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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재소자 모아 정부군 총알받이로 써"

전직 버마 군인 "지뢰밭에 개 아니면 재소자 투입"

오랜 군부 독재에서 허울뿐인 '민선 정부'로 탈바꿈한 버마(미얀마)의 인권탄압 실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등은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버마 정부가 재소자들을 강제로 착출해 국경지역 반군과의 전투에 총알받이로 쓰는 등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2010년 이후 군부대를 탈출한 58명의 재소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군대가 자행하는 탄압 실태를 생생히 증언했다.

"전쟁 범죄나 다름 없는 학대"

21살의 야이 조(가명)는 여자 친구의 오토바이를 훔쳤다가 1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강제 노동을 예상했던 그는 하지만 버마 동쪽 국경에서 소수민족 반군과 싸우고 있는 정부군의 짐꾼으로 일해야 했다. 그는 그곳에서 군인들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당했고 막대기 하나만 들고 지뢰밭에 투입되는 등 자살 행위와 다름없는 임무를 맡았다.

그의 동료 중 2명은 도망치다 붙잡혀서 죽었고, 1명은 몸이 아파서 짐을 들수 없다고 했다가 절벽에서 내던져졌다. 또 다른 동료 3명은 지뢰밭에서 즉사하거나 불구가 된 후 군인들이 짐이 된다며 총으로 쏴 살해됐다. 지난 3월 야이 조는 "여기서 머물다 죽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도망치는 두 가지 길밖에 남지 않았다"며 탈출을 감행해 태국과의 국경을 넘었다.

인권단체 보고서에 등장한 피해자들은 형기도 제각각이었고 범죄 행위도 금전 다툼에서 중범죄까지 다양했다. 버마 군부는 적어도 1990년대 초반부터 재소자들을 군대에 활용해 왔는데, 최근 1월에는 전국에서 1200명이 넘는 재소자들을 모아 동쪽 국경에 투입했다.

▲ 지난 6월 버마를 탈출하는 카친 민족 사람들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보고서는 버마의 통치자들이 인권 개선이 포함된 '민주주의를 향한 로드맵'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가 치러졌지만 수천 명의 정치범이 감옥에 갇혀 있었고 많은 야당 지도자들이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었다. 선거에서 승리한 연방단결발전당(USDP)은 군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당선됐고 그들의 선거 운동은 군부의 지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전쟁범죄나 다름없는 심각한 학대가 (여전히) 군부와 상류층들의 개입과 인지 하에 자행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수백 명의 재소자들이 감옥에서 일괄적으로 모집돼 군대로 보내지는 건 정부 고위직의 승인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휴먼라이츠워치의 데이비드 매디슨(David Mathieson)은 "군대의 누군가가 군인의 규모를 감안해 필요한 만큼의 짐꾼 수를 계산했다"며 "재소자들이 리스트에 올라가고 그 다음 그들은 기계처럼 다뤄지다가 죽는다"라고 <타임>에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인권단체뿐 아니라 정부군에서 탈영한 이들의 증언에서도 확인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31세의 전직 군서기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새로 짐꾼이 왔다는 내용의 암호화된 문서를 정기적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지휘관은 버마의 행정수도인 내피도에서 작성된 그 명령서를 그에게 하달했다.

그는 또 군인들이 자신에게 왜 재소자들이 짐꾼으로 왔는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군인을 낭비하길 원하지 않지만 범죄자를 잃는 건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땃마도(Tatmadaw)'라 불리는 버마 정부군은 악명 높은 군대 중 하나로 30만 명 이상의 군인을 거느리고 있다. 1948년 버마가 영국의 식민 지배에 벗어난 이후 자치를 원하는 민족들이 땃마도와 전투를 벌였다. 지난 20년 동안 땃마도는 소수 민족들을 황량한 국경지대로 몰아넣었다.

<타임>은 땃마도의 목적이 소수 민족 반군을 버마 국민들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권단체들은 땃마도가 지역에서 강제 이주와 고문, 강간, 재판을 거치지 않은 살인 행위 등 야만적인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90년 대 중반 이후 버마의 강제 노동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소주 민족은 종종 강제 징집에 동원된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적십자가 각각 1998년과 2007년 버마의 강제 징집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지만 버마 정부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이를 중단하지 않았다. 지난 3월 버마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재소자의 징집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스스로 자원했고 어떤 위험에도 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아버지와 삼촌이 군인에게 살해당한 후 탈영한 22살의 군인은 "우리가 지뢰밭에 들어가기 전에 지뢰를 터트리기 위해 때로는 개를 들여보냈고, 아니면 짐꾼을 썼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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