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만약 이란 석유에 대한 제재 조치가 채택될 경우 한 방울의 원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해군이 24일부터 페르시아만 입구에 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10일간 해상훈련에 들어간 가운데 미 의회가 지난 15일 통과시킨 이란 추가 제재안에 대한 이란의 경고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란과 오만 사이를 흐르는 폭 6.4㎞의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수출하는 원유와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대부분이 통과하는 요충지로 미 해군의 감시를 받고 있다.
▲ 지난 22일 이란 해군의 호르무즈 해협 해상훈련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아미르 하비볼라 사야리 이란 해군 사령관. ⓒAP=연합뉴스 |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봉쇄 위협'을 한 것만으로도 미국은 값비싼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긴장이 고조되어 유가가 올라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를 더욱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라히미 부통령의 발표가 전해진 이날 지난주 종가보다 1.66달러(1.7%) 오른 배럴당 101.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도 북해산 브렌트유가 전날보다 1.05달러(0.97%) 오른 배럴당 109.01달러를 기록했다.
미 의회는 지난 15일 이란 원유를 수입할 목적으로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전 세계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게 하는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당장 이란 원유를 전면 차단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시장 추이를 살펴 동맹국들이 다른 산유국들의 원유로 수입선을 바꾸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가 상승 없이 이란 원유 수출을 줄인다'는 미국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재가 시작되기도 전에 시장이 불안감을 표출하는 상황에서 이란 원유의 대체분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란 원유의 대체 공급원으로는 사우디 등 다른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꼽히지만, 로스탐 카세미 이란 석유장관은 이란 제재가 현실화 될 때 사우디가 '구원수'로 나서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에 <로이터>는 이날 석유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유럽에 대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중단되면 사우디 등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공급을 대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 이란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을 늘리게 될 것이고, 유럽 쪽의 원유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사우디 등이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산유국 입장에서도 이란 원유 수출 감소로 유가가 뛰면 자국 원유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에 공급량을 늘리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유가 안정을 전제로 제재를 가하려는 미국의 계획과는 다른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스스로가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큰 혼란을 초래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은 단순한 위협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중앙정보국(CIA) 스파이라고 의심받은 미국계 이란인 아미르 미르제이 헤크마티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이란 국영 TV는 지난 18일 헤크마티가 CIA 훈련을 받고 이란으로 파견됐다고 자백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헤크마티의 변호인은 그가 CIA에 속아서 이란에 왔을 뿐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란 검찰은 27일 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에 토너 미 국부무 대변인은 "헤크마티가 부당하게 비공개 재판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과거에도 이란 정권은 무고한 외국인을 정치적인 이유로 기소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이란 정부에 헤크마티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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