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게인스빌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 교회의 존스 목사는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으로선 (코란 소각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코란을 불태우는 목적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에 대한 주의를 끌기 위한 것이라면서 비난만큼 많은 격려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9월 11일에 코란을 불태우겠다는 계획을 지난 7월부터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무례하고 수치스러운 행동"이라며 그를 비난하는 등 질타를 받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를 따르는 신도들도 "우리는 (코란 소각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요청하신 일이라고 믿는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 교회는 평소에도 '이슬람은 악마의 것'이라고 쓴 표지판을 세워두는 등 극단적인 반(反) 이슬람 성향을 보여 왔다.
▲ 테리 존스 목사가 오는 11일을 '코란 소각의 날'로 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하지만 존스 목사의 반 이슬람 성향이 기독교에 대한 열정을 입증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그의 극단적인 행동은 많은 기독교인들에게조차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게다가 그의 교회가 사이비 종교집단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돼 코란 화형식은 그야말로 퍼포먼스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존스의 첫 결혼에서 태어난 딸 엠마는 지난해 아버지의 교회에 대해 '사이비 종교집단'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8일 전했다. 엠마는 "교회 관계자들은 '만약 순종하지 않으면 하느님이 벌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들이 정신적인 폭력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존스가 신도들을 자기 공장에서 무급으로 일을 시켰으며, 명령에 불복할 경우 성경에서 가장 긴 시편 119편을 직접 옮겨 쓰게 하는 등 엽기적인 벌칙을 내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존스에 불복해 결국 교회에서 쫓겨났다는 한 신도는 자신과 다른 신도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존스 부부가 소유한 골동품 가구 공장에서 매주 72시간의 무임 노동을 했었다고 현지 언론인 <게인스빌 선>에 말했다.
이 신도는 존스 목사가 루이지애나주 슬라이델의 30만 달러짜리 집과 플로리다주 템파의 별장용 아파트를 오가는 동안 신도들은 존스 소유의 값싼 월셋집에서 지냈다고 증언했다. 존스 목사는 신도들의 무급 노동으로 번 돈 가운데 어느 정도가 교회에 기부되는지에 대해 밝히길 거부하면서 "최소한 어느 정도는 기부된다"고 해명했을 뿐이다.
이러한 '사이비 행각'과 함께 존스가 실은 종교에 무지하다는 증거도 발견되고 있다. 존스 목사는 1983년 캘리포니아 신학대학원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학교 측은 이 사실을 즉각 확인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 방송이 입수해 보도한 존스 목사의 법정 진술 녹취록에서 그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그에 대한 지식은 주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접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도 위험" 경고
이런 기괴한 행보의 연장선상에 코란 화형식 계획이 놓여 있다. 코란을 신의 말씀으로 여기며 신성시하는 무슬림들의 분노가 불 보듯 뻔하지만, 존스 목사는 이 계획을 언론 인터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때문에 일종의 '교회 홍보가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된다. 신도 50명 수준인 작은 교회가 전 세계 명사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홍보라면 성공한 셈이다.
클린턴 장관은 8일 미 외교협회(CFR) 초청 연설에서도 "(그런 행동은) 터무니없고 비도덕적"이라고 말했다.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각각 우려를 표명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보수단체의 표심을 노리는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주 주지사도 이 계획에 대해선 "그라운드 제로에 이슬람 모스크를 짓는 것처럼 불필요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이슬람 사원을 세우는 계획의 반대에 앞장서 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등도 코란 소각 계획을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피터 맥케이 캐나다 국방장관 등 미국 바깥에서도 종교의 자유라는 가치를 내세운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도 "누군가 다른 누군가의 경전에 그런 짓을 한다는 데 뭐라 할 말이 없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코란 화형식에 대한 비난은 종교적인 문제 말고도 현실적인 이유에서 나오는 것이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은 7일 <AP> 통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란을 태우는 사진은 아프간과 전 세계 극단주의자에 의해 대중선동과 폭력조장 목적으로 이용될 것이 분명하다"며 "코란 소각에 따른 후유증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코란이 불태워졌다는 것만으로도 무슬림들의 엄청난 항의 시위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실제로 코란이 불태워진 것으로 확인되면 우리 병사들과 민간인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며, 임무 달성도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6일 격렬한 반미 시위가 발생했다. 무슬림 수백 명은 카불의 한 모스크 앞에 모여 성조기와 테리 존스의 인형을 불태우고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아프간에서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2005년의 격렬한 반미 시위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시위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수사관들이 코란을 1장씩 뜯어 변기에 물을 내려 보내는 방법으로 수감자를 회유했다'는 보도로 촉발됐다.
미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
하지만 게인스빌 행정 당국 차원에서 코란 화형식을 원천 봉쇄할 방법은 없다. 옥외 소각행위는 시 조례 위반이라 위반시 250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그뿐이다. 미 수정헌법 제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존스의 행동은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명시한 미국의 헌법에 의해 보호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결국 존스 목사의 결정이 관건이다. 그는 강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자진 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고있다. <CBS>는 존스가 "코란 소각 계획을 놓고 계속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존스 목사는 또 "우리는 분명히 모든 이슬람교도들을 모욕하고 있지만, 우리가 주는 상처는 (받은 상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다", "코란 소각이 아프간 주둔 미군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의 걱정을 이해한다"는 비교적 누그러진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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