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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승부사' 홍명보, 브라질 버려 일본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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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승부사' 홍명보, 브라질 버려 일본을 준비했다

[런던올림픽] 올림픽 축구 한일전, 다시 볼 수 없는 경기

오늘(8일) 새벽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좀 더 큰 점수 차로 브라질에 패배하고 말았다. 결승에 올라가 은메달을 확보하고 우리 선수들이 병역면제라는 특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결국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우리는 더 큰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결승전에 무난히 안착할 것으로 보였던 일본이 멕시코에 1-3으로 덜미를 잡히면서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앉고 말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먼 영국에서 한일전이라는 빅 매치가 열리게 되었다. 양 팀 선수들 모두 부담이 되겠지만 올림픽에서, 그것도 동메달 결정전에서 애초에 생각지도 못한 경기가 성사되어 우리도 역시 부담감과 동시에 큰 기대감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겠다.

와일드카드 못 쓴다

'신의 한 수'로 평가받았던 김창수가 영국전의 골절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올림픽은 그야말로 김창수의 재발견이었다. 포백라인의 한 축을 담당했고 공격과 수비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김창수의 이탈은 그래서 더 뼈아팠다. 물론 대체 자원인 오재석 선수가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지만, 브라질전은 김창수가 그리웠던 경기였다.

이에 더해 정성룡 선수도 영국전에서 다쳐 브라질전에 나설 수 없었다. 후보 골키퍼였던 이범영 선수를 비난만 할 수 없는 경기지만, 브라질전 0-3 대패는 왜 홍명보 감독이 경험 많은 정성룡을 와일드카드로 뽑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줬다.

다행히 정성룡은 이번 일본전에 복귀가 가능하다. 복귀해서 정상적인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풍부한 경험으로 수비라인을 이끌면서 선방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부상 이후 짧은 기간 안에 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무리해서 출장했다가 어이없게 모든 걸 잃어버리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아마도 홍명보 감독은 마지막까지 정성룡의 복귀를 두고 장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 시각) 오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런던올림픽 축구 준결승전이 열린 가운데, 한국의 패배로 경기가 끝나자 일본 축구팬들이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오는 10일 웨일즈 카디프에서 한국은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다투게 됐다. ⓒ뉴시스

일본도 지쳤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거칠 것이 없었던 일본은 4강까지 단숨에 올라왔다. 예선에서 스페인을 꺾었고 8강에서 대승을 거둔 경기를 생각해 봤을 때 일본이 멕시코에 패배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특히나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이 결승 진출에 성공하면서 남녀 동반 결승 진출이라는 꿈을 잠시나마 꿔봤던 일본이었기에 정신적인 충격은 우리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마지막 멕시코 경기에서 출혈이 컸다. 먼저 득점을 하고도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마지막 세 번째 골은 추가시간에 실점했다. 1-2로 뒤지고 있는 동안 동점을 만들기 위해서 있는 체력, 없는 체력을 다 끌어썼던 일본이었다. 일본은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결승행을 위해 무리할 수밖에 없었고, 세 번째 골을 실점하기 전까지는 결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다.

한국과 대결하기 전에 일본은 갑자기 떨어진 선수단의 사기도 올려야 하고 체력적으로도 잘 준비해야 하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이미 한일전을 준비했던 홍명보

두 번째 골을 실점하자마자 홍명보 감독은 구자철을 빼고 정우영을 투입했다. 물론 축구에서 두 골 차이는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는 점수차다. 하지만 브라질을 상대로 모든 선수와 체력을 다 써가면서 겨우겨우 비겼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고 결승 진출이 보장되진 않는다.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가 이어진다. 이기면 다행이지만 이렇게까지 하고도 패배한다면 한일전에서 희망을 보기 힘들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 때문에 예선 때부터 환상적인 활약을 해주었던 대표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 구자철을 교체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박주영과 백성동의 투입도 다분히 한일전을 겨냥한 결정으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 교체로 지동원의 체력을 안배했고, 한일전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줘야 하는 박주영과 백성동의 경기감각을 높이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신경을 쏟았다.

홍명보 감독은 차가운 감독이었다. 브라질을 상대하면서 냉정함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점을 할 때마다 더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전술적인 변화와 적절한 교체카드로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지략과 행동으로 우리에게 보여줬다. 이제 우리에게는 홍 감독의 시나리오대로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한국 팀의 마지막 경기인 한일전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승리를 즐기자!

우리 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은 자신들의 기량을 100퍼센트 발휘하면서 동메달 결정전까지 왔고, 이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결승 진출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가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열리는 한일전에 대한 기대로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절대 이 경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장담하건대 앞으로 10년 안에 이런 대형 한일전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한 경기만 승리하면 동메달을 획득할 수 있고 그 상대는 일본이다. 사상 첫 메달을 축하하는 자리에 일본이라는 전리품은 너무나 훌륭하다. 난 멋진 승리를 어서 빨리 즐기고 싶다.


▲7일(현지 시각) 오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런던올림픽 축구 준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이 0-3으로 패배했다. 홍명보 감독이 그라운드를 나서며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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