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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결국 철도 민영화 물꼬 트고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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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 정부, 결국 철도 민영화 물꼬 트고 가나?

[기고] 국토부, 역시설·차량기지 환수 추진…이제 팔기만 남았다?

대통령의 임기만료가 코앞에 다가왔다. 모든 정치적 이슈가 대선이라는 블랙홀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이를 노리고 이 정권의 마지막 꼼수가 그 정체를 드러냈다. 그 기수는 이명박 정권 아래 최고의 선봉대 역할을 했던 국토해양부다. 토건왕국 대한민국의 완성을 위해 4대강을 콘크리트로 뒤덮는데 성공한 국토부는 이제 철도의 공공성을 파괴하기 위한 거대한 대못을 손에 들었다.

민영화는 신앙! 국민이 반대하면 4대강처럼 우회전략으로 추진

5일까지 국토해양부장관이 위원장인 철도산업위원회가 서면심사에서 철도공사가 소유하고 있는 역, 차량기지 등의 회수를 결정한다. 사실상 철도민영화의 물꼬를 트고 되돌릴 수 없게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올해 내내 줄기차게 추진되어온 수서발 KTX 민영화가 전 시민적 반대에 부딪혀 주춤하자 국토부가 선택한 방법은 우회전략이다. 잘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민영화의 토대를 튼튼히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국토부의 표현방식대로 하면 이른바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정지작업, 환경조성이다.

철도민영화가 최고의 선이라 여기는 정권과 국토부 철도정책 담당자들의 확신과 열의가 한국철도를 파탄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국토부의 행태를 보면 이완용이 경인철도 부설권을 미국에 넘기는 서명을 할 때 마지못해 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했던 확신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04년 한국철도는 국토부의 철도 구조개혁에 따라 시설부분과 운영부분이 분리되었다. 전자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철도의 건설 등 시설부분을 책임지고 후자는 한국철도공사로 운영부분을 책임지게 되었다. 이른바 철도산업의 상하분리 정책이다. 국토부는 당시 이러한 상하분리가 세계 철도가 가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주장했다.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거대 장치산업인 철도산업이 시설부분의 재정을 부담할 때 운영부분의 수익으로 적자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사실 때문이다. 운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들어가야 하고 또 이를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 산업의 특성상 운영부분의 회계를 명확히 하여 철도운송사업이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책인 것이다. 국토부는 건설은 국가가 책임지는 것으로 운영기관인 철도공사의 부담을 줄여 만성적인 적자를 벗어날 수 있게 하겠다는 논리를 펴며 시설과 운영을 분리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확언과 달리 현재 건설부분의 부채는 선로사용료란 명목으로 고스란히 운영기관인 철도공사에 전가되고 있다. 국토부가 선호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르면 시설과 운영을 분리할 때 많은 나라들은 운영부분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선로사용료를 몇 년간 면제하거나(네덜란드) 대폭 할인함으로서(프랑스, 독일, 스웨덴) 분리의 원래 목적 중 하나인 시설부분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비용부담을 줄여주었다. 과거 국토부의 전신인 건교부에서 시행했던 용역결과에서도 선로사용료의 면제와 할인이 철도운영기관의 중요한 자립기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최고의 선로사용료를 부담시켜 시설부분의 국가책임이란 약속을 저버리고 운영부분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

결국 이런 현실은 운영기관이 마치 부실경영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민영화를 통한 효율화가 대안인 것처럼 선전하기에 좋은 모양새가 된다.

ⓒ철도노조

철도, 재벌과 외국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

이제 민영화는 단순하게 효율적인 민간경영을 통한 경영개선이란 과거의 고전적인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자본의 국경이 사라진 자유무역시장에서 민영화는 토건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이고 또 이들 자본의 구성에서 국적 따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부분일지라도 거대자본들이 진출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창출(지하철 9호선)하면 되고 설혹 손해가 나더라도 매각차익을 챙겨 사업에서 철수(인천공항철도)하고 손실은 사회에 전가시키면 되는 보기드믄 안전한 사업대상이 바로 민영화이다.

지금 국토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철도공사 소유의 역시설, 차량기지 등의 환수는 무엇을 의미하나? 철도공사의 사업영역을 기능적으로 분리하고 핵심적인 사업부분을 무력화해 사실상 전반적인 민영화의 수순을 밟기 위한 것이다. 전 세계 철도 운영국가 대부분이 운송사업자가 소유하고 있는 역사 및 차량기지 등 운영자산을 빼앗으면 철도공사는 단순히 열차 운행만 담당하는 역할만 책임지게 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해 외교통상부가 협상에 참여한 WTO 정부조달협정에 관여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업영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개방대상을 밝혔는데 여기에 역시설의 운영이 포함되어 있다. 철도공사소유의 역을 빼앗아 시설공단으로 넘기면 시설공단에서는 입찰을 통해 역이나 차량기지의 운영권을 국내외 자본에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몇 가지 입찰 절차만 거치면 아주 간단하게 경영권이 넘어간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유럽 및 일본의 철도 선진국들은 한국철도의 전면개방을 끈질기게 요청해왔다. 김대중 정권이 등장함에 따라 남북화해모드가 형성되고 철도가 연결되면 이 철도가 결국 중국이나 러시아 철도와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륙철도로의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철도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마치 구한말 한국철도의 부설권을 얻기 위해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의 나라가 경쟁을 했던 일이 떠오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철도에 대한 개방을 억제해왔던 기조가 철도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의 주도로 완전히 무너지고 개방체제로 변화하였다.

이미 지난 3월에 협상이 완료되어 국회비준을 앞두고 있음에도 번역이 안 끝났다며 제대로 된 정본 번역문조차 없는 WTO 정부조달 협상의 특이한 점은 철도분야에 구체적인 사업분야를 제시하고 이를 개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렇게 이례적인 협정 내용을 담은 WTO 정부조달 협상 시기는 지난해로 정권과 국토부에 의해 수서발 KTX 민영화 추진 시기와 맞물린다. 이 정권은 철도산업에 대한 전면적 민영화를 전제로 철도 정책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WTO 협정문 부속서 3에 대한 주석에 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조달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은 △일반철도 시설의 건설 및 조달 △일반철도 설계를 포함하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일반철도 시설의 감독 △일반철도 시설의 경영으로 철도산업 전반에 대한 개방을 약속했다.

이 협정문의 내용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다. 이미 국토부의 2중대라는 소리를 들으며 거액의 홍보비와 댓글 강요 등으로 KTX 민영화에 앞장서온 정부산하기관인 시설공단의 사업분야를 개방하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로부터의 역시설 및 차량기지 등을 이관받아 관리하게 되는 기관이 바로 철도시설공단이다. 결국 국가의 주요 자산이자 철도 운영에 있어 중요한 장치들을 빼앗아 민영화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철도산업 규모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새롭게 도약하는 단계인데 국토부의 이런 조치는 결과적으로 한국철도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더 이상 한국철도의 꿈을 절단하고 토막 내선 안 돼

사실 역사 등 시설의 철도공사 운영은 국토부가 철도의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서 적극 장려하던 부분이었다. 철도청시절 공사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국가기간산업이기에 원활한 사업을 할 수 없어 적자가 쌓이니 공사로 전환하여 역사를 이용한 부대시설의 활용 등으로 철도 경영수지를 개선하는 것이 철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 바로 국토부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역은 철도 시설이기에 철도 운영기관인 철도공사가 맡으면 안 되고 시설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지만 철도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 볼 때에는 참으로 황당한 억지주장임을 알 수 있다.

철도시설 중에도 역이나 차량기지는 철도운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승객들은 잘 모르지만 열차가 정차하는 위치조차 역사의 에스컬레이터 가동 위치나 승객들의 이동 동선을 고려해 조정되고 역사의 개량공사나 확장 공사를 할 때도 이용자들의 안전 등을 염두에 두고 열차운행선로나 도착 승강장이 변경된다. 역의 매표창구나 상업시설의 배치 등도 승객의 이용편의성과 유사시의 안전 등을 고려해 운영기관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철도차량이 정비되는 차량기지는 더할 나위 없다. 차량정비의 프로세싱 자체가 차량기지의 시설 설비와 맞물려 돌아가게 되어있고 이런 시설은 새로운 차량의 도입이나 환경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화할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철도 운영기관이 역과 정비기지와 운송시스템의 조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토부만 모른 채 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민영화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이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체제를 그리다 보니 파생되고 있는 문제다. 민간회사가 편하게 입찰해서 운영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토막 내고 절단해서 팔아먹겠다는 것이다. 철도와 같은 네트워크 산업은 상호 연결과 호환이 생명이다. 네트워크의 단절은 결국 전체의 부실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토부의 방침은 대륙철도를 달리고 싶은 한국철도의 꿈을 가차 없이 절단하고 토막 내고 있다.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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