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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포퓰리스트' 오세훈, 만만세!

[손호철 칼럼] 무상급식 주민투표 제의를 직접민주주의 기폭제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교수노조 위원장.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2년 전 교육감 후보로 출사표로 던지기 전에 가지고 있던 직함들이다. 즉 그는 양대 교수운동단체의 사령관을 지낸 사회운동가였다. 그러나 무상급식을 화두로 교육감 후보로 나서면서 한국정치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중앙정치무대도 아니고 경기도라는 지방자치선거에서, 그것도 오랜 정치연륜의 노련한 정치인이 아니고 초보교육행정가 지망생이 던진 무상급식의 화두는 2년도 안 돼 우리사회에 엄청난 복지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중심으로 보편적 복지를 당론으로 제시하고 나섰다(물론 진보신당이 제안하고 있는 사회복지세와 유사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 등 당내 '진보파'를 제외한 당권파와 당내보수파는 증세 없는 무상복지 프로그램을 주장하고 있는 바, 이는 재원조달이라는 점에서 '사기성'이 농후하지만).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선별적 복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김 교육감은 남미의 아마존에서 작은 나비가 일으킨 날개 짓이 일련의 연쇄작용을 일으켜 궁극적으로는 뉴욕에 엄청난 폭풍우를 가져온다는 '나비효과'를 실감하게 해준다. '무상급식의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주목할 것은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는 보편적 복지담론을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정치인들,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치열한 경쟁에 들어가게 될 수도권의 적지 않은 정치인들의 경우, 이 같은 당의 입장이 서민들에게 반복지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어 내심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민주당과 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 예산을 거부하고 주민투표를 주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히려 예외적이라 할 만 하다.
▲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

물론 오 시장의 강경한 반무상급식 노선은 차기 내지 차차기 대권 레이스를 겨냥해 확실하게 '보수의 챔피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오시장의 강경론에 대해 한나라당의 지도부와 수도권 의원들조차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자 오 시장은 자신의 주민투표투쟁은 "6.25당시 낙동강 전선을 방어하는 심정으로 하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나섰고 급기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정치운명을 걸었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와 관련,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 시장이 무상복지를 망국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가 제의한 주민투표야 말로 다수 주민들이 자신들의 대표(교육감과 시의회)를 뽑아 이들이 주민들을 대신해 통치를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주민들의 직접지배로 나가려는 직접민주주의이자 또 다른 형태의 포퓰리즘이라는 사실이다. 오 시장이 보수적 대의민주주의자에서 급진적인 직접민주주의자로, 반(反)포퓰리스트에서 포퓰리스트로 변신을 했으니 '급진적 직접민주주의자', '포퓰리스트' 오세훈 만만세이다!

정작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시의회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등 소위 민주개혁세력의 대응이다. 즉 이들은 오 시장의 주민투표 제의를 정략적인 정치공세로 일축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대응이다. 오히려 오 시장의 주민투표제의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의회는 주민투표에 의해 뽑힌 만큼 이를 추진할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민이 뽑은 오 시장도 나름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즉 '이중의 정통성'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민투표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나아가 민주개혁세력은 루소의 주장처럼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되고 투표만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가는" 현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주민투표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 오 시장의 주민투표 제의는 자신들의 정책에 도전하는 보수세력 주도의 주민투표이므로 거부한다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오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제의를 주요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와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제도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오세훈 시장이 제의했지만 서울시의회가 전액 삭감한 서해뱃길사업, 한강예술섬 사업 등도 주민투표에 부치자고 역제의해야 한다. 695억원짜리 무상급식은 주민투표에 부치자면서 752억원짜리 서해뱃길 노가다 사업은 왜 주민투표에 부치지 말아야 하는가?

그 뿐 아니다. 온 나라의 강을 신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4대강 사업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요 예산안을 만들 때 주민들이 참여하거나, 최소한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참여예산제도(브라질 노동자당이 실험한 바 있는)와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전면화할 수 있도록 싸워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 김상곤 교육감의 '무상급식의 나비효과'로 복지국가 논쟁의 전면화를 가져왔듯이, 오 시장의 주민투표제의가 '주민투표와 직접민주주의의 나비효과'를 가져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오 시장 같은 보수세력이 자신들이 반대하는 진보정책이 추진된다고 갑자기 직접민주주의의 신봉자인양 주민투표를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보수세력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의 정치세력은 냉전적 보수세력이건 민주개혁세력이건 이중잣대를 벗어나지 못해 왔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대의민주주의에 의해 국회에 위임된 권한이라며 국민이 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발로 찍은 일종의 국민투표와 직접민주주의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재신임했고 사실상 탄핵세력을 탄핵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이전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갑자기 직접민주주의자로 돌변해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나섰고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이전을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국민투표는 불필요하다고 대의제민주주의를 옹호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자 또 다시 모든 것은 뒤집어졌다. 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에 반대하던 민주당은 4대강사업의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을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이상 필요 없다고 대의제민주주의를 옹호했다. 그러다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세력이 승리해 무상급식이 정책화되자 오 시장은 직접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세력은 대의제민주주의의 입장에서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잘못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민주세력, 진보세력이라면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주민투표, 국민투표, 직접민주주의에 적극적이어야지, "보수세력이 주도하는 보수적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는 찬성하지만 우리가 주도하는 진보적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는 반대한다"는 식의 이중잣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무상급식이 승리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설사 순수가정으로 진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민주세력은 시민들을 믿어야 한다(물론 유신도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지지 하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수 시민들이 이에 반대한다면 주민투표를 안하더라도 시민들은 다음선거에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보수교육감과 보수시의회에 손을 들어줘 무상급식을 폐기시킬 것이다. 다만 무상급식만이 아니라 서해뱃길예산 등 오 시장의 노가다 사업에 대한 주민투표도 함께 제의해 서울시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무상급식에 저항하는 오 시장의 주민투표제의를 주민예산참여제도의 도입과 직접민주주의의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급진적 직접민주주의자', '포퓰리스트' 오세훈 만만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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