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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연착륙? 헛다리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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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가계부채가 연착륙? 헛다리 짚었다

[홍헌호 칼럼] 매년 32조원 까먹는 가계부채 문제, 이미 소득세 위협수준

최근 <연합뉴스>가 '골드만삭스 한국 가계부채 연착륙 가능성 전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가계 소득 대비 대출이자 비중이 안정적으로 관리돼 한국의 가계부채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주장이 기사의 주요 골자다.

필자도 평소 '정부가 더 이상의 실수를 하지 않고 앞으로 개과천선해서 잘 해낸다면' 가계부채가 연착륙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이 기사를 들여다 보았다.

가계소득 대비 대출이자 비중이 안정적이어서 큰 문제없다?

그러나 기사를 열 줄쯤 읽었을 때 날카로운 분석을 기대했던 필자의 기대는 바로 실망으로 변했다. 골드만삭스에 대한 국내외의 높은 평가에 전혀 걸맞지 않은 낮은 수준의 분석이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가계부채의 연착륙 가능성을 전망하는 근거로 근로자의 소득 대비 대출이자 비중이 2%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가계소득 대비 이자비용이 1998년 3분기 3.2%에서 2002년 4분기 1.1%까지 떨어진 이후 다시 꾸준히 상승했지만, 2008년 4분기 2.2%, 2009년 4분기 2.1%, 2010년 4분기 2.4%, 2011년 3분기 2.4% 등 수년째 2%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설명이다.

이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가계에 더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 그늘을 단순히 대출이자로만 살펴보는 건 옳지 못하다. ⓒ뉴시스

가계부채로 인한 연간 이자소득 순손실 32조 원

가계부채로 인한 가계손실을 단순히 '대출이자' 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피상적이다. 가계부채는 단순히 대출이자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가계 저축률을 떨어뜨려 예금이자 감소라는 부작용도 동시에 가져오기 때문이다.

최근 10여 년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은 부동산 투기와 양극화 심화에 기인했다.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 사람들은 예금통장을 깨서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생계비로 쓰게 된다. 예금통장을 깬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계의 저축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계부채가 가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소득 대비 대출이자 비중 증가분뿐만 아니라, 예금이자 비중 감소분도 동시에 보아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가계소득 대비 이자비용 비율은 6.4%였다. 한 때 2.7%(2004)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2005년 판교신도시발 부동산 투기가 터지고 2006년 뉴타운발 부동산 투기가 터지면서 재상승해 2010년에는 6.2%까지 상승했다.

* 2000년 가계소득 대비 이자비용 비율 : 6.4%
* 2010년 가계소득 대비 이자비용 비율 : 6.2%

저금리가 지속되고 저축률이 떨어지자 가계소득 대비 이자소득 비율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00년 그것은 10.9%에 달했으나 점차 낮아져 2010년 6.3%에 머물러 있다.

* 2000년 가계소득 대비 이자소득 비율 : 10.9%
* 2010년 가계소득 대비 이자소득 비율 : 6.3%

이자소득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순소득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 될까. 2000년 그것은 4.5%였으나 점차 낮아져 2010년에는 0.1%로 추락한 상태다.

* 2000년 가계소득 대비 이자 순소득 비율(4.5%)
= 가계소득 대비 이자 소득 비율(10.9%) - 가계소득 대비 이자 비용 비율(6.4%)
* 2010년 가계소득 대비 이자 순소득 비율(0.1%)
= 가계소득 대비 이자 소득 비율(6.3%) - 가계소득 대비 이자 비용 비율(6.2%)

가계부채 증가와 예금잔고 축소로 가계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을까. 2010년 가계총소득이 727조 원임에 비추어 볼 때, 10년 전에 비해 그 중 4.4%인 32조 원의 이자 순소득 손실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가계부채가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다는 골드만삭스의 주장은 근거있는 것이라 볼 수 없다. 2000년에 비해 가계가 매년 32조 원의 이자 순소득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것은, 당시에 비해 소득세를 두 배 가까이 더 내고 있는 셈이 된다. 2009년 우리나라 소득세 총액은 34조 원이었다.

골드만삭스,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자료를 활용했어야

모든 경제분석가들이 다 그렇듯 한 곳에서 어이없는 오류에 빠지면 다른 곳에서도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골드만삭스도 예외가 아니다. 어이없는 가계부채 분석을 한 골드만삭스는 가계부채로 가처분소득 감소를 설명하기 어렵게 되자, 엉뚱하게도 그 책임을 '조세부담'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가계 소득에서 경상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 1분기 2.5%에서 2011년 3분기 4.3%로 증가했고, 사회보험료 비중은 0.9%에서 2.6%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가처분소득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연구자들이 지적으로 성실한 분석가들이라면 대출이자 부담이든 조세부담이든 일관되게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비교해야 옳다. 하나는 10년을 비교하고 다른 하나는 20년을 비교하는 것은 지적으로 성실한 태도가 아니다.

또 1990년대는 가계가 지금처럼 가계부채와 양극화, 그리고 내수부족 때문에 고통받는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가계경제 파탄 원인을 추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또 골드만삭스가 가계경제 파탄 원인을 정확히 추정하려면 통계청 자료도 무분별하게 활용해서는 안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조사 자료는 조사대상자들로 하여금 매달 가계부를 쓰게 해서 만든 자료다. 따라서 이 자료에 담긴 조세부담액 자료는 연말정산 후 자료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또 조세를 납부하는 시기가 연중에도 달마다 많이 다르기 때문에 분기별 비교를 하는 것 자체도 문제가 많다.

따라서 가계소득에서 경상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내려면 통계청이 아니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를 토대로 계산하는 게 좋다. 한국은행은 국세청 통계를 국민계정 산출의 주요 자료로 삼고 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가계 소득에서 경상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5%에서 2007년 7.7%까지 상승했다가, 그 이후 다시 하락해 2010년 6.8%에 머물러 있다. 10년간 1.3%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홍헌호

가계 소득에서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은행 국민계정 자료를 토대로 계산이 가능하다. 그것은 2000년 4.8%에서 2010년 7.0%로 2.2% 포인트 상승했다.

ⓒ홍헌호

두 가지를 합쳐 보면 지난 10년간 가계 소득에서 경상조세와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에서 13.8%로 3.5%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세부담은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의 주범이 아니다

그러나 경상조세와 사회보험료는 가계부채에 따른 이자소득 순손실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가계부채에 따른 이자소득 순손실은 가계가 금융기관에 일방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반면 가계가 정부(공공기관 포함)에 내는 사회보험료는 사회수혜금이라는 형태로 많은 부분이 다시 가계로 돌아오고, 경상조세의 많은 부분도 교육비, 복지비 지원 등의 형태로 가계로 돌아온다.

따라서 이 두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조세부담만을 빼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이 세금부담이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부(공공기관 포함)가 가계에 주는 사회수혜금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보기로 하자. 여기에서 사회수혜금(social benefits)이란 가계가 질병, 실직, 노령 등등 특정한 사건이나 환경에 처할 경우 받게 되는 수혜금을 말하는데, 정부가 가계에 주는 사회수혜금으로는 사회보장수혜금과 사회부조수혜금이 있다.

이 중에서 사회보장수혜금이란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임금채권기금, 보훈기금 등 사회보장기구가 지불하는 사회수혜금을 말하고, 사회부조수혜금은 사회부담금 납부를 조건으로 하지 않고 정부가 지불하는 사회수혜금를 말한다. 금액으로는 2010년 사회보장수혜금은 15조9080억 원이었고, 사회부조수혜금은 26조707억 원으로 도합 41조9787억 원이었다.

가계소득 대비 사회수혜금 비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2000년에는 2.1%에 그쳤으나 2010년에는 5.8%에 이르고 있다.

ⓒ홍헌호

요컨대 지난 10년간 가계 소득에서 경상조세와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에서 13.8%로 3.5%포인트 상승했다. 동시에 가계소득에서 사회수혜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2.1%에서 5.8%로 3.7%포인트 상승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지표를 동시에 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이 세금부담이라는 주장이 허구임을 알 수 있다. 가계가 세금부담 증가분 이상으로 사회수혜금을 받아갔으니 말이다.

물론 공공복지지출에는 사회수혜금과 같은 현금급여 외에도 현물급여들이 꽤 많이 있다. 초중고교 학생들에 대한 교육비 지원과 건강보험공단을 통한 의료비 지원이 현물급여의 대표적인 예다. 액수로는 전자만 하더라도 40조 원에 육박하고, 후자는 30조 원에 육박한다. 한국은행은 기타 등등을 포함하여 2010년 정부가 가계에 주는 현물급여 총액이 79조9044억 원이라고 집계했다.

다만 현물급여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공급자들이 교육비, 의료비, 보육비 단가 자체를 높일 경우 정부와 가계의 부담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항상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현물급여가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공급자들이 단가를 과도하게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총부담액 대비 가계부담 비율이 낮아지는 경우다. 무상급식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다만 의료비 지원이나 반값등록금의 경우는 공급자들의 단가 통제를 하면서 정부 지원을 늘려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요약하며 글을 맺는다. 골드만삭스처럼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이 대출이자 비용이 아니라 소득세나 사회보장세와 같은 세금부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없다.

가계부채는 연간 32조 원에 달하는 이자 순손실을 발생하여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크게 줄여 놓은 반면, 소득세나 사회보장세 부담 증가로 인한 소득 감소분의 대부분은 사회수혜금 증가분으로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 현상의 원인은 조세부담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찾는 게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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