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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첫 '민주 대통령' 무르시의 과제는…

이슬람 세력·군부 영향력 극복이 핵심

이집트에서 사실상 60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된 대선에서 이슬람 진영의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 구체제 인사인 아흐메드 샤피크를 꺾었다는 점에서 이집트 민주화 시대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지만 이슬람주의자와 나머지 국민들과의 통합, 권력 이양의 뜻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이집트 군부와의 갈등 해결 등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예정된 발표 일자보다 3일을 넘긴 24일(현지시간) 무르시가 대선 결선투표에서 51.73%를 득표해 48.27%를 얻은 샤피크를 약 3.5%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성지'였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은 샤피크 당선으로 인한 구체제로의 회귀를 우려하던 무르시 지지자들의 환희로 뒤덮였다.

▲ 이집트의 새 대통령으로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가 당선되자 환호하는 지지자들. ⓒAP=연합뉴스

이집트의 '첫' 대통령 무르시는 누구?

무르시 당선자는 애초 일반 대중에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공학도 출신으로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수여받기도 했던 그는 보수 이슬람 단체로 이집트 군부정권에 불법단체로 낙인찍혀 탄압을 받던 무슬림형제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지난해 민주화 과정에서 무슬림형제단이 만든 자유정의당 당수도 맡았지만 대선 후보로 부상할 때까지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다.

무슬림형제단이 처음부터 무르시를 대권 후보로 내세운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말 하원 총선에서 대수를 장악한 무슬림형제단은 이후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백만장자 카이라트 알 샤테르 하원 의장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하지만 샤테르의 독재 정권 시절 전과가 선거법상 후보 출마 자격에 위반돼 무산되자 '대타'로 나선 이가 무르시였다.

이 때문에 이번 이집트 대선은 이집트 극빈층에 대한 지원사업 등으로 지지기반을 쌓아온 무슬림형제단과 샤피크 후보를 은연중에 지지한 이집트 군부의 '세 대결'로 압축됐다. 지난해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축출하고 새 의회 구성과 대통령 선출을 가능케 했던 민주화 시위대들과 교감이 있던 후보들은 대선 1차 투표에서 조직력을 발휘한 두 후보에 속절없이 패했다.

무르시 당선자는 이러한 배경을 의식한 듯 24일 당선 발표 이후 텔레비전 연설에서도 무슬림형제단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그가 이날 무슬림형제단에서의 지위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음에도 혼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르시, '식물 대통령' 벗어날 수 있을까

이슬람 세력의 영향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여부와 별개로 이집트 군부가 설정한 '허수아비 대통령' 상태를 벗어나는 것도 무르시 당선자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무바라크 정권 축출 이후 과도 정부를 이끌고 있는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가 당선되기도 전에 이미 사실상 '사법 쿠데타'를 일으켜 신임 대통령의 힘을 뺐다. 헌법재판소는 대선 투표 다음날 지난해 구성된 하원의 불법 선거를 문제삼으며 위헌 판결을 했다. 군부는 이를 즉각 이어받아 의회의 입법권을 박탈하고, 새 의회 구성 전까지 신임 대통령의 군 통수권 및 군 예산 편성권 등을 제약하는 임시 헌법을 공포했다. 원칙적으로는 다음달 1일 무르시에 정권을 이양해야 하지만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호락호락 권력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때문에 무르시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사실상 의회에 진출한 이슬람 세력의 대표자라는 한정된 위치에서 군부와 줄다리기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이미 무슬림형제단의 지도부는 타흐리르 광장을 점령해 의회 해산 및 임시 헌법 공포를 취소하라는 시위를 이어오면서 새 총선을 통한 의회 구성을 요구하는 군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동시에 현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군부와의 '물밑협상'도 조용히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 밖에도 1차 투표에서 탈락했지만 민주화 시위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함딘 사하비나 압델 모네임 아불 포투 등 중도·좌파 인사들을 끌어들여 군부에 맞설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무르시에게 유리하지만 이들이 이슬람 세력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남는다.

복잡한 심경의 미국

한편, 과거 친미 노선이었던 무바라크 정권이 몰락한 후 이집트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미국은 무르시 후보의 당선에 심경이 복잡하다. 미국 입장에서 샤피크 후보가 당선되면 지난해 유혈진압 사태를 불렀던 시위가 재현돼 중동의 불안정함이 심화된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이슬람주의자 대통령이 등장한다는 시나리오 또한 마냥 환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무르시 후보가 당선된 24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새 대통령이 제 사회단체 및 정당과 함께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하면서 역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역할도 충실히 이행하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정부에 약속대로 권력을 순조롭게 이양할 것을 함께 요구했다.

1970년대부터 이집트 독재 정권에 막대한 군사원조 및 합동훈련을 진행하면서 대중동 정책의 축으로 삼아왔던 미국으로서는 1979년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 재검토를 시사했던 무르시 후보와 동맹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길을 찾으면서도, 이집트 민주화 시위대의 열망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군부의 정권 이양를 강조하면서 민주화 시위대 측에 힘을 실어주었지만, 그 수혜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해에 동조할 필요가 없는 이슬람 세력에게 돌아갔다고 전했다. 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지난 30여 간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군부의 고립 정책과 탄압에는 동맹관계였던 미국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이슬람 세력과의 협력 방안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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