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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맞는 버마의 첫 민주선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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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맞는 버마의 첫 민주선거, 결과는?

선거부정 시비에도 정부의 '개혁 진정성' 시험대 될 듯

다음달 1일(현지시간) 버마(미얀마)에서 의회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버마 군사정권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1990년 총선과 민주화 인사 출마 제한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훼손됐던 2010년 총선을 감안하면 버마 국민들에게 이번 보궐선거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맞는 제대로 된 선거인 셈이다.

이번 선거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버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첫 국회 입성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수치 여사는 버마의 옛 수도 양곤의 외곽에 있는 카우무 지역의 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이 지역은 자동차로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낙후한 빈민가다.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총 45개 지역구 중 44개 지역에 후보를 냈다. 정부는 애초 상원 6석, 하원 40석, 지방의회 2석 등 총 48개구를 보궐선거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정부군과 무력 충돌을 빚고 있는 소수민족 카친족 거주지역 선거구 3곳을 제외하면서 45석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선거는 NLD를 비롯해 신생 정당 6곳을 포함한 총 17개 정당에서 160여 명의 후보를 내 난립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선거 과정을 지켜보는 외신들은 NLD의 압승을 점치고 있다. 전국 선거구를 돌며 유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수치 여사가 국민들로부터 '어머니'라고 불리며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AFP>에 따르면 수치 여사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소수민족 샨족이 거주하는 동부의 2개 선거구에 불과하다.

▲ 이번 보궐선거는 아웅산 수치 의 첫 국회 입성 기회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동시에 버마 정부가 개혁을 통해 서방에 보내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평가받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AP=연합뉴스

하지만 NLD가 후보를 낸 전 지역구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차지하는 의석수는 전체의 7%에도 미치지 못한다. 버마 의회는 총 664석(상원 224석, 하원 440석)으로 이중 4분의 1은 군부 총사령관이 군부 측 인사를 앉히도록 되어 있다.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도 2010년 NLD가 주요 지도자의 출마 제한에 반발해 보이코트를 선언한 총선에서 80% 이상의 의석을 가져가 사실상 군부와 친군부 성향의 정당이 독점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기존 의원 중 정부 요직으로 옮긴 이들의 빈자리을 채우는 것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는 29일 기사에서 40여 명의 야당 의원들이 새롭게 입성한다고 해서 반민주적인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2008년 개정 헌법을 다시 고치는 등의 입법 활동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0년 총선에서 485석 중 392석을 차지하고도 군부의 정권 이양 거부로 정권교체에 실패했던 NLD가 처음으로 제도권 정치에 진출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다.

버바 정부의 노림수

이번 선거는 승리 여부를 떠나 테인 셰인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에 더 많은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초 출범한 테인 셰인 정부는 언론 통제 완화, 반군과의 대화 제의, NLD의 정치활동 허용 등 잇단 개혁정책을 선보이며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버마 정부가 표방하는 민주적 개혁정책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좋은 기회가 이번 보궐선거라는데 미국 등 국제사회도 동의하고 있다. 제재 해제를 위해서라면 국회의원 40여 석 정도를 야당에 넘겨주는 건 감당할 수 있다는 게 버마 정부의 계산이다.

버마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미국, 일본, 중국, 한국, 캐나다, 호주, 인도, 유럽연합(EU), 뉴질랜드 등 ASEAN의 대화상대국에게 선거 감시를 위한 정부 인사 및 언론인 참관단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 승리보다는 국제사회에 얼마나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치렀는지를 보여주는 게 더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2010년 총선 때 NLD의 불참에 따라 선거 참관을 거부했던 미국 등 서방국들도 이번에는 태도를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기간에도 정부과 군부에 의한 선거 부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29일 <AP>는 버마 정부가 수치 여사의 첫 텔레비전 연설을 허용할 정도로 '관대'한 입장을 취했지만 군부나 현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검열했다고 전했다. NLD 역시 정부가 유세 기간 동안 유권자 명부에 사망자를 끼워넣거나 매표 행위를 하는가 하면 수치 여사의 유세를 방해하는 갖가지 공작을 펴왔다고 주장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버마 정부는 외국의 선거 참관단들에게 정부의 통제 없이 자유롭게 투표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8324개에 이르는 투표소를 얼마나 밀도있게 감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버마 정부가 방콕에 본부를 둔 '자유 선거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 소속 활동가 중 3명에 대해 관광비자로 입국했다는 명분으로 강제출국 시킨 것도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이변 없이 NLD의 승리로 끝난다면 버마 정부의 개혁 의지에 대한 서방국의 긍정적인 평가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앞으로 수치 여사와 NLD가 국회의 국민들을 상대로 어떤 정치를 펼쳐 2015년 치러질 총선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은 군부 정권'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디언>은 28일 버마의 민주주의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수치 여사가 국회에 입성한다면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투옥되었다가 대통령까지 됐던 넬슨 만델라나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이 될 수 있는 시작점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1988년 버마 민주화 운동 때 수치 진영이 받았던 대대적인 지지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올해 62세가 되는 수치 여사를 비롯해 연로한 운동가에 의해 주도되는 민주화 진영 내 위계 질서를 청산하고 젊은 활동가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문은 그러한 사례로 버마의 행정수도 네피토우에 출마한 35살의 젊은 후보 나잉 느간 린의 예를 들었다. NLD 후보 중 두 번재로 어린 그는 행정수도 건설로 인해 거주지에서 내몰리는 빈농들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미숙련 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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