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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민영화하면 1만5000원 할인? 이변 없인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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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민영화하면 1만5000원 할인? 이변 없인 불가능!"

[기고] KTX값이 비행기값과 비슷하다고 속이는 국토부

KTX 민영화 문제가 안개에 싸였다. 지난 9일 일간지에 "KTX 민영화 여론 역풍에 멈춰 설 듯"이란 보도가 나가자마자 국토해양부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며 민영화 추진 중단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민영화된 KTX를 개통해야 한다며 연초부터 민간 사업자 선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국토부의 발걸음이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 공은 새로 열릴 국회로 넘어갈 것이고 이에 따른 국토부의 움직임도 기민해졌다. 국토부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민영화를 밀어붙였다는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국민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 전 방위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철도의 미래는 19대 국회 개원과 맞물려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권과 재벌 대 시민들의 싸움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 따라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국민을 속이는 이 정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

국토부는 민영화 추진 초기부터 준비 부족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에 소위 '경쟁체제를 통한 철도 효율화의 진면목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대대적인 철도민영화 필요성에 대한 선전을 펼치고 있다. 지하철 안내 전광판이나 고속도로나 국도의 교통안내 판에도 20% 요금 할인을 내세우며 KTX 민영화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미 보도를 통해서 논란이 됐던 SNS 조작을 통한 여론 왜곡도 서슴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정부의 관료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회의가 들 정도다. 국토부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제일 먼저 KTX 민영화의 필요성을 알리는 팝업창이 뜨고 장관이 민영화 추진 의지를 밝히는 언론 기고 시론이 앞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또한 자체 운영 블로그를 통해 KTX 민영화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토부가 밝히고 있는 선전 내용의 상당수가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거짓으로 점철됐다는 사실이다. (☞ 관련 기사 : 국토부, KTX 민영화 찬성 '트위터 도배' 지시)

정부가 자신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지켜야할 도리가 있으니 그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성과를 부풀리고 문제를 축소할 때 나중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결국 국민들이 짊어질 몫이 된다.

▲ 국토부 홈페이지의 선전 내용

코레일보다 싸면서 4000~5000억을 국가에 내고 수익도 챙기는 민영회사?

국토부는 홈페이지 선전을 통해 수서발 KTX가 민영화될 경우 현재 철도공사 요금보다 1만5000원 싸진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시종착역인 서울-부산 간을 예로 든 것 같은데 현재 서울-부산 간 KTX의 평일 요금이 5만3300원이다. 여기서 1만5000원을 할인하면 3만8300원이다. 할인율이 28%가 넘는다. 그런데 국토부는 초기에 20% 요금 할인 주장을 펴다가 슬그머니 사업제안서에서는 10% 할인 기준에 참여업체가 1% 인하를 제시할 때마다 10점씩 15%한계까지 최대 50점의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바꿔 버렸다.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나서는 민간기업들이 최고수준인 15%를 할인해도 7995원을 할인할 수 있을 뿐이다. 사업제안서에 근거해도 불가능한 액수를 버젓이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국민들을 속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처럼 30%에 가까운 할인액에 운송수입대비 최소 40%의 선로사용료로 연간 4000억에서 5000억을 민간사업자로부터 받겠다고 했는데 이 예측이 실현되기 위해서 수서발 KTX의 이용객이 얼마나 늘어야 한다고 추정하는지 알고 싶다. 사업제안서에서 밝히고 있는 예상 이용객수를 100% 충족시킨다고 해도 불가능한 수치다. 게다가 이 사업제안서의 예측 수요는 터무니없기로 유명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예측수치이다.

2011년 철도공사가 제공한 좌석공급량은 15만4000석 정도로 1조3000억 원의 운송수입을 올렸다. 사업제안서에 나와 있는 수서발 KTX의 편도 1일 운행횟수는 51회가 기준이다. 운행횟수 전체를 만석으로 다 채워도 6만3000석 정도인데 이 경우 예상 수익은 56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이 낼 수 있는 선로사용료는 정부가 주장하는 4000~5000억 원이 아니라 그 절반 수준인 25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호언장담하는 높은 선로사용료 회수로 건설부채를 갚는 다는 말이 사업제안단계에서부터 불가능하게 설계되었다.

게다가 사업제안서에 나와 있는 수서발 경부선과 호남선의 운행횟수는 각각 27회와 24회로 대등한 수치다. 현재 유일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경부선에 비해 이용객이 적은 호남선의 운행 횟수는 약 2:1의 비율이다. 수서발 KTX가 예측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호남선 승객의 폭발적인 증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수서발 KTX는 코레일이 여수, 순천, 광양 등의 전라선 지역에서도 일반선과의 호환성을 이용해 고속철도 수요를 감당하는 데 비해 오직 광주와 목포를 기점으로 한 호남선 이용객만 유치할 수 있다. 향후 인구 동향을 보면 한국의 인구증가추세는 정체를 지나 하락세로 진입할 것이라는 게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이다. 게다가 지방분권화의 수준도 미미한 상황에서 수서발 호남선의 이용객이 경부선 이용객에 육박할 수준으로 증가한다는 분석은 수서발 KTX 민영화의 성공에 꿰맞추기 위한 비상식적 전망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역발 경부선 운행편수를 줄여 민영회사에 배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운영사가 관리하는 철도 관제권을 제3기관이나 정부로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이고 경쟁을 통한 효율화인가?

국토부가 자행하는 심각한 왜곡은 항공사와의 요금 비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항공을 이용할 때의 요금은 운임과 유류할증료와 공항이용료가 모두 이용자의 몫이 되기 때문에 항공사가 제시한 기준 운임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운임만 단순 비교하여 항공사의 요금과 KTX 요금이 차이가 별로 없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게다가 항공요금은 상대적으로 값이 싼 주중 표준운임을 적용했고 KTX 요금은 주중 표준요금이 아닌 가장 높은 요금인 주말 할증요금으로 표에 제시하고 있다.

▲ 국토부 홈페이지 교통수단간 요금 비교 표

그렇다면 현재 서울-부산 간 항공사와 KTX의 요금은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 대한항공 홈페이지와 철도공사 홈페이지에 가서 각각 주중과 주말의 같은 시간대 표를 예약해 보았다.

▲ 서울-부산간 주중 항공이용 비용은 8만1800원이다.
▲ 서울-부산간 주말 항공이용 비용은 9만1300원이다. ⓒ프레시안

국토부가 왜곡해서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 서울-부산간 항공비용과 KTX요금 비교(단위:원)-대한항공과 코레일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짓까지 서슴지 않는 관료들의 행태에 지난 수 십 년간 우리 국민들은 속아오고 고통받아왔다. 정부가 추진한 사업들이 사업추진 전 예측한 대로만 귀결되었다면 한국은 지상 낙원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를 예측한 많은 사업들이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 반복되는 동안 사업에 참여한 소수의 이익 뒤에는 국민들이 고통을 짊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어왔다. 지금 국토부를 앞세워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KTX 민영화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뻔히 보이는 사실마저 왜곡하며 국민을 속이려 드는가? 이런 파렴치한 정권과 관료들에게 국가 기간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정책을 맡기는 게 과연 올바른 길인가? KTX 민영화를 막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속이는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는 마피아적 관료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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