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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쇄신'의 답은 18세 청소년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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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쇄신'의 답은 18세 청소년에게 있다

[우석훈 칼럼] 한나라당 쇄신과 투표 연령

한나라당의 실무자들이나 젊은 정치인들이 요즘 패닉 상태에 있다고 한다. 시민들의 연령이 내려가면 갈수록 반 한나라당 흐름이 강해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더 정치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MB의 가장 큰 적은 초딩"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전임 당대표가 '보온병'이라고 불리며 물러나게 만든 가장 큰 힘이 바로 이 초등학생들 아니었던가?

여기에 더해서 최근 한미 FTA 반대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켜보는 한나라당은 답답할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20~30대들의 광범위한 반 MB 정서는 한나라당의 앞마당이었던 강남은 물론이고, 경남과 부산 같은 자기들 텃밭에서도 점점 커져가는 흐름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한나라당이 서 있을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은 작아진다.

그 와중에 쇄신안으로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서, 아마 그 쇄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당사 없애고 국회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이유가 그 당사를 위해 내는 임대료 때문이 아닌데 국회에 들어간다고 무슨 쇄신이 되는가? 한미 FTA를 날치기해야 하는 곤란한 처지에 빠진 외통위 의장인 남경필 의원이 쇄신안 작성에 참여한다고 하면, 그걸 누가 곧이 듣겠는가?

이 와중에 트위터에 그날 골을 집어넣은 축구선수 박주영의 '10번'을 외쳤다고 유력 대선후보 중의 한 명인 정동영 의원을 선관위가 고발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니, 한나라당 얘기가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세상 사람 다 아는데, 자신들만 모르는 경우가 지금의 한나라당 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29 선언 때나 탄핵열풍 같은 때를 상상하는지 모르지만, 연령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한 한나라당 정서가 더 강해지는 지금의 상황은 그 때와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깊고도 장기적인 위기이다. 내가 한나라당에게 조언하거나 주문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 기회를 빌어 같이 고민했으면 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증은 17세에 발급되고, 운전면허는 18세에 취득이 가능하고, 선거는 19세에 할 수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대부분의 국가가 18세에 선거권을 갖는다. 생명을 다루는 운전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을 나이이면 시민으로서 충분히 주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우리도, 한나라당이 앞장 서서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면 어떨까. 통상적으로 야당은 선거연령을 낮출수록 유리하고, 한나라당은 높일수록 유리하다. 투표 연령을 낮추자는 이야기가 한나라당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심정적으로, 할 수만 있다면 선거연령을 더 높이고 싶지 않을까. 할 수만 있다면 50세 이상에게만 투표권을 주고 싶을 것 아니냐?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자. 더 젋은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오히려 역제안을 하고, 자신들의 쇄신의 방향을 이 사람들에게 맞추는 게, 장기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죽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지금처럼 한미 FTA 강행처리를 고집하고,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라고 하고 있어서는, 영남권 일부의 의석으로 겨우겨우 원내교섭단체 유지하다가 자민련처럼 힘들어질 수도 있다. 50대 이상, 영남권 득표 그리고 강남몰표만 가지고 정치할 수는 없다. 보수가 가질 수 있는 미덕이 있다면, 그 미덕을 더 젊은 사람들에게도 설명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한나라당이 투표 연령을 18세로 한 살 낮추는 방안을 먼저 제안하고, 자신들의 쇄신 방향 혹은 눈높이를 이 사람들에게 맞추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낫겠지만, 그 정도 노력은 하고, 그 사람들에게 "우리는 변했다"라고 인정을 받는 게 길게 보면 나을 것 같다.

한나라당이 선거연령 낮추자고 제안하면 민주당 등 야당도 바로 받아줄 것이다. 내년 총선부터는 한국의 18세도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그 정도 해야 한나라당이 살아날 수 있는 쇄신이라고 본다. 홍준표식으로 어정쩡하게 봉합하려다간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발붙이기 어려워질 것이다.

▲ 대학생들과 토론회 중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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