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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점령 운동과 '수직적' 노조 운동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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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점령 운동과 '수직적' 노조 운동의 결합"

[월러스틴의 '논평'] 2012년 노동절 122주년에 거는 기대

노동절: 노동조합의 귀환?
(May Day: The Return of the Trade-Unions?)


노동조합을 조직한다는 것은 19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상당히 급진적인 발상이었다. 거의 모든 곳에서 노조 결성은 불법이었다. 19세기 후반 몇몇 유럽 국가와 미국 북부, 호주에서 노조를 금지하는 법안이 철폐됐다. [정부와 사용자 입장에서] 노동자 계급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위해 덜 급진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 속에서 노조의 허용은 노동자, 실제로는 도시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조는 자신과 동시에 나타난 사회주의자 및 노동자 정당과 긴밀하게 협력했다. 사회주의자나 노동자 정당과 마찬가지로 노조는 공히 전략에 대한 문제에 봉착했다. 이 문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들이 선거 과정에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 또 참여한다면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인지에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듯 그들 대부분은 [선거에] 참여해 국가체제 내부에서 권력을 추구해야한다고 결정했다.

게다가 사회주의자나 노동자 정당과 똑같이 노조는 자신들이 강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조 전임자를 고용하는데 있다고 결정했다. 조직을 운영하는 관료 체제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모든 관료 체제의 사례처럼, 그런 직책을 맡은 이들은 구성원들의 이익과 동일하다고 할 수 없는 물질적이고 정치적인 이익을 갖게 됐다.

노조는 특히 전국적인 조직으로 규정되면서 국가를 근간으로(state-oriented) 했다. 그들은 보통 다른 나라의 노조와 연대한다는 명목상의 국제주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국제주의는 항상 자국의 노동자와 노조의 이익을 보호하는 목표 뒤로 밀렸다.

심지어 노조가 자신들의 가장 급진적인 활동의 '톤'을 낮췄음에도 사용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회사 안에서 노조 결성에 저항적이었다. 노조는 자신들의 노조 결성을 허용하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사용자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합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야만 했다. 서서히, 서서히 노조는 성장해 갔다.

▲ 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최저임금법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25~30년의 기간은 예외적으로 전 세계의 노조에게 좋은 시절이 됐다. 조합원 수와 가입률이 성장했고, 사용자들로부터 확보한 혜택 역시 꾸준히 커졌다. 이 시기에 엄청나게 커진 세계경제로 인해 자본가의 이익도 상당히 성장했다. 많은 사용자들에게 이는 노동자들의 조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더 많은 혜택을 바라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노조에게 매우 유리했던 그 상황에는 대가가 따랐다. 일반적으로 노조는 남아있던 모든 급진적인 수사와 활동을 거부했고, 이를 사용자 및 정부와의 다양한 협동 모델로 대체했다. 이 모델은 종종 노조가 서명한 계약 기간 동안 파업을 벌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더 부유한 국가의 노조는 1970년대 후반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저하되고 자본축적이 정체되는 현상에 정치적·심리적으로 대비하지 못했다. 가장 부유한 국가 (보다 일반적으로는 전 세계 우파 진영의) 사용자들은 향상된 복지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반대로 사용자들은 일자리 전환 배치라는 대표적인 무기로 위협하면서 복지혜택을 줄이려 시도했다. 사용자들은 반(反)노조 법안을 통과시키려 애썼다.

지난 40년간 이 반노조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 노조는 복지 수준을 유지하려는 어려운 싸움을 치렀고 종종 패배했다. 임금 수준은 하락했다. 조합원 수도 가파르게 줄었다. 노조는 종종 사용자의 요구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게 아주 많은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동시에 공업 생산 쪽으로 향하던 (최근 '신흥국'라 불리는) 나라에서는 초기의 노조 탄압이 노조의 급진성을 불렀고, 노조는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같은 곳처럼) 억압적인 정권을 전복하려는 노력에 합류했다. 노조는 중도좌파 정당과 유대관계를 형성했는데, 이들 정당은 결국 권력을 얻었다. 그러나 이 정당들이 권력을 잡게 되자 노조는 그들의 보다 급진적인 입장을 줄여나갔다.

2007년 이후 소위 금융위기라 불리는 현상이 이 모든 것을 바꿨다. 세계는 '점령하라', '분노하라', [그리스어로 '노'(no)를 뜻하는] '오히'(Oxi) 등과 같은 새로운 종류의 급진적 운동을 목도했다. 그리고 갑자기, 특히 노조 파괴가 우익 정치권의 지속적인 노력 중 하나가 된 이후부터 우리는 노조가 새로운 활력을 얻어 반격을 가하고, 노동자 계층의 전면적인 봉기에 참여하는 것을 봤다.

이제 새로운 딜레마가 왔다. 새로운 급진적 운동 문화와 노조의 문화는 상당히 다르다. 새로운 운동은 '수평적'이다. 국가를 근간으로 하지 않고 상향식 운동을 믿고, 위계질서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는 '수직적'이고 계획과 규율, 안정된 전술 및 중앙 조직에 의한 조정을 강조한다.

분명 아직은 노조의 이익과 새로운 급진 운동의 이익이 함께 해왔고, 아니면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했나? 둘 중 어떤 문화가 협력하는데 있어서 승리를 거둘까? 이는 [상대 문화에] 비협조적인 이들과 [두 운동의] 결합 방식을 찾는 다른 이들이 벌이는 주요 논쟁거리가 됐다.

수평적인 운동은 정치적 무기력감에 쌓여 있었거나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고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해 지금까지 수동적이었던 이들의 에너지와 노력을 끌어올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수평적 운동이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었던 건 분명하다. 그들은 노조보다 더 명확한 장기 전략 비전을 갖췄다.

노조는 상대적으로 잘 통솔되는 집단을 조직하고, 상대적으로 전 세계의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매일의 전투에 들어가는 상당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그들은 수평적 운동에 비해 명료한 단기 전술 비전을 갖췄다.

노동절은 역사적인 투쟁을 축하하는 날이다. 1886년 5월 시카고의 헤이마켓 광장에서 하루 8시간 근무 쟁취를 위해 열린 노조의 집회에 누군가가 폭탄을 던져 경찰관과 시민이 사망했다. 정부는 [폭탄을 던졌다는 혐의를 받은] '무정부주의자'들을 기소하고 그들 중 몇 명의 목을 매달았다. 헤이마켓은 전 계적으로 초기 노동운동의 상징이 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 자신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노동절이 선포됐다. 그 '무정부주의자'들은 사실 억울하게 기소됐고 역사는 그들이 무죄임을 밝혔다. 그러나 하루 8시간 근무라는 그들의 '급진적' 요구로 인해 노조를 조직하려는 시도는 강화됐다.

우리는 2012년의 노동절이 현존하는 세계체제의 불평등에 대항한 투쟁에서 수평, 수직적인 진영을 다시 한 번 함께 묶을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급진화된 노조 운동과 전술적으로 잘 통솔되는 수평적 운동의 결합만이 목표를 성취할 것이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에이전스글로벌> 바로가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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