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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종교 갈등으로 비상사태 선포…민주화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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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종교 갈등으로 비상사태 선포…민주화 '시험대'

서부 리카인 주에서 무슬림-불교도 갈등 커져

지난해부터 민주화 개혁과 대외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는 버마(미얀마) 정부가 종교갈등으로 소요사태가 촉발된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10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테인 세인 버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국영방송에 출연해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버마 관영 언론들은 지난 8일과 9일 마웅토 등 라카인 일부 지역에서 폭동이 발생해 최소 7명이 사망하고 주택 수백 채가 불탔다고 보도했다.

폭동의 원인은 불교도와 무슬림과의 갈등이다. 이번 소요사태는 지난달 무슬림 청년 3명이 26세의 불교계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서로 보복이 이어지면서 심화됐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라카인 주에는 '로힝야'라고 불리는 이슬람계 소수민족 약 80만 명이 거주하는데 버마 내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방글라데시에서 불법 월경했다는 이유로 로힝야 민족에게 국적도 부여하지 않은 채 자녀수를 2명으로 제한하고 교육·혼인·거주이전의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 버마 정부의 오랜 박해도 한몫 했다. <AP>등 외신들이 라카인 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이들이 무슬림이라고 보도한 반면, 버마 국영 매체는 이번 소요사태의 배후가 테러집단이라고 주장했다.

▲ 버마 승려들과 라카인족 신도들이 10일(현지시간) 버마(미얀마) 양곤의 쉐다곤 사원에서 지난달 무슬림에게 희생당한 여성과 폭동 과정에서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소요사태가 버마 내 민주화 개혁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에는 버마 정부나 국제사회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 방향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방송 연설에서 라카인 주의 상황이 통제되지 않으면 개혁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법치'를 준수하자고 촉구했다. 집을 잃은 주민들에게 보상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면에 버마 외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난해 민선정부 출범으로 어느 정도 물러섰던 버마 군부의 영향력이 다시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라카인 주에 선포된 비상사태로 인해 군은 해당 지역의 통제권을 물려받아 해당 지역에서 5명 이상의 주민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등 치안을 강화했다. 해외에 있는 로힝야 단체들은 희생자 중 일부가 군중을 향해 군이 발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라카인 폭동이 집중 부각되면서 버마 정부가 치안 유지를 들며 다른 소수민족 탄압을 강화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4월 국회에 입성한 버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수치 여사는 아직까지 라카인 사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 일각에서는 목전에 다가온 수치 여사의 24년 만의 유럽 방문 일정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상태다. 출국 자체는 가능할지 몰라도 버마의 발전과 정부의 진정성을 긍정하면서 대외 활동을 강화하던 수치 여사에게 좋은 일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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