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통일외교안보 관련 제18대 대통령 선거 공약의 핵심 슬로건은 "평화와 공존으로 안정과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이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통합당 경선과정에서 '남북경제연합을 위한 문재인의 구상'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 한반도에 안보와 협력, 성장이 선(善)순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가 제시한 다섯 가지 과제는 ①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재가동을 통한 '남북경제연합' 실현, ②이를 위한 5개년 계획 수립, ③인구 6억 명 시장의 '동북아협력성장벨트' 형성, ④북의 산업기반 구축을 위한 '한반도인프라개발기구' 수립, ⑤6자회담과 남북미중 4개국포럼을 통한 평화선도 역할 등이다.
문재인 후보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비정상으로 인식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의 대북정책 목표는 "단순히 '이명박 정부보다 나은 정책'이나 단순한 '참여정부 시절로의 복귀'도 아니다. 참여정부를 끝으로 중단됐던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신속한 복원 후에 곧바로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하는 쪽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나아간다"는 것이다.
남북경제연합: 경제분야에서 사실상의 통일로 나가겠다는 구상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뉴시스 |
남북경제연합 구상은 평화협력을 제도화해서 남북연합을 달성하기 위한 전단계로 임기 중에 남북경제연합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남북경제연합 구상은 한반도 경제시대의 개막을 통해 한국 경제의 제2의 도약을 실현하고, 그것을 토대로 평화-경제-안보가 선순환하는 남북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 후보는 남북경제연합 추진 등 남북경제협력 시대를 개척하게 되면 1인당 3만 달러의 국민소득을 올리고 인구 8000만의 한반도 공동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한반도, 중국, 러시아, 일본이 포함되는 인구 6억 명 시장의 '동북아협력성장벨트'를 형성하고, 북한의 산업기반 구축을 위해 '한반도인프라개발기구'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실천공약을 제시했다.
남북경제연합은 역대정부가 이미 북한과 남북경제연합의 청사진과 세부규정이 될 만한 내용들을 상당부분 합의해 놓았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기본합의서 경제협력부속합의서', 김대중 정부에서 '6·15 공동선언'과 '경제협력 4대 합의서', 노무현 정부가 10·4 선언에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구성 등을 합의해 놓았기 때문에 이를 남북경제연합의 밑그림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북측과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곧바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의 신뢰회복을 위한 첫 사업으로서 개성공단을 활성화시키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며, '제2의 개성공단' 조성을 통해 남북경협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인천-개성-해주와 연결하는 황금의 삼각지대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한반도 서해안과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국의 발해만과 산둥반도를 묶는 남-북-중 삼각협력을 실현하여 황해경제권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황해경제권과 함께 동해안에서 철도와 가스관을 연결하여 북방대륙으로 진출하는 동해경제권 구축을 북한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임기 후반기에 남과 북이 그동안 합의한 각종 경제협력합의서들을 집대성해서 '남북간 포괄적 경제협약'을 체결하여 이 협약을 남북경제연합의 법률적인 토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평화와 공존의 문을 열기 위한 한반도 평화 구상
문 후보는 남북경제연합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의 문을 열어가기 위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혔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은 '북핵 불용'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문제를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포괄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문제가 불거진 이후 역대 남한 지도자들은 핵문제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북정책을 펴왔다. 김영삼 정부는 '핵을 가진 자와 악수할 수 없다'고 했지만,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동결 대 보상' 방식의 해법에 동의하고 보상에 동참했다.
김대중 정부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라는 포괄적 북핵 해법을 마련하고 첫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미국의 정권교체로 북핵해결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국정 제1과제로 내세우고 북핵해결에 집중했지만 북한이 핵실험으로 맞섬으로써 북핵해결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비핵'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도 북한의 제2차 핵실험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공개 등 북한의 핵능력 향상을 막지 못했다.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4년여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북핵 우선정책의 실패를 교훈 삼아 북핵과 남북관계 그리고 평화체제 문제를 병행하여 풀어야 한다"고 밝히고, 북핵문제 해결의 3원칙으로 '북핵 불용', '9·19 공동성명 준수', '포괄적 근본적 해결'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입구론' 방식의 선 비핵화 해법이 핵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을 향상시키는 문제를 야기 했다고 보고,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비핵화 진전과 함께 평화체제 구축문제를 동시에 추진해서 최종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 후보는 "북한 핵문제 해결의 최종 종착지는 북한의 핵 포기"라고 밝혀 '출구론' 방식의 북핵해법을 제시했다.
참여정부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한 뒤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 했지만 북핵해결이 지연되면서 임기 말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돼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모두 진전을 이룰 수 없었다.
이러한 반성 아래 문 후보는 참여정부에서처럼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남북관계를 하겠다는 식으로 선후 연계전략을 쓰지 않겠다는 쪽으로 북핵전략을 수정했다. 연계전략을 쓰지 않고 병행전략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문 후보는 임기 초에 북핵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당선되자마자 북한에 특사를 보내 취임식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하고, 곧바로 남북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우리가 먼저 대북특사를 보내는 등 임기 1년차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는 참여정부에서 쌓은 국정운영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문 후보의 참여정부 업그레이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선도외교와 균형외교
근대 이래 동북아 갈등의 역사가 만든 가장 큰 피해지역은 한반도다. 차기 대통령은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미국의 지배적 단극질서 약화 등 미국과 중국의 급속한 세력재편이 이뤄지는 새로운 동북아질서에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외교전략을 통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 후보는 외교적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편중된 미국 중심의 외교로 인해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관계가 악화됐다는 진단아래 한미동맹 공고화와 '균형외교'로 동북아 평화선도국가 역할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6자회담을 항구적인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로 전환하며,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정상화를 지원하여 동북아에서 평화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임기 5년 동안 6자회담 정상화와 다자안보협력체제로의 전환을 이루어내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 번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문 후보 캠프가 구상하는 외교전략으로는 세계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능동외교', 국민 이익을 증진시키는 '통상국가' 전략 등이 있다.
준비된 후보의 실천 로드맵
문재인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세한 통일외교정책의 비전과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참여정부 시기의 국정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시기의 통일외교정책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해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정책 내용을 업그레이드해서 임기 초에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남북경제연합 실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는 구체안들을 로드맵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비전과 철학이다. 문 후보는 화해협력에 관한 비전과 철학이 분명해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확고한 철학과 비전이 있으면 남북관계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대응 수위를 조절해 가면서 큰 틀의 화해협력의 흐름이 손상되지 않도록 정세를 관리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2년 11·12월호(제21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2012 대선후보의 외교안보대북정책 평가'입니다.
* 원제 : 문재인 후보의 통일외교정책: 남북경제연합과 한반도 평화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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