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부, 구럼비 해안 폭파 강행…부상 주민 후송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부, 구럼비 해안 폭파 강행…부상 주민 후송

7일 오전 11명 연행…'쇠사슬 인간띠' 묶고 저항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강정마을 앞 구럼비 해안에 대한 발파 공사가 마침내 시작됐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해군이 공사 재개를 강행하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건설은 7일 오전 11시 20분부터 구럼비 바위 인근의 1공구에서 1차 발파를 시작했다. 발파를 위해 삼성건설은 최대 8t의 화약 사용을 허가받았다. 해군은 오후 2∼3시 대림건설이 화약 사용 허가를 받은 곳에서 2차 발파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총리실과 국방부가 우근민 제주지사의 공사 보류 요청을 일축한 뒤 공사 재개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서귀포경찰서는 이날 시공사가 신청한 구럼비 해안 폭파 허가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시공사는 구럼비 해안 2곳에서 각각 최대 8톤, 35톤의 화약을 향후 5개월에 걸쳐 사용할 계획이다.

경찰의 폭약 허가가 떨어지면서 공사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강동균 강정 마을회장은 이날 오후 긴급 주민회의를 소집하고 구럼비 폭파 저지 방침을 밝혔다. 경찰도 이에 앞서 도내 전·의경 560여명에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력 6개 중대에 여경 1개 제대 등 외부에서 온 경력 510여명을 추가 증원해 주민들의 공사 저지 움직임에 대비했다.

7일 오전 3시 비상사이렌이 울리면서 주민과 활동가들이 폭약을 실은 차량의 공사현장 진압을 막기 위해 집결했다. 이들은 강정마을 동쪽 강정천 다리 진입로를 차량 등을 이용해 막았고 일부 주민은 쇠사슬로 몸을 감고 인간띠를 만들기도 했다. 경찰은 오전 8시경 다리를 지키던 이들을 강제 진압해 11명을 연행하고 30분만에 봉쇄를 풀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 7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이 기지 건설 부지 내 구럼비 바위 발파 화약 운송로에 차량을 주차해 화약 운송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문정현 신부 등 활동가와 주민 20여 명도 오전 4시경 해군 측이 설치한 펜스를 넘어 구럼비 해안 진입을 시도하다가 일부 연행됐다. 시위대 일부는 날이 밝으면 카약을 타고 구럼비 해안 재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도 이날 제주도로 내려가 주민과 함께 대치하는 등 야권도 공사 저지에 나섰다.

▲ 7일 오전 구럼비 바위 발파를 위한 화약 운반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를 가로질러 세워놓은 차량에서 경찰이 해군기지 반대 주민과 평화활동가를 연행하려 하고 있다. ⓒ뉴시스

강정마을의 대치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 이르면서 우근민 지사와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도 공사 일시 중단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발표한 긴급 호소문에서 "서귀포경찰서가 해군기지 시공업체에 발파를 승인한 이후 강정 주민과 해군, 경찰 사이에 커다란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며 이대로 가서는 예기치 못한 불상사와 피해가 발생해 모두가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도 폭파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 오전 또 해군기지 공사에 따른 공유수면매립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리기에 앞서 해군참모총장에게 사전 예고를 보냈다고 밝힘으로써 그간 마을 주민들이 강하게 요구하던 공사 정지 권한 행사의 뜻도 내비쳤다. 주민 반발 여론을 감안해 재검토의 시간을 갖자는 제주도의 요구를 정부가 일축하면서 관과 관의 갈등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도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제주해군기지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 7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건설공사 중단과 평화적 해결 촉구 비상시국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구호가 적힌 천을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미화 씨는 자신이 반미주의자이기 때문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이런 해군기지를 만든다고 해도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제주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지만 그런 논리라면 지금 부산시가 가장 잘 사는 곳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구럼비가 폭파되지 않는다면 내 온 힘을 바쳐 문화예술인들이 강정을 문화마을로 바꿔 지금보다 더 (주민들이) 잘 살 수 있게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대책회의는 이날 결의문에서 "해군기지 건설은 그 시작부터 주민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변칙적이고 편법적인 의사결정, 환경파괴에 대한 적절한 조사와 대책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며 "이명박 정부는 구럼비 발파 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원점에서 재점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회의는 비상시국회의를 마친 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결고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항의하고 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1명이 경찰 모욕죄로 연행됐다.

▲ 제주 강정마을 앞 구럼비 해안. ⓒ프레시안(최형락)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