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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만 키우면 실업 문제 해결된다는 말에 속지 말라"

[해외시각] 로버트 라이시 "노동조합 강화로 '좋은 일자리' 만들어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각된 미국의 실업문제는 최근 실업률이 소폭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밀려 사양산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제조업은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는 미국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자동자 산업의 돌파구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정치인들이 너나없이 제조업의 부활을 약속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국, 그리고 미국의 노동조합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고임금만 요구하는 노동조합 때문에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를 약화시켜 임금 상승을 막고, 중국의 화폐 가치를 올려 저임금의 덕을 보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것이 보수 진영이 내놓는 해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미국의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19일(현지시간) <알자지라> 칼럼을 통해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하면 일자리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주장에 속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라이시 교수는 중국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제조업은 첨단화로 인해 학력이 낮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삶을 보장해주던 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이 다시 되살아난다고 노동자들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2008년 위기 이후 초임을 절반으로 깎은 자동차 기업이 위기 이전 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노동자들에게 떨어지는 돈은 역대 최저 수준에 달하는 현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라이시는 과거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제조업 일자리 자체가 아닌 임금상승을 위해 싸웠던 노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노조에 적대적이며, 친 노조성향으로 인식되는 오바마 대통령 역시 쇠퇴하는 노조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에는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 미국 자동차기업 제너럴 모터스(GM)의 한 공장. ⓒAP=연합뉴스
제조업이 주는 환상

느닷없이 제조업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적어도 미 대선 구도에서 말이다. 하지만 속지 말라. 제조업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가는 포인트가 아니다. 좋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되찾는 것이 문제다. 전자와 후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공화당은 다시 제조업의 투사로 거듭났다. 과거 미국의 제조업이 크게 성장했던 미시건 주와 오하이오주에서 중요한 예비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밋 롬니 후보는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값싼 제품을 수출하는 중국이 "일자리를 훔쳐가고 있다"면서 자신은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미국의 제조업을 돌려받기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릭 샌토럼 후보는 제조업 분야에서 법인세를 없애고, 기업들이 외국에서 번 돈을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위해 쓰려고 들여올 때 세금을 매기지 않는 등 "미국의 제조업을 위해 싸우겠다"라고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제조업 이슈를 밀어붙였다. 지난달 오바마는 미국 밖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에게는 세제 혜택을 없애고, 기업들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게끔 새로운 유인책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근면한 미국인들이 다시 제품을 만들 기회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최근 경기가 다소 호전되면서 미국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과거의 영화를 그리는 애국심이 더해져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트럭에 대한 수요가 조금 생겨났다. 미국의 제조업이 부활할 수 있는 작은 호황이 생긴 것이다. 클린튼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슈퍼볼 광고 '미국의 하프타임'은 그런 분위기를 정확히 노렸다.

그러나 미국의 제조업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2010년 1월 이후 40만4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2000년 7월 수준보다 550만 개 적다. 1990년 상황과 비교하면 1200만 개 줄어들었다. 장기적 추세로 보면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해서 감소했다.

우리가 해외의 저임금 노동자들과 경쟁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노후한 제조 라인이 기계와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공정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는 더 줄어들었다. 제조업은 이제 첨단 기술로 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의 제조업을 되돌려 놓는 것은 진짜 과제가 아니다. 과제는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없는 미국인 다수를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제조업은 이러한 이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그 이유는 공장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을 얻어낼 정도로 충분히 강력한 노조에 의해 대표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는 더 이상 참고사례가 될 수 없다. 한때 강력했던 전미자동자노조(UAW)는 신규채용시 초임을 반으로 깎아 10년 전 수준의 임금을 주겠다는 미 3대 자동차 기업(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제안을 강제로 받아들였다. 새로 고용된 자동차 노동자들이 받는 시급 14달러는 미국에서 서비스 분야 노동자들 대부분이 받는 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GM은 곧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지만 신규 노동자들에 돌아간 보상은 없었다.

1950년대에는 미국 노동자의 3분의 1 이상이 노조에 가입했다. 현재는 민간 부문 노동자의 7% 만이 노조원이다. 지난 3년 6개월간 대학을 나오지 못한 노동자들의 중위 소득이 크게 감소한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그건 노조의 쇠퇴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은 노조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밋 롬니는 맹비난밖에 하지 않는다. 그는 취업시 노조가입 및 조합비 납부를 요구하는 직업을 금지하는 소위 '일할 권리'(right to work)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 그는 "나는 전에도 노조 지도부와 겨뤄본 적이 있다"며 "기꺼이 다시 한 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과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지 않을 때는 그는 높은 노조 임금을 탓했다.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노동관계위원회(NLRB) 구성원을 노조의 꼭두각시로 채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릭 샌토럼은 민간 영역의 노동조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가 미 상원에서 '일할권리' 법에 반대표를 던졌지만(롬니는 이와 관련해 현재 센토럼을 공격하고 있다) 노조의 힘을 강화하는 데에는 흥미가 없고 공공 부문의 노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주 방문한 밀워키의 자물쇠 제조업체로 중국에 있던 100여 개의 일자리를 미국으로 돌려놓았던 매스터락처럼 노조가 있는 공장을 찬양한다. 그러나 오바마는 자신이 재선이 되면 노조 설립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노동자 자유선택 법안'(EFCA)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도 이 법안을 지지했지만 당선된 이후 결코 법제화에 나서지 않았다.

오바마는 또 위스콘신주 당국이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협상를 탄압하거나 인디애나주가 최근 '일할 권리' 법안을 제정하는 등 미 중서부에서 벌어지는 노동분규에 입을 닫았다.

사실 미국 기업들은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매우 잘 해내고 있다. 최신 데이터를 보면 이들 기업의 지난해 3분기 이익은 총 2조 달러로 경제 후퇴가 오기 이전인 5년 전보다 19% 높다.

하지만 미국 노동자들은 이런 풍족함을 공유하지 못한다. 일자리 문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임금은 물가 상승을 감안했을 때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미국에서 번 돈 1달러당 노동자들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44센트에 불과했다. 44%라는 노동소득분배율은 1947년 정부가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 제조업의 쇠퇴가 아니다. 제조업을 되살린다고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 미국 경제가 얻는 소득을 공유하기 위한 미국 노동자들의 힘이 감소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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