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주말보다 4.13달러(4.2%) 오른 배럴당 102.96달러에 거래돼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3.96달러(3.7%) 상승한 배럴당 111.3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지수가 예상치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보다는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과 추가 제재에 나선 미국 사이의 갈등이 군사적 긴장 조짐을 보이면서 불안감을 키웠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지난달 이란산 원유 수입을 위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제재하겠다는 법안을 통과시킨 후 이란은 이달 초 전 세계 원유수송선의 4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며 봉쇄 위협을 가했다. 이와 동시에 미 해군 제5함대 소속 항공모함 'USS 존 C. 스테니스호'와 미사일 순양함 'USS 모바일 베이호'도 지난달 27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바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아타올라흐 살레히 이란군 사령관은 3일 "미국의 항공모함이 다시 페르시아만으로 돌아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는 한번 이상 경고를 하는 습관이 없다"라고 말했다. 살레히 사령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나온 이란의 경고 메시지 중 수위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살레히 사령관은 지난 10일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시한 이란 해군의 해상 훈련이 주는 메시지를 이란의 적국들이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계획은 없지만 어떤 위협에 대해서도 준비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성명을 통해 "페르시아만의 미 해군 배치는 과거처럼 계속 될 것"이라며 "미 항공모함의 배치는 현재 진행중인 임무의 연속성과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이란의 경고를 일축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날 방송에 출현해 이란의 핵무기 제조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유럽 국가들도 미국처럼 이란 중앙은행 자산 동결과 이란 원유 수입 금지 등의 강경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유럽도 대이란 강경 자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 미 해군 제5함대 소속 항공모함 'USS 존 C. 스테니스호'. 이란은 이 항모가 페르시아만으로 돌아올 경우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
<로이터>는 이날 미국과 유럽의 추가 제재와 더불어,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도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수입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3월 이란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치킨게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통신은 전망했다. 군사적 충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란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지난해 1월 결렬됐던 서방국과의 핵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비췄지만 서방에서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시간끌기 작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외교적 접촉의 여지도 좁아진 상태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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