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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노조엔 다과회 대접, 밉보인 노조는 다과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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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노조엔 다과회 대접, 밉보인 노조는 다과회 준비?"

[토론회] "복수노조 제도 악용 사례 빈발, 노조법 개정 필요"

"회사가 기업별노조 조합원들만 따로 불러서 다과회를 했어요. 반면에 금속노조 조합원에게는 그 다과회를 준비하는 일을 시켰습니다. 저쪽 조합원은 다과를 즐기고 있는데 우리는 대접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김성훈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

똑같은 노조인데 한쪽은 다과회에 초대받고 다른 쪽은 다과회를 준비한다. 한쪽 노조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쪽 노조는 글을 올리면 회사로부터 즉각 삭제당하고 징계 협박을 받는다. 한쪽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은 허용되지만, 다른 쪽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은 '근무지 이탈'로 경고 사유가 된다.

복수노조 제도가 도입된 이후 특정 노조에만 가해진 차별 사례들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복수노조를 악용한 노동탄압 사례와 노동법 개정 방향 토론회'를 열고, 복수노조가 들어선 사업장인 KEC와 유성기업 등의 사례를 발표했다.

두 사업장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상급단체로 두는 산업별노조만 있었다가, 복수노조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7월부터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기업별노조가 제2노조로 들어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두고 금속노조는 "회사가 단일기업 내 노조를 내세워 초기업단위노조인 금속노조를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지회장은 "회사가 기업별노조에는 총회나 간담회를 허가하면서 우리 쪽이 총회나 간담회를 열려고 하면 불허했다"며 "기업별노조가 현장수련회를 하면 내버려두는데, 우리들이 현장수련회를 하면 관리자들이 따라붙어서 몸으로 저지하고 녹음기를 들이대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 지회장은 "회사가 노조 사무실 앞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조합원의 동태를 파악했다가, 조합원이 금속노조 사무실에 가면 근무지를 이탈하지 말라고 경고장을 남발하고 있다"며 "기업별노조에서는 누가 무슨 일을 하든 통제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움직이면 하나하나 통제한다"고 호소했다.

"연장근무 악용해 임금차별…파업 참가자에겐 '고구마 캐기' 시켜"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유성기업은 지난해 5월 '야간노동 폐지' 문제로 파업이 가결되자 초유의 직장폐쇄와 대량 징계로 맞선 바 있다. 같은 해 7월 유성기업에 새로운 기업별노조가 들어서자, 회사 관리자들은 조합원들에게 노골적으로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노조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 지난해 6월 유성기업 파업 당시 사측이 막아놓은 컨테이너 박스 때문에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의 사진. 파업이 끝나고 조합원들은 일괄 복귀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선별 복귀를 관철했다. 이후 사측은 먼저 업무에 복귀한 노동자에게는 성과금 120%를, 나중에 복귀한 사람에게는 100%를 차등 지급했다. ⓒ연합뉴스
홍 지회장은 "회사 관리자들이 조합원과의 면담에서 '금속노조가 과반수 조합을 넘기면 현대차에서 물량을 안 주기 때문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용노조에 가입하라고 회유하고 협박했다"며 "파업에서 빨리 복귀해 차등성과급을 받기 위해서라도 (기업별노조로) 넘어오라고 말했다"고 고발했다.

기업별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금속노조 조합원에게는 불이익이 따랐다. 홍 지회장은 "회사가 파업에 참여해 징계를 받은 사람에게 페인트칠, 낙엽 쓸기, 청소 등 엉뚱한 작업을 시켰다"며 "심지어 영동공장에서는 '대민지원'이라는 미명 하에 사업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고구마 캐기'를 시키는 황당한 사건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후에도 회사는 기업별노조 조합원에게는 주요공정을, 금속노조 조합원에게는 부수적인 공정을 맡겨 노조를 차별했다"고 덧붙였다.

사측이 기본급은 낮고 연장근무를 할수록 임금을 보전받는 자동차업계의 특성을 이용해 '임금 차별 정책'을 시행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홍 지회장은 "회사가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기업별노조 조합원보다 잔업과 특근에서 각각 1시간, 7시간씩 일을 덜 시키고 있다"며 "기본급을 시간당 1500원만 받으면 잔업을 많이 할 수 있는 기업별노조 조합원이 임금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회사는 금속노조 조합원에게는 잔업을 안 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특정 조합원만 화장실, 탈의실 가는 것 감시"

노조 차별 정책은 KEC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성훈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회사가 유독 금속노조 조합원만 화장실, 탈의실 가는 것까지 일일이 감시했다"면서 "일하다 약을 먹으러 잠시 공정을 떠난 환자 조합원을 징계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업별노조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지만, 금속노조는 글을 올리면 회사로부터 즉각 삭제당하고 징계 협박을 받는다"며 "금속노조와 기업별노조 조합원 간에 다툼이 생기면 누가 잘못했든지 간에 무조건 금속노조 조합원만 징계를 한다"고 호소했다.

2010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로 파업 사태를 빚었던 반도체업체 KEC는 '반인권교육'으로도 유명하다. 회사가 파업에 참가자들에게 빨강, 파랑, 노랑색 옷을 파업 참여도에 따라 구분지어 입히고, 반성문을 강요하며 정신교육과 체력단련을 시켰던 것. KEC는 또한 파업 참가자에게 4지선다형 시험을 내서 정답에 '다, 나, 가, 라(다 나가라)'를 반복적으로 적게끔 했다.

파업의 후유증은 컸다. 김 부지회장은 "2010년 관리자들이 사원을 불러내서 파업이 끝날 때까지 노조비를 내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그렇지 않은 조합원은 6개월 동안 2차, 3차로 계속 면담을 해서 결국 (노조비 지급 거부 각서에) 서명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파업 참가자들은 복귀할 때 "어떠한 징계도 달게 받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복수노조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7월부터 새로운 기업별노조가 생기면서 회사는 노골적으로 기업별노조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김 부지회장은 "관리자가 신입사원을 불러서 기업별노조에 가입하도록 회유하는 자리에 기업별노조 사무장을 동석시켰다"며 "그리고는 신입사원들에게 '회사가 어느 쪽으로 가는(지지하는) 줄 알지?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그 순간 끝이다'라고 말했다"고 고발했다.

기업별노조는 정리해고 노사합의, 금속노조원은 정리해고 대상자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13일 KEC는 경영상의 이유로 166명을 정리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사측은 2월7일 상여금 300%를 삭감하고 무급순환휴직을 하는 대신 정리 해고 인원수를 75명으로 줄이기로 기업별노조인 KEC노조와 합의했다. 그런데 정리해고 대상자는 전원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결정에 KEC지회는 '노골적인 민주노조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같은 달 24일, KEC지회는 '인력구조조정 로드맵'이라는 회사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파업자의 회사 복귀를 차단하고 파업자 전원을 퇴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자발적 퇴직자가 기준 미달일 경우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적혀 있다. 또한 "친기업 성향의 노동조합을 설립해 회사와 협조체제를 구축한다"며 "파업자에게 금속노조 탈퇴, 추가 징계, 정문 사용금지 가처분 등으로 심리적‧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복수노조에 대비해 민주노총을 탈퇴 및 기업별 독립노조 설립을 추진한다"는 전략까지 제시하고 있다.

"노조법 개정해 복수노조 제도 악용 막아야"

김태욱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미국이나 캐나다 판례에서는 사용자가 특정 노조에게만 회사시설에서 캠페인을 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다른 노조에게는 거부한 경우도 차별이라고 판결했다"며 유성기업과 KEC의 차별 정책을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임금이나 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차별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며 "잔업이나 시간외 근로를 특정 조합원에게만 부여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법률원은 "사용자가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해 노조를 차별할 수 없도록 노동법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사용자가 노동조합 간에 부당한 차별을 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 △복수노조의 교섭방식을 노사 자율로 정하고, 복수노조의 쟁의행위 제한 관련 규정 등을 삭제 △산별교섭 제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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