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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미답이라는 북한 외교, 마오쩌둥의 길 따라걷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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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미답이라는 북한 외교, 마오쩌둥의 길 따라걷는 셈"

[한반도 브리핑] 마오 "핵은 서방의 문 여는 최고의 방법"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고 발표했다. 장거리 미사일과 유사한 기술을 쓰고 있는 북한의 이와 같은 위성발사 계획은 베이징(北京)에서 지난달 29일 끝난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임시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힌 후 나온 것이라서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에 24만 톤가량의 영양식품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미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한 직후 식량 지원 계획이 백지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북한의 계획에 반대 입장을 강력히 표방했다. 또 유엔을 통해 대북 제재를 강화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국, 러시아, 일본도 발사 계획의 철회를 요구했으며, 중국 역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 대해 북한은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광명성 3호 발사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나아가서 발사 준비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광명성 3호의 예상 궤적을 통보함으로써 광명성 3호 발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천명했다. 즉 국제사회의 어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공위성 발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16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15일)을 맞아 '광명성 3호 위성(장거리 로켓 추정)'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여기서 파악되는 것은 북한이 핵 시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중지로 더 많은 식량지원 등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광명성 3호라는 '엄포'를 놓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정은의 지도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외부로부터 위기를 조성해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자는 것이다. 김정은의 지도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빙성이 있는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광명성 3호 발사를 국제기구에 미리 통보하고 외부의 기자들도 초청하는 등 매우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이번 일을 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공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발사 성공에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이번 광명성 3호 발사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북한 장거리 미사일 능력(그것이 진정 미국본토까지 갈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지, 아니면 기껏 해봐야 알라스카나 하와이 정도까지 가는 ICBM인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위성 발사로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발사가 이뤄진다면 국제적인 의무를 터무니없이 깨버린 정권과 더 이상 일을 진행할 수 없다"며 사실상 2.29 합의가 깨질 수 있음을 확실히 했듯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은 식량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모처럼 풀리기 시작한 북미관계도 다시 냉각될 것이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식량 지원, 추가 또는 단계적인 관계개선 조치를 마다하고 장거리 미사일과 동일시되고 있는 위성을 발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광명성 3호와 같은 인공위성, 그리고 그 로켓에 탑재할 수 있는 핵을 개발하고 그 능력을 제고하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그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데 필수 또는 전제 조건이다. 미국과의 대립하면서 강성대국의 마지막 남은 고지라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약소국이 강대국의 질서에 편입되어 수직적으로 국교와 통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늘 주장하듯이 '호혜와 평등'에 바탕을 둔 수평적인 관계개선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북한을 두고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비현실적이고 우매한 시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질서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고 약소국의 희생을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제국주의적이며 이것이 옳지 않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다. 어느 시각이 타당 또는 정당한 것인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이러한 노선과 방식을 두고 늘 '전인미답'이라고 한다. 즉 자신들의 노선과 방식은 그 누구도 한 번도 가지 않은, 또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선례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푸는 노선과 방식은 전인미답이라고 보기 어렵다. 약 50년 전 중국은 북한과 매우 유사한 처지에 있었다. 1950년대 말 당시 중국 경제는 '대약진 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극도로 피폐한 상태였다. 중국은 '대약진 기간' 동안 수많은 아사자가 생겨났으며(일반적으로 2000만 명 이상) 외교적으로도 고립되어 있었다.

대약진 이후 중국은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는 소련식 경제개발 전략을 버리고 농촌을 기반으로 산업화를 추구하는 소위 '두 다리로 걷기'(walk on two legs)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소련과 갈등을 빚었다. 나아가 흐루시초프가 소련에서 사회주의 완성을 선언하고 서방과 데탕트를 추구하자 이념적으로도 대립하게 되고 급기야 외교관계까지 단절되었다. 그리고 소련으로부터 오는 경제 원조도 동시에 끊기게 됐다.

대만으로 피신한 장개석과 국민당은 미국을 등에 업고 '본토회복'을 공공연히 주장하며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었다. 중국과 한국전에서 맞붙었던 미국 역시 공산화된 중국을 허용할 수 없는 입장이었으며 대만을 중심으로 중국을 봉쇄했다. 중국은 백척간두에 놓인 형국이었다.

이때 중국이 선택한 카드가 바로 핵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핵개발에 지불한 대가는 심대한 것이었다. 중국은 경제적.외교적으로 고립되고 미국으로부터는 늘 군사적 위협과 압박을 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1964년 핵실험 직전 미국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중국이 핵개발을 계속할 경우 신장 위구르 지역 핵개발 장소는 물론이고 수도인 북경에 대한 공중폭격도 불사하겠다는 전쟁 위협과 함께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결국 중국은 1964년 10월 첫 원폭실험에 성공한데 이어 1967년에는 수소폭탄을, 그리고 1970년에는 인공위성 발사까지 성공시킨다. 중국이 핵 무기체계(핵탄두와 그것을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체계)를 완성시키자, 중국은 더 이상 '죽의 장막'에 가려진 종이호랑이가 아니었다. 프랑스를 필두로 중국은 서방국가들과 차례로 국교정상화를 했다.

1949년 정부 수립 직후부터 미국과의 수교를 꾸준히 요구했던 중국을 20년 동안 일관되게 무시하고 중국이 핵 개발을 하면 선제공격까지 하겠다던 미국도 태도를 180도 바꿨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인 키신저가 1971년 극비리에 북경을 방문하고 바로 다음 해인 1972년 닉슨 대통령까지 직접 베이징으로 날아와 중국과 친선우호조약을 맺은 뒤 마침내 1979년 국교정상화를 했다. 여기에 대해 마오쩌둥(毛澤東)은 "핵개발이 미국과 서방의 문을 여는데 있어 (그리고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하는데) 최고의 방법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이웃의 이러한 역사와 교훈을 북한이 과연 모를까? 북한의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결코 중국과 다른 길을 가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중국이 그랬던 것과 같이 북한도 강대국의 질서에 수직적으로 편입되는 게 아니라 수평적인, 즉 자신의 주권을 지키며(또는 극대화하며)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을 볼 때 마치 이중적으로 보이는 최근 북한의 행보는 이해될 수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위성 발사는 2.29 합의에 위반되지 않는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약소국의 입장에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북한은 늘 그런 주장을 하고 있었지만, 미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식량 지원은 미국이 주장하듯이 인도주의적(humanitarian) 입장보다는 당근과 채찍에서 조건부 당근으로 사용되고 있고, 북핵에 대해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고수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이 속옷까지 모두 벗으면 교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2.29 합의 이후 북한은 향후 진행될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협상을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끌어 가려는 의도를 확실히 하기 위해 주권국가로서 권리 행사라 할 수 있는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성 발사 성공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

실상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협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늘 탐색, 위기, 약간의 진전, 그리고 미국 행정부가 바뀌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의 반복이었다. 문제는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이 미국의 문을 열수 있는 결정적인 무엇이 있는가다. 즉 핵 무기체계가 완성되었는가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핵 실험을 먼저하고 실험의 성공 여부에 따라 미사일 체계를 완성시키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북한은 그 순서를 바꿈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물론 북한이 아직 핵탄두를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시킬 수 있을 정도의 소형화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순서를 바꾸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이번 광명성 3호가 ICBM 정도의 성능을 갖고 있다고 판별된다면 핵탄두 소형화 여부를 떠나 미국에는 커다란 위협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즉 미국은 더 이상 북한을 무시하는 정책(benign neglect/ignoring policy)을 고수할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이번에은 중국의 반대가 심해 북한 마음대로 위성을 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각국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을 외교의 바탕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위성 발사를 자신들의 주권이라고 하는 북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 있어도 개입해 막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는 한 자신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어떤 할 말이 있을까? 실상 동북지역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조속히 북미간의 관계정상화가 돼 한반도에서 안보위기가 제거되는 것을 오히려 고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종합해 볼 때 북한은 예정대로 광명성 3호 발사를 할 것이며, 이것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상징으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만약 성공적이라면 북미관계 정상화는 오히려 속도를 낼 것이며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에 박차를 더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실패라고 판별된다면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마오쩌둥의 말은 북한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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