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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150일, 김재철은 왜 요지부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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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150일, 김재철은 왜 요지부동인가?

김재철 사장 교체, 정치권 움직임 가시화

27일로 파업 150일을 맞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의 투쟁은 언론 노동자 투쟁의 상징이 됐다.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서명이 이어지고,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이들 파업의 정당함을 옹호한다. 심지어 지난 18일부터는 주부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 '82쿡닷컴'에서 조합원들을 응원하는 밥차 마련 기금 모금 운동까지 일어났다.

정치권의 언론 투쟁에 대한 관심이 MBC에 쏠리는 이유다. 여당, 보다 정확히는 '사실상 여당이 된' 친박계 내부에서까지 MBC 문제가 논란이 될 정도다. 결국 정치권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이 가시화된 배경엔 김재철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에서도 다른 분위기?

▲김재철 MBC 사장. ⓒ연합뉴스
미묘한 분위기 변화는 지난 22일 시작됐다. 이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MBC 노동자들의 파업과 그에 대한 사측의 강경한 대처를 두고 "안타깝다. 노사가 서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침묵을 지켜온 '실세'가 처음으로 MBC 파업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른 파장은 곧바로 정치권을 휩쓸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전 새누리당 비대위원)는 25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전 위원장의 위상을 감안할 때, 여권 안에서도 김 사장 해임 논의가 본격화되리라는 전망이 제기된 순간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교수가 친박계 핵심의원들과 미리 교감을 나눈 후 이와 같은 주장을 제기했으리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실제 관련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C 파업과 관련해 민주통합당에서 "MBC 파업 문제에 대한 협상이 잘 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새누리당과) 원 구성 협상이 거의 끝났다. MBC 문제는 상임위 청문회 정도로 가는 기류"라고 말했다.

당 안팎의 발언을 종합하면, 여야가 국회 차원의 청문회 대신 문방위 수준의 청문회를 열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교체되는 오는 8월 김 사장도 교체하는데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방문진 이사 9명 중 야당이 추천하는 이사 3명에 사실상 권력이 '교체된' 새누리당이 추천한 이사까지 뜻을 함께 할 경우, 김 사장 해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2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사장) 문제도 어느 정도 양해하는 선에서 풀려가고 있다"며 "오늘이라도 한두 가지 서로 이해하면 새누리당에서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이와 같은 시나리오가 모두 근거 없는 소리라는 주장도 여전히 강하다. 친박계 핵심인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27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관련 논의를 다룬 보도에 대해 "잘못된 보도"라며 "우리가 지켜온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MBC 파업 문제는 노사 문제'라는 기존 인식을 바꾸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국 김재철 사장이 문제

▲MBC가 27일자 각 신문에 낸 노조 비방 광고. ⓒMBC
사실관계가 어떻든, 여권 안에서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MBC 문제는 국정의 관심사가 됐다. 결국 다른 언론사 사장과 유독 다른 김 사장의 태도가 일으킨 논란이기도 하다.

파업 초기부터 김 사장은 노조에 유독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노조와 대화 자체를 거부해 노사 협상 분위기를 사전 차단했고, 연달아 파업 조합원들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다. MBC 노조 관계자는 "회사와 협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하다못해 OO사 사장은 우리가 볼 때는 양반이었다"고 말했다. 언론사 공동 파업기간 물밑으로 노사 협상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인 KBS, 연합뉴스 사측과 크게 대비된 부분이다.

김 사장의 강경한 태도가, 상대적으로 방송사 중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가장 강했던 MBC의 비판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장기적 비전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된 배경이기도 하다. 숱한 비리가 알려졌음에도 김 사장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인 원인에 다른 뭔가가 있을 것 아니냐는 추측에 따른 결과다.

MBC는 파업 이후 무려 118명의 조합원을 징계하고, 대신 1년 간 근무 후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이른바 '시용기자'를 연달아 채용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11일에도 경력사원 40명이 제작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시사교양국 인력은 10명이 새로 채용된다. 시사교양국 소속 조합원은 56명이며, 이 중 17명의 시사교양 PD가 대기발령 상태다. '빅뱅' 수준의 인력 물갈이가 일어나는 셈이다. 변화된 인력은 사측의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 인력이 제작하는 <PD수첩> 등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내용은 기존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MBC 보도태도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보수진영에서 흔히 말하는 '좌파방송'의 성격을 완전히 버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고, 그 배경에는 김 사장의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사측의 강경한 태도는 시민들의 대대적인 노조 지원물결이 이어져도 변하지 않고 있다. MBC는 이날(27일) 10개 일간지와 7개 무가지에 노조를 비판하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정치권에서 기존과 다른 기류가 감지됨에도, 여론전에서 노조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결국 사측의 이와 같은 태도가 노사 갈등의 해결 가능성 자체를 차단했고, 이에 따라 파업 사태가 좀처럼 해결 국면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정치권에서 MBC 파업 문제가 더 진지하게 논의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MBC 노조는 이날자 파업특보에서 정치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김 사장 관련 움직임을 두고 "더 이상 김 사장의 버티기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임을 알린 국회 차원의 '최후통첩'"이라며 "김재철 사장의 조속한 자진 사퇴 만이 MBC 사태를 풀 최선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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