매출액이 더 많을 수는 없다.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관광공사가 매장 면적과 매장 위치에서 이미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 면적은 신라가 49%(7,583㎡), 롯데가 35%(5,507㎡), 그리고 관광공사가 16%(2,531㎡)이다. 관광공사 면세점은 출국객들이 많이 붐비는 동편과 중앙이 아닌 상대적으로 출국객이 덜 붐비는 서편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열세에서도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은 순이익을 냈다. <중앙일보>는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의 순이익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다른 면세점의 매출과 순이익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기 때문에 이 곳에 적지 않겠다.

공기업인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은 제1기(2001년~2007년) 시절에는 약 14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었다. 이러한 이익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관광진흥활동에 사용해 왔다. 정부는 '적자 사업'을 절대 민영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흑자사업이기 때문에 민영화를 결정해서, 재벌들의 독과점을 강화시켜주려 하거나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외국 손님이 즐겨 찾는 명품 브랜드를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중앙일보>는 관광공사가 "명품을 확보하지 못해서" 장사가 잘 안됐으니, 관광공사 면세점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호도하는 내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면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향수·화장품과 술·담배를 재벌면세점만이 독점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2007년 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제2기 입찰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재벌면세점들의 매출보호를 위해 '취급제한품목'이라는 제도를 운영했다. 신라면세점은 향수·화장품 독점 판매권을 가졌고, 롯데 면세점은 술·담배 독점 판매권을 얻었다(다시 말해 롯데는 향수·화장품을 못 팔고, 신라는 술·담배를 못 팔았다).

그렇다면 관광공사가 배정받은 품목은? 매출이 가장 좋은 위의 4개 품목, 즉 소위 Top4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을 배정받았다. 관광공사는 가장 선호도가 높은 품목을 모두 포기당한 채 전체 매출중 약 40~45%를 국산품으로 채워가며 외국인들에게 국산품을 홍보, 판매해 왔다. 그리고 지난달 24일 이러한 취급제한품목은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 거래로 판명이 났다.

국내 납품업체 위해 재벌면세점이 국산품 팔고 있다?

<중앙일보>는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이미 '납품업체'들을 위해 국산품을 판다면서, 관광공사는 국산품 판매를 주장하며 자리를 차지할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천공항면세점에서 관광공사가 판매한 국산품 비중은 19%에 그쳤다고 근거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계 장난일 뿐이다.

인천공항 관광공사면세점의 총 매출중 국산품 판매비중은 40%~45%에 달하지만, 롯데나 신라면세점과 비교해 국산품 총 매출액이 적다. 그 이유는 관광공사 면적이 전체 매장의 16%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항에서 재벌면세점이 파는 국산품은 과연 '납품업체'의 제품일까? 대기업 제품들다. 국산품은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인들의 제품 등 3종류이며, 소상공인 상품들부터 중소기업제품까지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는 곳은 관광공사 면세점뿐이다. 인천공항 현장에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해보길 권한다.

민간기업이 잘 팔리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공기업이 민간기업 면세점의 진열대에 오르지는 못했으나, 품질이 우수하고 홍보하고 판매해야 할 물품들을 진열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민간기업과 공기업은 그 목적이 다른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앙일보>의 주장과는 달리, 국산품을 많이 취급하던 곳이 문을 닫으면 납품업체들, 특히 소상공인들이 납품하는 국산품들의 판로가 막힐 것이다.

면세점은 외화벌이를 한다?

▲ 신라호텔이 면세점에서 루이비통 잔치를 하는 동안, 국산품들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면세시장에서 국산품이 명품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큐베이팅이 필요하다. ⓒ루이비통 홈페이지 화면캡쳐
<중앙일보>는 면세점이 "명품 등 외국제품을 국내로 통관하기 전에 팔기 때문에 이익이 나는 만큼 달러를 국내로 유입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이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의 루이비통 사례만 보더라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구입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루이뷔통은 내국인이 더 많이 구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매장 개점 이후 지난달까지 1년 동안 고객들 중 내국인은 약 55%, 외국인 고객은 약 45%를 차지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구입한다면 달러가 국내로 유입될 것이다. 하지만 내국인들의 구입은 오히려 외화를 반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미경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공항면세점에서 판매한 루이비통의 매출원가는 매출액의 88%다. 루이비통을 수입하기 위해서 지난 1년간 상품대금으로 엄청난 금액이 해외로 지급되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루이비통과 신라면세점은 연간 매출 '1000억원 대박만세'를 외치겠지만 그만큼 뭉텅이 돈이 수입대금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아는 덧셈 뺄셈이다.

면세점이 외국인에게 질 좋은 한국제품 판매처로 자리잡으려면…

<중앙일보>는 "면세점이 외국인에게 질 좋은 한국제품 판매처로도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전체 면세시장 매출 중 국산품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8.1%만을, 인천공항에서도 약 18.5%만을 차지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이윤추구가 최대의 목적이므로 이윤이 더 많이 남는 외산수입품을 국산품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다. 질 좋은 국산품을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게 그리고 외국에 나가는 한국인들에게 들려 보내기 위해서는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산품들도 홍보하고 판매해야 하며, 이 역할이 바로 공기업의 역할이다. 따라서 공기업은 민간기업만큼 많은 수익을 남겨서도 안 되며 잘 팔리는 상품만을 취급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면세특권 부여받은 면세점 사업, 공익에 환원해야

기업은 계속 발전해야 하며 커나가야 한다. <중앙일보>의 지적처럼 "한국 면세점 기업은 아직도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그러나 이미 재벌면세점이 한국 면세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독과점이 너무 심하다.

게다가 재벌 면세점들은 특혜사업을 운영하면서도 그 이익을 대한민국 사회와 공유하고 있지 않다. <중앙일보>가 말하는 경쟁력이 대한민국 경제를 위한 경쟁력인지, 아니면 확실한 독과점 체계 구축을 위한 경쟁력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마저 빼앗으려 한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말이다. 그리고 관광공사는 그 한 섬마저 사적이익이 아닌 관광진흥발전을 위해 재투입하고 있다.

면세사업은 국가가 세금을 걷는 행위를 포기하고 면세특권을 사업자에게 부여한 만큼, 그 수익금은 공익적 재원으로 사용되어야 마땅하다. 그 논리에 의거해 관광공사는 지난 50년 동안 면세사업을 해 오고 있으며 정부의 의도대로 수익금 전부를 공익적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광공사는 왜 면세점에서 철수당해야 하는 걸까? '공기업 선진화'라는 빛깔 고운 포장에 대기업 특혜 또는 특정 민간기업에 대한 특혜가 가시처럼 박혀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재벌가를 지원하기 위한 재벌신문의 충정심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정확한 근거 데이터와 논리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충정심은 도리어 활과 창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면세사업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제대로 된 사실과 데이터를 근거로 한 <중앙일보>의 반론칼럼을 기대해 본다.

▲ 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 한류관 전경. ⓒ한국관광공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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