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 실수로 항암제 '빈크리스틴'이 정맥이 아닌 척수강 내로 잘못 주사돼 환자가 숨지는 의료사고가 또 일어났다. 같은 사고로 숨진 고(故) 정종현 군의 유족이 병원 측과 합의하고 유감을 표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림프암 2기 진단을 받은 강미옥(41) 씨가 2차 항암치료를 받다가 레지던트 2년차의 실수로 빈크리스틴을 잘못 주사 받아 16일 숨졌다"고 23일 밝혔다. 강 씨는 총 6차례의 항암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초기암 환자였다.
강 씨의 남편 박재범 씨는 부검을 했고 현재 의료진을 형사 고발한 상태다.
빈크리스틴은 반드시 정맥에만 주사해야 하는 항암제로, 척수강 내로 잘못 주입하면 척수가 녹아내리면서 수일 내로 사망하는 부작용이 있다.
앞서 한 대학병원에서 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던 고(故) 정종현(9) 어린이도 21번째 마지막 치료와 퇴원을 앞두고 빈크리스틴 투약오류로 2010년 5월 숨졌다. 이에 지난 8월 병원 측은 정 군의 유족과 합의하고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주사 한번 맞고 죽은 9살 종현이…"의료사고가 남 일?")
전공의 실수로 같은 의료사고가 두 차례나 난 까닭은 병원의 환자안전 관리체계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의료인력이 지나친 노동강도에 시달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의 절반 이상은 주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 7일 동안 쉬지 않고 매일 14시간씩 일하는 셈이다.
간호사 등 다른 의료계 종사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9일 "의사차등성과급제로 인해 (대형) 병원은 24시간 체제가 돼가고 있다"며 "의료의 질보다는 '더 빨리, 더 많이'에만 초점을 맞추니 직원들의 피로도는 한계에 달했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우리나라 의료를 선도한다는 대형병원들에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환자안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의료사고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병원의 환자안전 관리체계에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보건복지부는 전국 44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환자안전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하고, 의료기관평가인증원도 심각한 기준위반이 확인되면 인증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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