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31년 동안 지속되던 '비상사태'가 해제됐다.
31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민주화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과도 정부를 맡고 있는 최고군사위원회(SCAF)는 성명을 통해 이날부로 기한이 만료된 비상사태를 연장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SCAF는 다만 "비상사태가 해제돼도 권력 이양이 완료될 때까지 국가를 지켜야 하는 군의 책임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집트 비상사태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의 암살 이후 시작됐으며 이후 한 번의 중단도 없이 3년마다 갱신되어왔다. 비상사태법은 군부에 일반 시민을 체포해 특별법정에 세울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지난해 민주화 시위대의 핵심 요구 중에도 비상사태 해제가 포함돼 있었다. 이달 16~17일 실시되는 대선 결선투표에 후보를 진출시킨 보수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도 비상사태 조치로 인한 최대 피해자 중 하나다.
이집트 인권단체들이 비상사태 해제를 환영하고 나선 가운에 미 국무부 마크 토너 대변인도 "미국은 비상사태 해제가 이집트의 민주화를 향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의 집계에 따르면 31년 동안 비상사태법에 의해 체포된 이들은 1만 명 이상이며 현재도 최소 188명이 이 법의 적용을 받아 구금상태에 있다.
일각에서는 비상사태 해제로 인해 아직도 불안정한 이집트의 치안상태가 더욱 혼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이집트 군부가 여전히 시민을 군사법정에 세울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들면서 실제 치안 부재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비상사태 해제는 지난해 민주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고 집권 기간 동안 부정축재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직후 나온 조치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선고는 오는 2일 내려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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