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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도 '정봉주 구속'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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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도 '정봉주 구속' 비판

"명예훼손·국가안보 이유로 규제 강화…특히 정치적 발언 제약"

인기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던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과 관련해 미 <워싱턴포스트>가 온라인상의 정치적 발언을 제약하는 한국의 인터넷 규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주목된다.

신문은 23일(현지시간) 국민의 80%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정부가 예전부터 온라인을 규제해 왔다며 일례로 평양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려고 하면 접속 불가 사이트라는 경고 메시지가 담긴 화면으로 자동 이동된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러한 정부의 규제가 몇몇 사례에서는 도를 넘어서고 있으며,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주의를 끌지 못하는 온라인상의 발언까지 강력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분단된 국가에서 정치적 발언이나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한 규제가 더 변덕스러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례로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BBK 설립 의혹과 관련한 허위 사실 유포로 징역을 선고받은 정봉주 전 의원을 들었다. 신문은 정 전 의원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평론가 중 하나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에서는 유명 인사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명예훼손 성립이) 쉬운 일이다. 사람들이 입을 열면, 규제를 받게 된다'는 그의 말을 전했다.

<LA타임스>도 이날 정 전 의원의 판결 소식을 전하며 사람들이 SNS를 통해 이번 판결을 성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정 전 의원의 재판이 이례적으로 지연되어 왔다며 이번 판결로 그가 참여하던 <나는 꼼수다>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고 썼다.

▲ BBK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선고에서 징역1년을 확정 받은 뒤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워싱턴포스트>는 한발 더 나아가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전 정부에 비해 현행법을 가혹하게 적용해 인터넷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란물과 명예훼손, 안보를 위협하는 콘텐츠를 단속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기술적으로는 독립 기관이지만 위원회 구성원은 대통령이 임명해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유엔 관계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결과적으로 검열기구"라고 말한 점을 들면서 심의위가 직접 게시물을 차단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차단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많은 벌금을 물거나 감옥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요청을 거절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또 규제 당국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차단한 웹사이트는 3년 전에는 2000개였지만 현재는 8만 개를 넘어섰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여기에 심위위가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SNS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 팀을 꾸리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애도를 보내는 게 처벌 대상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위법 행위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신문은 한국의 규제 당국이 특히 정치인에 대한 비판에 민감하다며 트위터 아이디 '2MB18nomA'를 사용하다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던 송 모(41) 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송 씨의 트위터 계정은 "공공에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심의위원회의 차단 결정을 받았고, 경찰은 그의 아이디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회적 명성에 해를 미친다"라고 판단했다.

신문은 한국이 25년 동안 군부 독재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빠르게 이행하면서 가장 성공한 국가중 하나가 돼 인구의 반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이지만 기성 세대는 정치가들을 비판하는 젊은 세대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중앙·동아'를 가리키는 남한의 주요 일간지 3곳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보수적이며, 이명박 정부가 주요 방송사의 사장 선임에 개입하면서 한국의 주류 언론은 자국 사안에 대해 한 가지 목소리만을 내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은 좀 더 비판적인 기사는 온라인으로 접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신문은 유엔(UN)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명예훼손과 국가안보 위협에 관한 모호한 법 규정을 이용해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밝힌 내용도 함께 소개햇했다. 당시 보고서는 이러한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t, 과도한 규제로 인한 의욕 상실)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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