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이란 제재안이 포함된 67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수권법안을 찬성 86, 반대 13로 통과시켰다. 앞서 미 하원은 지난 14일 찬성 283, 반대 136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법안에 들어있는 이란 제재안의 핵심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위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당초 상원은 지난 1일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한국, 일본 등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큰 동맹국들의 반발을 의식한 백악관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AP>는 16일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압력을 할 경우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미 행정부가 해왔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은 미국의 경기 회복을 늦추는 반면 오히려 이란의 원유 수출 수익을 증대시켜 핵 개발에 투입하는 자금만 더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회는 이 제재안에 일부 예외 조항을 두는 작업에 착수했다. 15일 상원이 최종 통과시킨 법안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금융기관 제재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통과된 제재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고 6개월이 지난 후 발효되도록 했다. 이에 대해서는 백악관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압박은 최대화하고 동맹국의 혼란은 최소화하는 제재안 이행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밝혔다.
▲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
이란 원유의 수입 비중이 10월 말 기준 전체 원유 수입의 9.6%(77억 달러)에 이르는 한국 정부는 이번 제재안에 담겨있는 예외 조항을 적용받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핵심당국자는 "미 의회에서 제재법안이 통과됐지만 앞으로 행정부가 어떤 내용으로 이행 조치를 마련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일단 정부로서는 한국이 원유 수입 중단 부분에서 예외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현재 이란 중앙은행과 연관된 한국 금융기관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으로 지난해 9월 1차 이란 제재안 발표 이후 원화 결제를 통해 거래해왔다. 정부는 16일 오후 미국의 두 번째 제재안 통과에 따라 이란 추가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일단은 두 은행에 대해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실행한 바 있는 한국 정부가 원유 수입 중단은 아니지만 이란의 석유화학제품 수입 금지 등의 제재안을 또 준비함에 따라 민간 기업들에게 미칠 악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 추가 제재 명분이 '이란의 핵무기 제조 의혹을 증명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를 기초로 하고 있어 제재의 정당성에도 이의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유 수입의 약 10%가량을 이란에 의존하는 일본은 이미 미국에 특례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15일 일본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이 지난 3월 대지진으로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서 석유를 사용하는 화력발전 비중이 올라갔다며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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