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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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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

[이정전 칼럼] "소득 불평등 해소가 경제 성장 지름길"

근래 저조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간소비의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소비증가율은 우리가 자랑하던 고도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동안 GDP성장률은 연평균 8%였는데,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8.1%이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이후 소비증가율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이 2.0%로 주저앉으면서 GDP증가율(3.1%)보다 낮아졌다.

그러면, 민간소비가 왜 이렇게 위축되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언론매체들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우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건 좀 막연한 주장이다. 물론, 민간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 그 자체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소득증가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1998년 이후 2011년까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2%였으나 국민소득증가율은 3.2%에 머물렀다. 물가를 감안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득은 2003년 이후 매년 1~2%대의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비록 저조하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무역흑자로 해마다 엄청난 외화가 끊임없이 국내로 유입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양호하다고 이명박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늘 자랑한다. 그러면, 지속적 경제성장과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 한 백화점 명품관. 부자들이 명품 구입에 쓰는 돈이 경기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 ⓒ뉴시스

결국 그 돈이 우리나라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그곳에 머물고 있을 뿐 일반서민에게 흘러내려오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낙수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이 정부의 핵심 경제측근도 인정한 사실이다. 물론, 부자들도 소비에 돈을 쓴다. 하지만, 이들은 고가품이나 명품에 돈을 많이 쓰고 해외에서 돈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외국에서 지출하는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 가계의 해외 지출액은 1997년과 2011년 사이에 4.5배 증가하였고, 전체 소비지출에서 해외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3.4%로 높아졌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지출액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해외에서의 소비지출은 낙수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령 부자들이 해외에서 돈을 쓰지 않고 전부 국내에서 쓴다고 해도, 이들의 소비가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근래 가장 많이 지적되는 민간소비 침체의 요인은 가계부채의 급증이다. 집집마다 부채를 너무 많이 지고 있어서 소비에 돈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가구당 가처분소득 3283만 원이었는데 평균부채가 3679만 원이었으니 소득보다 빚이 더 많다. 빚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자도 문제다. 세계경제위기 이후 기준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2011년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만 해도 55조 5천억 원에 달했다. 그만큼 소비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가계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마저 저조하여 소비심리가 더욱 더 위축되었다.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고용 사정의 악화도 민간소비 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탄성치(취업자증가율/경제성장률)가 급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인 1984-1997년의 기간에는 고용탄성치가 연평균 0.35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과 2008년 사이에는 0.311로 낮아졌고,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2012년의 기간에는 0.29로 크게 낮아졌다. 물론, 매년 신규취업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대부분이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민간소비의 침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런 다양한 견해들 그리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에서 한 가지 크게 아쉬운 점은 좀 더 근본적인 요인, 즉 소득분배의 극심한 불평등이 제대로 부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소비가 장기침체에 빠진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에 있다. 민간소비에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그러므로 일반 서민이 지갑을 열어야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늘어나고 또 그래야만 높은 경제성장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서민들이 지갑을 열어 본들 그 속에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돈이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있으니 일반서민들의 지갑은 얄팍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근래에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진다는 것은 중산층의 몰락을 뜻한다. 국민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몰락하면 국민경제 그 자체가 허약해진다.

요컨대, 민간소비의 규모를 좌우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일반서민들의 지갑이 얄팍해진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활발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민간소비에 대한 논의는 마치 우리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망각한듯 한 인상을 준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발표된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연구가 눈길을 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득계층 상위 1%의 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8년의 6.97%에서 2011년에는 11.5%로 크게 증가하였다.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1억9500만 원으로서 근로소득보다는 배당소득과 사업 및 부동산소득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도 성장기 때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나았던 것은 빠른 고용확대를 통해서 정장의 성과가 저변으로 잘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확산되면서 소득집중도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개인소득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김 교수의 연구는 주목을 받을 만하다.

민간소비를 살리고 그럼으로써 소기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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