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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의 죽음,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쌍용차, '죽음의 행진'을 멈춰라] 정리해고 제도 및 행정의 개혁과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가 천 일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동안 무려 22명의 해고노동자 및 가족이 해고의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진단하는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이번 기고를 통해 여러 전문가들이 다각적인 시선에서 쌍용차 사태의 원인을 진단하고, 사회적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전체 종업원의 37%에 달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한다는 그 정리해고 규모도 놀라운 것이었고, 노동조합이 77일간의 장기간 파업이 상징하듯 노사합의 없이 대규모 대량해고가 추진되었다는 것도 서규유럽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었다.

대규모 희망퇴직, 정리해고, 무급휴직 이후 22명에 달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이 자살하는 등 대책 없는 정리해고로 인한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의 심각성도 자신이 직접 겪지 않는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욱 더 실망스러웠던 것은 고용노동부가 보여준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소극적인 노동행정이었다. 대규모 해고를 사전에 막거나 줄이기 위한 예방행정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정리해고 이후 사업장이 정상화되어 신규 근로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전방위적인 노동행정의 부실이 보여지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5조나 단체협약에서 정한 무급휴직자, 정리해고자에 대한 우선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데도 고용노동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는 다른 서구유럽국가들에서 보여지는 적극적인 노동행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의 구조조정 사건에서 독일정부는 대량해고를 막기 위하여 노동시간 단축이나 휴직 등을 유도하고 줄어드는 임금에 대하여는 50%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노사가 정리해고를 최대한 회피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합의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동복지정책을 보여주었다.

프랑스 정부도 대량의 정리해고를 하려고 할 때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에 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인 주35시간 미만으로 단축하거나, 일부근로자들을 휴직하게 하고 줄어드는 임금을 지원하는 소위 부분실업제도를 통하여 대량해고를 최대한 막으려는 적극적인 노동행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에서 정리해고의 정당성의 요건을 심사하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정부의 노동복지정책 지원을 수용하여 노동시간단축, 근로조건변경 등을 통한 해고회피 노력을 적극적인 노력을 하였는가는 중요한 심사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사건을 보면,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지원 가능한 고용유지지원금의 15% 정도만이 사용되었을 뿐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인 휴업수당과 휴직수당의 경우에 사용자는 2008년 12월부터 2009년 4월까지 휴업수당 총57억원, 휴직수당 5.7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쌍용자동차 노사가 정리해고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2009년 8월 6일까지 겨우 휴업수당 9억원, 휴직수당 1.6억원만을 지급받았을 뿐이었다. 사용자는 휴업수당, 휴직수당 등 고용유지원금을 지원받아 해고회피의 노력을 하기 보다는 정리해고를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으나, 정부의 노동행정은 사용자가 신청하지 않는데 어떻게 개입하느냐는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가능한데도 이러한 고용복지적 정책지원을 받아 조업단축과 무급휴직 등의 해고회피 노력을 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강행하거나 규모를 확대한다면 해고회피의 노력이 다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흠결이 있을 수 있다. 노동부도 2009년 5월 26일 정리해고의 절차 및 요건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쌍용자동차 사용자측에 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그 당시 정리해고에 관한 훈령이나 예규 등 구체적인 행정지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구유럽국가의 정리해고법제에서 해고회피 노력이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독일은 우리의 "해고회피의 노력"의 요건에 해당하는 "해고 대상자에 대한 재교육, 훈련 또는 근로조건의 변경을 통한 계속 근로"의 노력을 사용자가 하지 않은 경우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의 요건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정리해고 전에 사용자는 직업향상 교육과 적응조치에 대한 노력을 선행해야 하고, 기업차원에서 근로자에게 근로자의 기존 일자리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 일자리, 또는 이러한 일자리가 없을 경우에는, 그 보다 낮은 가치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해고회피의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해고대상 근로자를 다른 직종이나 사업장에 재배치하는 해고회피 노력과 재배치가 불가능한 해고대상 근로자에 대해서 직업훈련의 실시나 직업알선 직업훈련기간 중 임금보전 등 전직지원 내지 고용유지 등의 계획과 사업장이 정상화되었을 때 해고근로자를 우선고용할 의무를 포함하는 사회계획(Social Plan)은 밀접히 결합되어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대량 해고전에 이러한 해고회피 계획과 사회계획에 관한 내용을 노사간 합의하고 노동관서에 이러한 해고회피 계획과 고용유지, 전직지원 등의 사회계획을 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리해고 전에 미리 사업장 또는 기업내의 다른 사업장으로 재배치를 위한 직업능력향상 교육 등이 실시되거나 다른 직장으로 전직을 원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직업훈련계획이 수립되거나 직업훈련업체와 직업훈련위탁계약이 체결되어야 하고, 필요하면 최종 정리해고 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전직이나 자영업 창업 등을 위한 개별 근로자에 대한 상담과 직업알선 등이 해당 기업 차원이나 노동행정의 지원이 결합되어 수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이 해고회피의 노력인데, 한국의 경우는 정리해고 보다는 퇴직금 등의 보상이 좀 더 많은 희망퇴직이 사실상 해고회피 노력의 주된 내용이 되고 있다. 희망퇴직자에 대한 직업훈련, 창업지원 등의 프로그램이 사전에 추진되지는 않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의 경우, 77일간의 파업을 종료하면서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정리해고 회피 노력으로 영업직군을 신설해 직무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면 전직지원금 월55만원을 지원받으면서 전직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이러한 해고회피 노력이 사전에 계획되지 못하였다.

이렇게 서구유럽국가에서는 노동행정의 핵심을 이루는 전직지원제도가 정리해고 전에 사전에 계획되어 운영되지 못하다 보니, 쌍용차 자동차 사건의 경우 재배치, 전직훈련, 재취업 알선 등 사회계획(Social Plan)으로 추진된 사업들의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단체협약에서 합의된 영업직 전직이 된 근로자는 1명뿐으로 사실상 해고회피나 고용유지 노력으로는 실효성이 없었다. 노동부가 시행한 전직지원 서비스도 실효성이 낮아 2011.3까지 희망퇴직자와 해고자 2652명 중 749명(28.2%)만이 재취업을 하거나 188명(7.0%)이 자영업으로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해고는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해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영상의 어려움 등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경영상의 어려움이 극복되고 사업장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가 각국마다 입법이나 단체협약 등을 통하여 보편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사업장 정상화로 신규채용할 때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채용한다는 내용을 해고사유에 기재하도록 하거나, 신규채용시 사용자가 해고 근로자에게 우선 채용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도록 하고, 프랑스의 경우에는 이러한 사용자의 해고근로자 우선재고용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일정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25조도 이러한 보편적인 입법례를 본받아 정리해고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근무한 업무와 동일한 업무에 신규채용을 하는 경우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우선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2007.4.11.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의 구근로기준법 제32조는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훈시규정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구 근로기준법에 의한 판례는 사용자가 경영적 판단에 의하여 신규채용시 해고된 근로자가 아닌 다른 근로자를 우선 채용하였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였으나, 207.4.11.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25조는 위와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수준의 훈시규정을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전환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고용노동부도 이러한 법규정의 전환으로 근로자 보호 및 고용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서는 이러한 정리해고자 우선재고용 조항이 아무런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2009년 8월 6일 노사합의에서 무급휴직자에 대해서는 1년 경과 후 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경영상태가 호전되어 신규인력이 발생할 경우 무급휴직자, 희망퇴직자, 영업전직자를 복기, 채용한다는 등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으나, 2012년 쌍용자동차는 평균가동율이 78%로 사실상 정상화되어 신규인력까지 채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급휴직자나 영업전직자의 복귀나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 등에 대한 우선재고용 의무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신규 채용하는 근로자가 생산직이 아니라 생산연구직, 영업직 등으로 무급휴직자나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 등이 담당했던 종전의 업무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2012년 쌍용자동차의 채용공고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고 있으나, 정리해고자에는 생산직 뿐만 아니라 연구, 영업직의 근로자도 포함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업무라는 것이 직전의 동일업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해고의 회피노력으로 시행되는 전환배치시 재배치될 수 있는 업무까지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볼 때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2009년 8월 6일 단체협약에서 생산직을 영업직으로 전환하여 해고를 회피하기로 하고 실제로 생산직 중 일부가 직무연수 후 영업직으로 전환하였던 사례가 있는 만큼, 다른 무급휴직자, 희망퇴직자 중에서도 영업직으로의 재고용을 원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우선고용의무가 있다고 보여진다. 법리적으로도 정리해고의 "해고 회피의 노력"의 요건과 우선재고용의무는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니 만큼 우선재고용의 대상이 되는 종전의 업무의 범위에는 해고 회피의 노력으로 시행되는 전환배치 업무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실무에서 근로기준법 제25조의 우선재고용 조항이 전혀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정리해고 전에 사전적으로 전직지원협정 등의 사회계약의 내용이 미리 계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서구유럽처럼 사회계획이 정리해고 전에 노사간의 합의로 수립되어 노동부의 승인이나 확인절차를 밟도록 하면 그 규범력이 높아질 것이다. 정리해고된 근로자는 정리해고 후 일정기간내에 재취업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고 사용자는 정기적인 채용통지 의무 등을 부과하여 우선 재고용의무의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이를 위반할 경우 프랑스 등의 예처럼 이러한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 등 강제할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러한 손해배상 등의 제재규정도 도입되어야 한다.

▲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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