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MBC, 업무 복귀하자마자 노조 조합원들 '보복 인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C, 업무 복귀하자마자 노조 조합원들 '보복 인사'

김재철, 노조에 곧바로 "강경 대응" 입장 밝혀

MBC가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대대적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보복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MBC는 17일 조직개편을 단행해 인사발령을 냈다고 밝혔다. 노조가 파업을 잠정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선언한 날이다.

그런데 156명의 인사발령 대상자 중 파업에 참여했던 50여 명은 언론에 알려진 인사발령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기존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부서로 배치됐다. 인사발령 시 노조와 협의하고 사전에 통보하도록 한 단협 조항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미 징계를 받은 인원 98명을 더하면 150여 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복귀 후에도 제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됐다.

파업 참여 인력 상당수 업무 무관 부서로 배치

주요 발령 대상지는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 서울경인지사, 중부권 취재센터, 사회공헌실, 미래전략실 등이다. 중부권 취재센터는 세종시 출범에 맞춰 지역 취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한 곳이며,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은 대표적인 외주 관리 센터다.

<PD수첩> CP를 맡았던 조능희 PD는 교양제작국에서 사회공헌실로 전보 조치됐다. 역시 <PD수첩>에 참여한 바 있는 송일준 PD와 오동운 PD는 외주제작국에서 각각 미래전략실과 신사옥건설국으로 전보 조치됐다. <PD수첩> 제작진들이 자신의 기존 업무와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돼, 징계성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교양국 조합원 55명 중 절반에 가까운 21명이 업무에서 배제됐다.

아나운서 조합원들도 대거 징계 명단에 올랐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사회공헌실로, 허일후 아나운서는 미래전략실로 발령 받았다. 김상호, 김범도 아나운서는 서울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 조치됐다. 이에 따라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37명 중 11명이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게 됐다.

보도국에서는 부문별로 가장 많은 20명이 노조가 보복인사로 규정한 인사발령 대상에 올랐다. 박소희 기자와 이세옥 기자는 각각 서울경인지사 인천총국과 서울경기지사 제작사업부로 전보 조치됐다. 이들 외에도 상당수 기자가 취재와 전혀 상관없는 부서로 배치됐다. 이미 30명이 징계를 받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보도국에서만 50여 명이 취재에서 제외된 셈이다. MBC 노조는 "취재인력이 100명을 조금 넘는 상황을 감안하면, 전체의 절반가량이 업무에서 축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업무를 담당해야 할 스포츠 제작단에서도 조합원 8명 중 한 명이 이미 대기발령 상태에 더해, 이번 인사로 4명이 용인 드라미아 개발단 등에 배치됐다. 절반도 안 되는 3명의 조합원만 업무에 복귀한 셈이다.

노조 "편파방송 외길 보여준 인사"

반면 새로 방송제작 업무에 투입되는 인사들은 MBC 보도의 공정성을 더 흐릴 우려가 높은 인물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이번 인사로 새 보도국장에는 황용구 전 논설위원실장이 임명됐다. 황 보도국장은 선거방송기획단장으로 전보 조치된 황헌 전 보도국장(21기)보다 두 기수 선배다. <시사매거진 2580>에는 심원택 신임부장이, <PD수첩>에는 배연규 부장이 임명됐다. 심 부장은 파업 당시 MBC 노조(언론노조 소속)를 비판하는 공정방송노조 활동을 해 제작진과 마찰이 예상된다. 배 부장은 지난해 <PD수첩> 팩트체커 팀장을 하며 제작진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김현종 시사제작국장, 김철진 교양제작국장과 보도국 소속 김장겸 정치부장과 최기화 편집부국장, 문호철 편집1부장, 박용찬 기획취재부장 등도 노조와 보도 논조를 두고 그간 갈등을 빚어왔다. 보도 문제로 다시금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MBC 노조는 "(사측이) MBC 뉴스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 청와대 나팔수 노릇을 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은 이번 보복 인사를 통해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라는 국민적 열망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MBC 홍보국 관계자는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므로 '보복성 인사'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회사가 적절한 판단을 해 인사 발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회사 비판 시 "엄중 대응" 경고

이와 관련, 김재철 MBC 사장은 노조의 업무복귀 첫 날인 18일 오전 간부회의 직전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배포해, 노조와의 갈등 국면이 길어질 가능성을 예고했다.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하는 날 곧바로 강경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노조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바로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회사는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도 않거니와 노조에게 '부당하다'고 판결을 내릴 기준과 권한도 없다"며 "보직자들의 지시를 거부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회사는 조직을 분열시키는 위협적인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라 엄격히 대처할 것"이라며 피케팅, 시위 등을 예로 들어 "사내외에서 일어나는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한편 "어려운 가운데서 MBC 직원으로 입사해 기자로, 또 뉴스 피디로, 앵커로 땀 흘리며 일해 준 새 가족들"이 "정치파업의 와중에" 큰 일을 해줬다며 경력직 채용 인사들을 격려했다. 노조는 파업 기간 이들이 "사실상 대체 인력으로 투입"됐다고 규정하고 비판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