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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식 없는 보수언론의 학생인권조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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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식 없는 보수언론의 학생인권조례 비판

[기자의 눈] 학생인권조례가 싫다고 동성애 혐오 조장하나

예상했던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도를 넘는 사안까지 쟁점화되는 모양새다. 서울시교육청이 26일 공포한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얘기다.

경기도와 광주시에 이어 세 번째로 공포된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익히 알려진 대로 체벌에 대한 반대, 두발과 복장의 자유, 학생의 교내 집회 허용, 종교 행위 강요의 금지, 소지품 검사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수단체는 이 조례에 대한 혐오를 쏟아내고 있다. 26일 오후 <문화일보>는 이 조례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기사를 통해 전달했다. 이 신문은 특히 독자의 반발을 일으키기 위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개인에 대한 비난성 기사까지 실었다.

<'외골수' 郭… 방학중 '뒤통수' 맞은 교육현장 '죽을 맛'>이라는 기사는 곽 교육감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적지 않은 일선 학교 교육자들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돌아온 교육감이 편향된 일부의 주장과 자기 소신만을 앞세운 조례안을 공포하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곽 교육감은 자숙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적지 않은 일선 학교 교육자'들이 과연 얼마나 되며, 그들이 실제 저와 같은 말을 한 건지도 의심스럽지만, 무엇보다 이 대목은 언론의 '특정한' 의도를 너무나 짙게 풍긴다. '학생인권조례를 범죄자(곽노현)가 밀어 붙인다'는 논리를 통해 '학생인권조례는 나쁘다'는 인식을 독자에게 심어주려 한다는 얘기다. 곽 교육감이 얽혔던 뇌물 공방과 학생인권조례의 옳고 그름에는 논리적 관계가 없다.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자문위원들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왼쪽부터 전은자 참교육 학부모회 서울지부장, 송병춘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변춘희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본부 공동대표, 한상희 학생생활교육 정책자문위원장, 김홍섭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 수수(활동명)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본부 위원. ⓒ뉴시스

보수언론의 편향된 태도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시각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이 '학생도 하늘에서 부여한 보편적 인권을 향유할 권리를 지닌 인간'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라 새삼스러울 것 없다. '학생의 인권 보장이 교권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교사의 권리와 부당한 권위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 또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27일자 칼럼 코너에서 "이제 학생들은 교실·운동장·거리에 모여 시위를 할 수 있게 됐다"며 학생들이 "반미·종북 세력들과 스크럼을 짜고, 경찰차에 불 지르고, 청와대로 돌진할 수도 있다. '희망버스'에 올라타거나 크레인 위에 올라가 단식투쟁을 하는 초·중·고생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가히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예의 '남자교사 증원'이 시급하다는 주장 역시 기고문을 통해 연신 강조하고 있다. 남자교사의 힘과 위세로 아이들을 억누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상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혐오에 비춰 보면, 이 신문이 아이들을 어떤 존재로 여기는지 단박에 드러난다. 아이들은 억눌러야 하고, 그들의 인권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미 일선 대안학교 중 일부에선 수업의 하나로 지난해 학생들이 각종 집회현장에 참여하거나, 희망버스에 타기도 했다. 성미산학교의 한 교사는 "일반계 학교에서 상처받고 온 '일진' 출신이 희망버스를 탄 후 완전히 달라졌다"고 학습효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집회에 나선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끌었던 4.19 혁명은 십대 청소년들이 불씨를 댕겼다.

<문화일보>의 ''임신·동성애'까지 사실상 허용' 기사에는 동성애 자체를 죄악시하는 의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기사는 "보편적 인권보장 자체는 좋지만, 미성년에게 동성애와 미혼모 등까지 지나친 자기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책임의 방기"라고 지적했다. 동성애자가 사실상 범죄자 취급당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그들이 놓인 현실에는 눈을 감고 "학생의 누릴 인권을 명확히 하는 건 곧 동성애 방조"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늘어놓은 셈이다.

성적 지향이 남들과 다른 학생이 이를 들켰을 경우, 친구에게, 혹은 교사에게 부당한 차별을 받더라도 당연하다는 건지 묻고 싶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급격해서 불안한 성장기를 겪는 아이들이 받을 이 인권침해는, 크게는 한 사람의 생애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이와 같은 입장은 <문화일보>를 제외한 다른 보수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논조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호모포비아에 빠진 언론들이 오직 '학생인권조례 좌초'라는 목적을 위해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짓밟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인권 인식 수준을 알 수 있는, 비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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