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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술 사망률, 병원별 아닌 의사별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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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술 사망률, 병원별 아닌 의사별 공개해야

[기고] "환자들은 어느 병원 어떤 의사에게 가야하는지 알고 싶다"

"어떤 병원, 어떤 의사가 좋은지 추천해 주세요?"

나는 올해로 환자단체에서 일한 지 8년째이다. 병원이나 환우회 사무실 그리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환자와 상담하는 것이 일상인 삶을 매일 살고 있다.

내가 환자들의 질문 중에서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것이 '대표님, 어떤 병원, 어떤 의사가 좋아요? 하나 꼭 짚어 추천해 주세요?'이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친절하고 설명 잘하는 병원과 의사라면 얼마든지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원하는 것은 치료나 수술을 잘 하는 병원과 의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에도 이와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기껏해야 언론, 방송에 '명의' '베스트닥터' 등으로 소개된 의사가 전부일 것이다.

환자입장에서 병원 선택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보는 '사망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공개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입소문을 따라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녀야 했다. 수술대에 생명을 맡기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환자는 대부분 일명 '카더라' 통신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우스게 소리로 '집안에 의사 한 명은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이 당연 명제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슬픈 의료현실이다.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날 때 내가 듣는 가장 큰 불만은 '도대체 어느 병원, 어느 의사에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였다.

대한민국의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는데,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방식은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그동안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이뤄져 왔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3대 암질환인 위암·대장암·간암 수술사망률 공개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22일 발표한 '위암·대장암·간암 수술사망률 공개'는 우리나라 환자 알권리와 선택권 확대뿐만 아니라 환자중심의 보건의료 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도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수술사망률 공개는 우리나라 병원들이 지금까지의 외형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의료의 질'로 승부하는 내실 경쟁으로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평원은 2010년에 한 번이라도 위암·대장암·간암을 수술해본 의료기관 302곳을 대상으로 진료기록 분석을 통해 수술사망률을 평가했다. 수술을 가장 잘하는 병원인 1등급은 위암 93곳, 대장암 122곳, 간암 56곳이었다. 3개 암 수술 모두 1등급 판정을 받은 곳도 51곳이나 되었고 2개 암 수술 1등급 받은 곳도 38곳이었다.

▲ 심평원은 2010년에 한 번이라도 위암·대장암·간암을 수술해 본 의료기관 302곳을 대상으로 진료기록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3대 암질환의 수술사망률을 22일 공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이른바 '빅 5'로 불리는 대형병원 중 4곳(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서울성모병원)과 주요 대학병원들이 1등급을 휩쓸었다. 종합병원은 3개 암 수술 모두 1등급 판정을 받은 곳이 17곳에 불과했고 중소형 병원이나 의원은 한 곳도 없었다. 의료기관 종별 편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암수술 연간 10건 미만 병원, 환자가 안심하고 수술 받을 수 있을까?

특히, 수술 건수가 연간 10건 미만이어서 '등급제외'로 분류된 의료기관이 위암의 경우 51.6%, 대장암 52.6%, 간암 46.1%나 되었다는 점은 환자입장에서 시사점이 많다. 연간 수술을 10건도 하지 않는 병원에서 과연 제대로 된 질 관리를 기대할 수 있는지 이런 병원에서 암수술을 받아도 되는지 환자로서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숙제는 의료계와 정부가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 수술 건수가 연간 10건 미만이어서 '등급제외'로 분류된 의료기관이 위암의 경우 51.6%, 대장암 52.6%, 간암 46.1%나 되었다는 점은 환자입장에서 시사점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또한, 1등급 병원이 위암은 93곳 중 45곳이, 대장암은 122곳 중 60곳이, 간암은 56곳 중 19곳이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지방 거주 환자들이 위암·대장암·간암 치료를 위해 무조건 상경(上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청각적인 정보로서 의미가 있다.

환자가 원하는 것은 '의료기관별'이 아닌 '의사별' 암수술 사망률 정보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환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암수술 사망률을 전격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환자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 심평원은 앞으로 암수술 사망률 평가를 함에 있어서 의료기관 단위뿐만 아니라 의사 단위로도 진행해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환자가 원하는 '암수술 사망률' 정보는 '의료기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의사 개인'에 대한 것이다. 심평원은 이번 암수술 사망률을 의사 단위가 아니라 의료기관 단위로 평가했다. 1등급을 받은 대형병원의 경우 위암·대장암·간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여러 명일 수 있고, 그 중에 어떤 의사는 연간 수백건씩 수술하는 의사도 있겠지만 어떤 의사는 연간 10건도 하지 않은 의사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평원은 앞으로 암수술 사망률 평가를 함에 있어서 의료기관 단위뿐만 아니라 의사 단위로도 진행해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공개 대상 질환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심평원은 의료서비스 질 평가 수준을 더욱 높여 그 결과를 의료계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의료계도 '수술사망률 공개'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 보다는 '환자의 알권리 보호'가 시대의 대세임을 받아들이고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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